이번 러시아 여행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이동한 것이다.
7일 동안,
하루를 25시간으로 살면서 누구보다 여유롭게 기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그 좁은 객차에서 어떻게 7일을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막상 이동을 하는 동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아쉬웠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내려야 할 때는 아쉬워서 기차를 쉽게 떠나지 못했었다.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기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준비할 때부터 기차로 이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을 모아봤다.
1. 시베리아 횡단열차 예약하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티켓은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를 하는 것이 좋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1주일을 기차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컨디션이 좋은 기차를 고르는 것이 좋은데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컨디션이 좋은 기차를 선택할 수 있다.
열차번호는 번호가 빠를수록(작을수록) 최신 열차라서 컨디션이 좋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 사이를 운영하는 열차의 가장 빠른 열차번호는 001M번이다.
001M번 열차의 동쪽 종착역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북한의 두만강 역이다.
티겟은 출발시간에 가까울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빨리 예약할수록 가격이 저렴하다.
성수기에는 티켓이 매진되기도 하니, 되도록 1주일 전까지는 티켓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시차와 관계없이, 모든 시간이 모스크바 표준시로 표기되기 때문에, 출발/도착지의 현지 시간과 구분을 해야 한다.
티켓 예매는 러시아 철도청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할 수 있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예약(홈페이지)]
https://www.russiantrains.com/ko/train/rossiya-trans-siberian-train
홈페이지에서 열차 시간표와 노선도를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
(24년 4월 현재는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폐쇄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예약화면(2019년)]
객실 1등석과 2등석, 그리고 3등석 중에 고를 수가 있다.
나는 저녁 7시 10분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는 001M 기치를 예약했다.
3등석 가격은 7,415루블(약 10만원)이었다.
2등석 9,244루블(약 14만원)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1등석 35,182루블(약 52만원)과는 가격차이가 많이 났다.
3등석은 플라츠카르트라고 하는데, 오픈되어 있는 침대칸이다.
한 객실에 보통 54개의 침대가 위, 아래층으로 놓여 있다.
열차 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반면에 위/아래, 맞은편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여행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2등석은 쿠페라고 하는데, 한 개의 쿠페가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쿠페에는 4개의 침대가 있다.
3등석보다는 안전하고 청결하기 때문에 2등석과 3등석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보통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나 중장년층이 많이 이용한다.
1등석은 2등석 쿠페와 비슷한 규모지만 2인 1실로 이루어져 있다.
2명이 독립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면 1등석을 예약하면 된다.
추가적으로 룩스(Luxe)실이 있는데,
1등석처럼 2인 1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내부에 전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다.
다른 객실과 달리, 룩스는 1명이 예약하더라도 2인 1실의 한 칸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예약을 할 때 식사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는데,
내가 여행을 하는 동안 기차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객실에서 제공받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대신 각자 준비한 식사를 각자 취향에 맞게, 필요한 시간에 직접 해결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고, 나 역시도 그렇게 했다.
탑승객 정보는 여권과 동일하게 입력을 해야 한다.
기차에 탑승할 때 티켓과 여권 정보를 함께 확인한 후에 승차할 수 있다.
2. 시베리아 횡단열차 ‘차장’
열차에는 보통 한 칸에 두 명의 차장이 번갈아 가며 근무를 한다.
탑승 시 티켓 검사에서부터 시트를 나눠주고, 객실 청소를 해주시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객실 내 쓰레기도 수거해 주시면서 청결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분들이다.
기차에 탑승을 하면 차장이 티켓을 수거해 가시는데,
아마 객실 내 승객 현황을 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였다.
티켓은 하차하는 역에서 다시 돌려주기 때문에 기념으로 챙겨 올 수 있었다.
잘 다려진 유니폼을 입고 차가운 인상 때문에 무섭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내가 함께 여행을 했던 차장들은 모두 친절하고 온화했다.
‘차장’은 열차가 승강장에 머무를 때면 이렇게 각 객차의 입구에서 객차를 오르내리는 손님을 확인하는 역할도 하셨다.
대부분 승객의 얼굴을 기억하고, 승객이 객차를 오갈때 서류를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새롭게 승차를 하는 승객이 있으면 내가 했던 것과 같이 표와 신분증을 검사했다.
나는 7호차의 유일한 동양인 승객이었기 때문에 차장이 나를 쉽게 기억했던 것 같다.
되도록 차장이 신경 쓰지 않게금 해동하려 했고, 객차를 오갈 때면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안부를 교환했다.
어떤 후기를 읽어 보니,
차장과 친해지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글이 많았다.
특히 차장실에 있는 전자렌지를 이용하거나 하는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후기였다.
하지만 나는 차장과는 여러 번 얘기도 하고 친해지려 하면서도 다른 혜택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냥 러시아 사람들이 으례 이용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대로를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준비해간 햇반은 뜨거운 물을 받아 데워 먹었
햇반 외에 전자렌지나 불을 이용해서 조리를 해야 하는 음식은 준비해 가지 않았다.
3. 화장실, 그리고 샤워실
각 칸에는 한쪽 끝에 화장실이 위치해 있었다.
화장실 안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함께 있어, 세면을 위한 사람과 용변을 위한 사람이 몰릴 때는 줄을 서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동하는 동안 불편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세면대는 수도꼭지의 손잡이를 눌러야 물이 나오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절약을 위해 물이 잠기는 구조이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할 때 불편해서, 나는 생수통에 물을 받아서 씻기도 했다.
개인 샤워실이 있는 1등석을 제외하면 2등석, 3등석 객실에는 샤워실이 없다.
샤워가 필요한 경우에는 차장에게 얘기하면 100~200루블(약 3,000원)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다.
3등석을 이용하려면 이정도의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불편은 이내 익숙해진다.
화장실이 몰리는 시간을 알아서 피할 수도 있고, 어떻게 하면 물을 잘 받아 적은 물로도 머리를 감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부끄럽지만, 나는 기차에서 머무는 7일 동안 샤워실을 이용하지 않았다.
머리는 화장실에서 생수통을 이용해 감았고, 수시로 드라이 샴푸 제품을 이용해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샤워를 대신해서는 물 없이 몸을 닦을 수 있는 샤워 물티슈제품을 사용했다.
다행히 객실은 1주일 내내 에어컨으로 시원하면서도 쾌적했
드라이 샴푸와 샤워 물티슈는 생각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했다.
샤워 물티슈는 막 샤워를 하고 나온 후 바디로션을 바른 것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덕분에 쾌적한 기차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4. 기차에서 식사하기
내가 이용했던 기차에 식당칸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일부러 식당칸을 경험하기 위해 맥주를 한잔 하러 갔던 것 외에는 자리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했다.
실제로 기차 식당칸은 승객들이 대부분 이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가 이용한 3등석에는 1층 침대와 침대 사이에 작은 테이블이 위치해 있어서
자리에서 배가 고플 때마다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이 객차 온수기에서 무료로, 무한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에
컵라면이나 햇반을 데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컵라면 속을 비워 봉지에 면과 수프를 따로 담았
컵라면 용기는 겹쳐 모아 부피를 최소화해서 캐리어에 담아 갔다.
그리고 햇반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준비해서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나름 구색을 갖춰 한식을 챙겨 먹었다.
저장이 용이하지 않은 육식을 거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제때제때 식사를 챙겨 먹었다.
음료는 중간중간 정차를 하는 역 매점에서 사 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러시아 여행 중 열차에서 먹고 자는 이 7일 동안의 경험이 제일 재밌고 편한 일이었는데,
내가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러 간다면 아마도 기차에서 먹은 이 햇반 맛과 꿀 같은 잠을 다시 맛보기 위해 일 것이다.
나는 맥심 모카골드 믹스커피와 뜨거운 물에 넣어 간편히 마실 수 있는 여러 티백도 함께 준비해 갔다.
그래서 식사를 마친 후에는 끝없이 펼쳐진 시베리아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차도 한잔 마시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리고 믹스커피는 같은 객차를 이용하며 친해진 러시아 친구들과도 나눠먹었는데
그들은 믹스커피 3개에 물을 엄청 타서, 커피물을 만들어 마시고는 했다.
그러면서 ‘하라쇼, 하라쇼’를 외치는 친구들을 보는 나름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다.
믹스커피와 해바라기씨를 물물교환하는 덤도 있어서 믹스커피가 참 유용하게 잘 사용되었다.
5. 함께 준비하면 좋을 것들
7일 동안 기차를 타면 지루하지 않느냐고?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선 수시로 바뀌는 객실 내 승객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또 창 밖의 풍경이 똑같은 것 하나 없이 흘러가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객차에서 머물면서 함께 준비하면 좋은 물건들을 정리해 봤다.
(1) 오락용품
나는 핸드폰 게임을 미리 설치해서 가져갔는데,
대신 데이터가 터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서, 데이터 없이 실행 가능한 게임이어야 했다.
나는 MAME 게임 중 모바일로 실행 가능한 게임들을 챙겨가서 풍경이 없는 밤 늦은 시간에 가끔 오락을 즐겼다.
(2) 물티슈(샤워 물티슈), 드라이 샴푸
앞서 설명한대로, 정말 유용했던 물품이었다.
물론 물로 씻는 것만 못 하지만, 물티슈는 정말 요긴하게 잘 쓰였고 샤워 물티슈와 드라이 샴푸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3) 슬리퍼
객실 안에서 이동할 때, 혹은 역에 정차해서 기차를 잠시 내려야 할 때 슬리퍼가 있어서 참 편했다.
발등이 부드러운 슬리퍼라면 딱 좋을 것 같다.
(4) 멀티탭
3등석 침대에는 2개의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4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이 2개의 콘센트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늘 콘센트가 부족하다.
나는 멀티탭을 준비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필요하면 언제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나는 해외여행을 갈 때 어떤 플러그라도 꽂을 수 있는 멀티탭을 가져가는데,
이 멀티탭 덕분에 나와 인사를 나누고 친해진 승객들도 꽤 많았다.
(5) 비닐봉지
나는 여분의 비닐봉지를 여행 때 챙겨가는 편인데,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때는 더 많은 봉지를 챙겨갔다.
이 봉지는 기차여행 동안 테이블에 묶어 두고 쓰레기봉투로 사용했다.
가끔 차장이 객실 청소를 위해 객실을 오갈 때 봉지를 그대로 묶어 쓰레기를 버리기도 했다.
이렇게 내 자리는 쓰레기가 늘 정리되고 모야져 있어서 차장이 편하게 청소하고 지나가는 구역이었다.
(6) 번역기
내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할 때는 갤럭시S8 핸드폰을 사용할 때였다.
같은 객실 안에서 나와 같은 갤럭시S8을 사용하는 러시아 사람을 많이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갤럭시S8은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러시아어 번역을 실시간으로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번역 언어를 사전에 다운 받아두고 텍스트를 찍어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기차에서는 데이터,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데이터 없이 사용 가능한 번역기가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갤럭시S24 울트라(Ultra)를 사용하고 있다.
다시 러시아를 여행한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도 자체 탑제된 AI 번역기를 이용해서
자유자제로 소통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베리아를 여행한다면 꼭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번역기 하나는 챙겨가자.
내게 있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이해하는데 아주 많은 영향을 줬던 기차여행이었다.
그 어떤 여행보다 의미가 있었고, 그 어느 기차여행보다 더
즐겁고 재밌었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 가끔 생각이 날 것 같은 여행이었다.
지금 러시아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해
또 각자의 여행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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