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21)] 모스크바 북한식당, ‘고려(Корё)’에서 평양냉면 맛보기

 

 

[러시아(21)] 모스크바 북한식당, ‘고려(Корё)’에서 평양냉면 맛보기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붉은광장 입구에 있는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 외관만 멀리서 구경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하기로 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식당, 고려(Корё)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을 예정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식당 ‘평양관’에 들려 평양냉면을 맛보았지만
모스크바에서도 북한식당이 있다고 해서 다시 가보고 싶었다.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식당, ‘평양관’]

 

러시아가 북한의 우호국이기 때문에 북한식당이 여러 곳 영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모스크바 북한식당 ‘고려’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남서쪽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붉은광장 근처, 지하철 역으로 이동을 하는데 광장 한편에 회전목마가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놀이동산이 아니라 그냥 광장 한편에 회전목마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광장의 ‘덩그러니 회전목마’를 다시 만나기도 했다.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고, 또 오늘 여기 모스크바의 회전목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붉은광장 근처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북한식당 고려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테아트랄나야(Театральная, Teatralnaya) 역에서 2호선(자모스크보레츠카야 라인)을 타고,
노보쿠즈네츠카야(Новокузне́цкая, Novokuznetskaya) 역에서6호선(칼루쥐스코 리쥐스카야 라인)을 타
레닌스키 프로스펙트(Ленинский проспект, Leninskiy Prospekt) 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도심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환승역까지 포함해 지하철로 4코스 떨어져 있는 위치였다.
지하철로 15분, 도보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여서,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평양식당의 위치한 지역에도 많은 사무실과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가 같았다.
길을 가득 메운 퇴근길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다.
북한식당까지 걷는 길에 오르조니키제(Дисконт-центр Орджоникидзе 11) 쇼핑센터도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를 넘어가고 있었던 시간이라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만난 북한식당 ‘고려(Корё)’
낯선 곳에서 반가운 이름을 보니 맘이 놓이고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분단이 되어 오갈 수는 없지만
고려라는 이름을 같이 공유하는, 정말 한민족이고 한 개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도 고려가 ‘코리아(Korea)’이지 않나





쇼핑몰 외벽을 돌아 뒷문 격인 식당의 입구를 보니
마치 해리포터가 9와 4분의 3(9와 3/4) 승강장을 통해 호그와트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출입문을 통해 어렵사리 북한으로 가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들어선 북한식당, 고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글이었다.

평양고려 PyongYang Koryo
환영합니다 ! (Dобро пожаловамъ / Добро пожаловать)

환영합니다,라는 러시아어는 영어와 러시아어가 섞인 것 같은 표현이었지만,
어찌 됐든 모스크바에서 한국어로 식당 방문을 환영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났던 북한식당과 같이,
이곳 고려 식당의 메뉴판에도 모두 한글이 병행 표기되어 있었다.

단지 평양랭면, 과일단물(주스), 랭커피와 같이 표현방법이 조금 다른 단어들도 있었지만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젓가락에도 평양고려(Корё)가 러시아어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물티슈가 꼼꼼히 포장이 된 채로 같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나는 저기 등을 보이는 북한 직원분에게 내가 먹을 음식을 주문했다.
내 생김을 보고 당연히 한국사람인 것을 알았던 것인지, 러시아어가 아닌 한국어로 인사를 건내어주셨는데
설레는 내 맘과 달리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내 주문을 받아 돌아갔다.

나에게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모스크바에서 북한사람과 대화를 나눴던 순간이었다.
한국어로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감사했다.
내 거친 부산사투를 못 이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주문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주문을 하고 식당 내부를 조금 둘러봤다.
혼자 식당을 찾은 사람은 나 혼자였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퇴근시간을 맞아 많은 직장인 분들이 북한식당을 찾아주셨다.
그중에는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무리도 보였는데,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장인 같았다.
테이블에서는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면서도 식당 직원분과 대화하거나 주문을 할 때는 한국어를 사용했다.

내가 신기해했던 것은,
여기 한국사람들이 북한식당의 직원분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는데,
메뉴를 주문하면서도 안부를 묻거나 대화 중에 농담을 섞어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북한식당의 직원들도 안면이 있는지
정말 단골손님을 대하듯 한국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 혼자 괜히 북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조금 긴장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식당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데
음료로 주문한 맥주가 음식보다 먼저 나와서 간단히 목을 축였다.

맥주를 가져다주는 직원분에게 용기를 내어 눈인사를 건네었는데
나로서는 식당 내 분위기를 등에 업고, 정말 큰 용기를 내어 했던 행동이었다.



식당 안에서는 와이파이(WiFi)도 이용 가능했다.
접속 ID는 Pyongyang_Koryo,비번은 DavidKoryo
이렇게 접속을 하면 미지의 세계로 가버리지는 않을까





허망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나는 평양냉면을 주문하면서도 같이 곁들여 먹을 음식과 반찬을 추가로 주문했다.
한국이었으면 반찬으로 나왔을 김치가 여기서는 제공이 되지 않아,
사전에 후기를 보고 먹고 싶었던 백김치불고기를 함께 주문했다.

백김치는 시원하고 아삭하면서도 톡 쏜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후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네 백김치, 한국의 백김치 맛이었다.
냉면과 함께 먹을 때 정말 잘 어울렸다.



불고기는 물고기 모양을 한 철판 위에 놓여서 시간이 지나도 따뜻한 온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맛은 달달하고 보드라운 불고기 맛, 그대로였다.
평양냉면의 어쩌면 조금 슴슴한 맛을 불고기의 단맛이 보완해 줘서 참 맛있게 먹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평양냉면도 금세 나와서 모든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봤던 평양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유기그릇에 담겨 나와 조금 더 고급져 보이기는 했다.
유기 치고는 조금 가벼운 그릇이었지만, 그래도 더 보기 좋고 더 맛있어 보였다.



내가 음식을 먹는 동안 음식이 괜찮은지 말을 걸어주기도 했던 직원분이었다.
그 마음씨가 왠지 정감이 갔다.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처럼, 그릇에 음식 하나, 국물 한 숟가락을 남기지 않고 정말 깨끗하게 모두 먹어버렸다.
평양냉면, 백김치, 불고기 모두 내 입에 딱 맞고 맛이 있기도 했지만
북한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한 점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음식을 다 먹고 음식값을 지불했다.
음식과 음료를 합쳐 총 1,450 루불(약 21,000 원)을 지불했다.
내가 먹은 음식과 맥주를 감안하면 비싼 편은 아니었다.

가게를 나서는데 출입구 한편에 옥수수를 걸어 말리는 모습과
지붕에 호박이 열려 있는 모습은 한국의 멋을 한껏 표현한 것 같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당연히 옥수수와 호박은 모형이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들은 방공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역 하나하나가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같이 이쁘고 화려한 모습에, 유물이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더니
실제로 그런 이쁜 역사와 작품을 가진 역들이 참 많았다.









처음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탔던 지하철이 정말 오래된 마차 같은 지하철이었는데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은 최신식 지하철이었다.

나는 이런 지하철의 모습도 좋지만,
처음에 탔던 그런 낡은 지하철이 더 맘에 들고 다시 타보고 싶어졌다.





정말 깊고 가파른 지하철 역 내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헛디디게 된다면 한참을 깊은 아래로 떨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낮에 걸었던 거리에는 밤이 되자 화려한 조명에 불이 들어와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쁜 조명 아래에 한 커플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같은 길이었지만 밤이 찾아온 거리는 낮에 걸었던 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레스토랑에 불이 켜지고 왁자지껄 대화하고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나를 묘하게 차분하게 만들었다.





조명이 커진 건물들도 각자가 가진 매력을 뽐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밤이 깊어도 지칠 줄 모르는 모스크바의 저녁이었다.





여기도, 저기도 이쁜 건물과 화려한 조명
외벽에 이렇게 조명을 만들어 저녁을 밝히는 모습이 신기했다.

[길거리 악사, 버스킹 구경]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길래 가봤더니
너구리가 사람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구리가 참 사람 같고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 저기 너구리 주인이 너구리를 만지게 하고 사진을 찍게 하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멋모르고 너구리를 손으로 만졌다가는 광견병은 고사하고 애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거 동물학대 같아 보여서 나는 좀 별로였다.







그래도 여전히 이쁜 모스크바의 밤거리
그렇게 모스크바에서의 1일 밤을 맞았다.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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