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27)]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그리고 빅토르 최(초이)

 

 

[러시아(27)]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그리고 빅토르 최(초이)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2024-02-17 20:22:58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 [러시아(26)]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1호선을 타고 ‘비블리오테카 이메니 레니나(Библиоте́ка и́мени Ле́нина) 역’으로 이동했다.

모스크바의 젊은이의 거리, 아르바트(Арба́т) 거리에 가기 위해서였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은 정말 방공호처럼 생겼다.

전쟁이 나도 틀림 없이 안전할 곳처럼 보였다.









1호선 ‘비블리오테카 이메니 레니나 역’은 4호선 ‘알렉산드롭스키 사드(Александровский сад) 역’

1호선 ‘아르바트스카야(Арбатская) 역’과 이어져 있다.

같은 역이지만, 호선에 따라 역 이름이 다르게 불리는 것은 아직까지도 참 색다르다.

나는 1호선 ‘비블리오테카 이메니 레니나 역’에 도착한 후에 지상으로 바로 가지 않

지하 통로를 통해 3호선 ‘아르바트스카야 역’으로 이동을 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을 즐기고 싶었다.



벽에 있는 현판을 보니 아르바트 역은 1952년에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 당시 벽을 대리석으로 만든 것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르바트 거리와 연결된 통로를 이용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눈앞에 바로 아르바트 거리가 펼쳐졌는데,

젊은이의 거리라고 했던 것 그대로, 많은 젊은이들이 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시계탑의 시간이 오후 4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 Арбат улица
모스크바의 옛 모습을 간직한 젊음과 예술의 거리다.
톨스토이, 불가코프, 부닌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는 곳이다.
아르바트 거리와 주변 골목에서 예전 모스크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1986년부터 차량을 통제하고 보행자들의 거리로 만들었다.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고,
거리 곳곳에서 그림을 그려 주는 화가들과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는 악사들,
그리고 행위 예술가들로 곳곳에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실제로 거리 입구에 많인 거리의 화가들이 따스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모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많은 그림이 이젤(easel, 삼각대)에 걸려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거리의 악사가 향기로운 기타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잠시 멈춰 음악을 감상을 하는데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이런 악사들을 만나면 정말 휴가를 맞아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념품 샵도 많이 있어서 진정한 관광객 모드로 가게에 들러 구경을 했다.

러시아 하면 기념품으로 생각나는 ‘마트료시카(матрёшка)’가 있어 구경을 했다.

나는 사무실 동료 기념품으로 여기서 마트료시카를 몇 개 구매를 했다.





이곳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에는 러시아 최초의 스타벅스 지점이 위치해 있었다.

2007년에 아르바트 거리에 스타벅스 매장이 처음 문을 열었는데,

스타벅스의 역사에 비하면 정말 늦게 러시아에 문을 연 것이다.

스타벅스는 꾸준히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시도를 해왔지만

동일한 이름으로 등록된 지방의 작은 카페로 인해 같은 이름으로는 러시아 내 영업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2007년에서야 러시아 내에서도 고유 이름을 이용해 매장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아르바트 거리에 있던 러시아 스타벅스 1호점 자리에는 현재 쉑쉑버거 매장이 들어서 있다.

1호점 이후 아르바트 거리에 다수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단 하나, 이곳의 스타벅스 매장만 영업 중이다.





거리의 조금 더 깊은 곳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직선으로 길게 늘어선 길 좌우로 4층 ~ 5층 정도 되는 높이의 건물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넓은 길을 따라 정말 젊은 러시아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리 한쪽에는 서커스 같은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던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다.

공연을 진행하면서도 관광객들을 무대로 불러 같이 공연에 참여를 시키고 있었다.

언어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즐거운 공연이었다.

아르바트 거리가 정말 젊은 열정으로 넘쳐나는 거리였다.





내가 이 아르바트 거리를 찾은 이유는,

물론 젊은 에너지를 느끼려고 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이곳, ‘빅토르 최(Ви́ктор Цой) 추모벽’을 구경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다.

빅토르 최(빅토르 초이) Ви́ктор Цой
러시아의 전설적인 로커, 빅토르 최를 추모하기 위해 꾸며진 벽이다.
빅토르 최는 소련출신의 가수인데,
1962년 6월 21일, 당시 소련 레닌그라드 지역에서 아버지 로베르트 막시모비치 초이(최동열)와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출생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초기에 러시아 제국으로 건너간 고려인 출신인데,
그러니 빅토르 초이는 한국계 3세 러시아인이다.
1982년 4인조 록그룹 「키노」를 결성하며 만인의 사랑을 받았다.
소련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를 다니며 공연을 하던 빅토르 최는
1990년 교통사고로 라트비아에서 28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그가 노래한 자유와 평화는 아직까지도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고
많은 젊은 가수에게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다.
그의 초상화 벽 앞에 담배 몇 개비를 두는 것이 전통이고,
아직도 추모벽 앞에서 ‘초이는 살아 있다(Цой жив)’를 외치는 팬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러시아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는 빅토르 최를 전혀 알지 못했다.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 여행일정을 준비하면서 빅토르 최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국인 3세 러시아인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잠시 생겼고,

사망한 지 3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러시아인들에게 존경받는 뮤지션으로 추모받고 있다고 하니

실제로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추모를 하더라도 한 두 명이 오가는 추모공간이겠거니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 빅토르 최 추모벽에 와서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추모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이렇게 추모벽을 자세히 사진으로 찍기 위해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순간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그냥 어느 건물의 한쪽 벽이지만, 이곳을 추모공간으로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곳이 추모를 하는 곳이라는 점은 빅토르 초이의 사진과

그 사진 아래 놓인 꽃들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함께 부르고 추억을 공유하는 모습이 또한 그러했다.





빅토르 초이가 이렇게 러시아에서 인기가 있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의 BTS, 블랙핑크가 있기 전에 러시아에는 빅토르 최가 있었나 보다.

엄밀히 말하면 빅토르 최는 한류는 아니고, 러시아 국적의 한국인 3세였기 때문에

K팝을 세계에 알린 BTS나 블랙핑크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모습이 남아 있는 빅토르 최라는 점에 나도 많은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그가 사망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추모공간이라고 하면 왠지 쓸쓸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빅토르 최 추모벽은 무조건 슬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미 그런 시기는 지난 것 같고,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신 어르신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아

한 때 젊고 힘찼던 시절을 떠올리고 추억하고, 또 추모하는 곳으로 보였다.









잠깐 서 있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몇몇 분들에게 왜 그토록 이 공간을 추모하는지 인터뷰라고 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오히려 이곳에 동양에서 온 낯선 사람이 서있는 것이 궁금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사람도 많았다.







주변의 건물을 보면 이미 오래전 새 건물로 재개발을 하면서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빅토르 최 추모벽은 아직까지 옛날 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정말 그를 기리기 위해 이 공간만 따로 보전하는 모습 같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니 어쩌면 관람료나 입장료를 받을 법도 한데

아르바트 거리 한쪽에 덩그러니 공간을 마련해 두고 사람들이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그를 추억하고 추모하게 했다.

나는 빅토르 최 추모벽을 방문하면서 참 많은 감명을 받았다.

별 기대 없이, 단순히 한국인 3세 이야기에 이끌려 잠시 방문해 봐야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을 방문하고 난 후에는 모스크바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와 시간으로 남게 되었다.

볼 것이라고는 추모벽 하나였지만

그곳에서 많은 감명을 받고 또 방문한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영감과 에너지를 받았던 것 같다.



빅토르 최 추모벽을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아르바트 거리를 다시 걸어 나왔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거리를 걸으면 젊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스타벅스에는 야외 테이블까지 사람들로 꽉 차서 생기를 더해주었다.

옆 건물의 벽화에 걸린 어느 초상화가 이곳은 러시아 모스크바라고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미녀를 그리는 어느 화가 뒤에서 그의 실력을 감상하면서 아르바트 거리 여행을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버스킹 공연]

아르바트 거리를 벗어나기 전 버스킹 공연을 만났다.
여행 중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공연이었다,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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