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황태자 개선문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잠시 개선문 아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 [러시아(4)]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과 니콜라이 황태자 개선문
비를 맞더라도 여행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옷과 신발이 비에 젖더라도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해보기로 했다.
옷과 신발이 젖으면 젖을 수록 오히려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들고 있던 우산으로 겨우 머리와 얼굴만 가린 채 다시 길을 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 독수리 전망대였다.
방금 전까지 지대가 가장 낮은 바닷가 근처에 있었는데,
다시 지대가 가장 높은 전망대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택시를 이용하거나 푸니쿨료르를 이용해서 갈 수도 있었지만
이왕 신발이 흠뻑 적은 김에 천천히 걸어서 언덕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30여 분을 천천히 걸어서 도착을 했는데,
날씨가 좋았다면 산책하듯이 오르기 좋은 언덕길을 지나 닿을 수 있는 전망대였다.
저기 멀리 ‘슬라브인들의 사도’ 동상이 보이는 것을 보니, 그래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 같았다.
길을 헤매지 않고 빗속을 걸어온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싶었다.
‘슬라브인들의 사도’ 동상, 그리고 키릴 문자(кириллица)
글라골 문자를 만들어 문자를 보급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선교한 키릴과 메포지(메포디) 형제를 말한다.
893년, 현재의 불가리아 지역에서 이들이 처음 만든 글자를 ‘글라골 문자’라고 하는데,
이후 키릴을 섬기는 학생들에 의해 ‘키릴 문자(кириллица)’가 탄생하게 되었다.
키릴 문자가 슬라브인 세계에 퍼지면서 지역 언어에 맞게 변형되었고,
러시아 지역에서는 현재 사용하는 러시아어 형태로 현화하게 되었다.
러시아어가 영어문자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키릴과 메포지 형재가 처음 만든 ‘글라골 문자’의 시작이 그리스 문자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이 같기 때문에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행하면서도 이렇게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
전망대에 올라 블라디보스토크의 랜드마크, 금각교를 내려다봤다.
블라디보스토크라고 하면 늘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그 금각교였다.
날씨가 좋았다면 저기 멀리까지 도시를 조망할 수 있었겠지만
금각교의 현수교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해했다.
독수리 전망대 Видовая площадка Орлиное Гнездо
‘독수리 둥지’라는 이름으로 불려 온 이언덕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해발 199m에 위치해 있다.
금각만을 잇는 금각교와 도시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미들도 자주 찾는 곳이며,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교통 : 푸니쿨료르 위 정거장에서 도보 5분
[블라디보스토크 독수리 전망대]
전망대는 2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금각교는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풍경을 안겨주었다.
비가 오는 안개가 가득한 날씨도 전망대 풍경을 방해하지 못했다.
계단을 내려 가 아래 전망대 쪽으로 이동을 했다.
한국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한글로 된 안내문구도 볼 수 있었다.
추락 위험! 난간에 앉거나 울타리를 넘지 마시오!
보통 이런 문구는 번역이 엉성한 경우가 많은데
정말 제대로 된 한국어 안내문구였다.
말을 잘 듣는 나는 결코 난간에 기대거나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았다.
한층 아래에서 바라보는 금각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선명하게 금각교를 볼 수 있어서 감동이 더 크게 밀려왔다.
발아래 도시의 풍경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위치에 펼쳐져 있었다.
다리를 이동하는 자동차들이 장난감 자동차 같았다.
금각교 Золотой мост
2012년 8월 11일, APEC 정상 회담에 맞추어 건설된 다리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금각만을 잇는 다리의 필요성은 19세기부터 대두되었는데,
러일 전쟁, 러시아 대혁명,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과 같은 사건으로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 1959년 ‘흐루시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발전 계획에 다리 건설이 포함되었지만,
2008년이 되어서야 공사기 시작이 되었다.
다리는 1,388m 길이로 2011년 8월에 정식 개통을 하게 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이 되었다.
멀리 금각교에 많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옛날, 러시아는 부동항을 찾기 위해 이곳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진출을 하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완벽한 부동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러시아에게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가 되었다.
그 덕분에 9,288km의 시베리아횡단열차(1891년)가 놓이게 되었고,
그 결과로 러일전쟁(1904년)이 발발하게 되었고,
또 그 여파로 당시 대한제국은 국제정세에 휘말리고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렇게 또 역사를 배우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간다.
마침 오늘이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전망대 관람을 마치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푸니쿨료르를 이용하기로 했다.
도심에서 전망대까지 언덕을 한 번에 오갈 수 있는 트램이다.
푸니쿨료르 фуникулёр
영어의 케이블카 혹은 트램, 스페인어의 푸니쿨라를 얘기한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로, 러시아 전역에 유일한 케이블카이다.
약 2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183m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아래, 위 두 정거장만을 이동한다.
2개의 푸니쿨료르가 같은 시간, 외길을 오가는데, 철길 가운데 교차로가 있다.
두 정거장 사이 높이(고도)는 70m 정도다.
케이블카라고는 하지만 사실 레일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트램에 가깝다.
1959년 만들기 시작해서 1962년에 첫 운행을 시작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도시와 금각교를 함께 전망할 수 있다.
요금 : 14 루블 (약 200원) / 2019년 기준
가격이 너무 저렴한 이동수단이다.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 충분히 이용할만한 가격과 이동수단이지만
나는 전망대를 내려오면서 도시와 금각교를 조망하고 싶었다.
객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1개 객차로 아래 정류장과 위 정류장을 오가고 있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의자를 지면과 평평하게 만들어 둔 모습이 객차의 기울어진 모습과 대조되었다.
홍콩에서 탔던 빅토리아 피크 트램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홍콩 빅토리아 피크, 피크트램]
[국외여행/홍콩 마카오 Hongkong Macau] – [홍콩 香港 (18)] 빅토리아 피크 Victoria Peak / 피크 트램 Peak Tram
철길이 외길인데,
가운데에서 2개의 푸니쿨료르가 교차하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멀리 도심과 금각만, 그리고 금각교가 교차하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냈다.
[블라디보스토크 푸니쿨료르 타기]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푸니쿨료르를 타고 아래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서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빗줄기가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 날씨에 다음 관광지로 갈 수가 있을까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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