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아는 형과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나온 얘기에서 시작됐다.
행님, 저 런던이 너무 좋아서 조만간 함 더 갈라꼬요!
혼자라도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런던이었다.
그랬더니 같이 저녁을 먹던 형이, 그럼 같이 가자면서 티켓팅을 같이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머리가 아니라 몸이 움직여서 다시 런던행 비행기를 끊게 되면서
2년만에 다시 영국에, 런던에 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그렇게 이번 여름휴가 영국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든든했고 더 설레였다.
오전 10시 35분에 출발하는
인천발 런던행 브리티시 에어라인
2명이 동시에 결제를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직항으로, 영국의 국적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시작부터 참 행운이었던 것은
티켓팅할 때 이쁘게 요청을 드렸더니 카운터의 직원분이 밝게 웃으시며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주셨다는 것이었는데
이코노미를 끊었지만 비즈니스석 자리가 남아서 조금은 더 편하게 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티켓에 10시 15분 마감이라고 써준 손글씨가 참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봤었다.
이렇게 기분이 좋어도 되나?
너무 감사한 일이다.
31번 게이트는 이곳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해서 다시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위치였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사람 구경을 하며 게이트로 이동했다.
게이트 앞에서 조금 대기하고 있으니 기장과 부가장, 그리고 승무원분들이 먼저 탑승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전하게 런던까지 잘 부탁한다고 속으로 말씀드렸다.
대부분 영국사람으로 보였는데, 그중 한 분은 한국사람으로 보였다.
출도착 지역의 언어가 모두 가능한 직원이 비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직항 노선만 누릴 수 있는 큰 혜택 같은 것이다.
내가 타고 갈 브리티시 항공이 부두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게이트가 연결된 모습이 왠지 듬직해 보였다.
사진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래도 큰 비행기였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한 나와
브리티시 항공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동행이 있다는 것은
이렇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비행기를 구경하는 동안 탑승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차례로 줄을 서서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게이트에서 바라본 비행기 콕핏(Cockpit)의 모습
뭔가 늠름하면서도 날렵한 모습이었다.
나는 여향을 하며 한 번쯤은 타보고 싶은 항공사가 몇 개 있는데
호주의 콴타스 항공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항공사이기도 하고,
카타르, 에미레이트, 루프트한자, KLM, 싱가포르 항공을 기회가 되면 이용해 보고 싶다.
브리티시 항공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이용하게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에 승선을 했다.
비즈니스석은 퍼스트와는 또 달라서,
비행기 탑승은 이코노미랑 같이 했지만 좌석은 커튼으로 따로 구분이 되어 있는 좌석이었다.
비즈니스석 중에서도 내 자리는 맨 앞자리여서 넓은 공간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인 모니터가 앞에 놓여 있어서 위치를 조정해가며 편하게 이용했다.
인천 – 런던 Incheon to London
비행시간 11시간 6분
출발시간 10시 35분
도착 예정시간 오후 1시 42분 (런던 시간)
원래 11시간 6분 만에 인천에서 런던까지 날아갈 예정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이번 여행이 순탄할거라고만 생각했다.
이륙을 하기 전에 오늘 준비된 식사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안내도 받으면서
그렇게 비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점심이 참 맛있겠다 생각하면서, 비행기가 지상이동(택싱, Taxing)을 하며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브리티시 항공 기내 안전방송]
브리티시 항공의 기내방송은 다른 항공사의 안내방송과는 조금 달랐다.
영국 출신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서 조금은 코믹스럽게 연출을 한 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줬는데,
영상이 재밌어서 눈을 떼지 않고 끝까지 재밌게 시청을 했다.
재밌으면서도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해 준 좋은 영상 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활주로까지 나가서 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가 활주로 대기선에서 잠시 멈춰 서더니
갑자기 다시 계류장으로 돌아간다는 안내가 나왔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트래픽 문제로 잠시 지연이 되는가 보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지연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기장님이 나오셔서 승객들에게 직접 비행기가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비행기에는 총 4대의 발전기(제너레이터)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하나를 록-아웃(Locked-out)했고, 런던까지 비행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문제의 발전기에 대해 보잉(Boing)사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procedure)를 따라야 한단다.
비행기를 만든 보잉 본사에서 회신을 줘야 하는데, 그 회신을 기다리는 것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했다.
45여분 후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안내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미국은 한 밤중일텐데 답이 빨리 올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런 안내를 들으면서 비행기가 문제가 생겨서 못 뜨면 어떡하나,
혹은 내 여행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보다는
우와, 저 스튜어디스 참 미인이시다,라는 생각만 했다.
영상을 찍는데 감사하게도 싱긋 웃어주셔서 나도 같이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5시간 30분을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 15분에 탑승한 비행기는 오후 3시 40분이 되어서야 다시 천천히 움직여 택싱을 하기 시작했다.
잠을 자고 깨어나도 움직이지 않던 비행기가 움직인다는 것에 안도를 하면서도,
조금은 꼬여버린 런던일정에 대해 같이 가는 형과 얘기를 나누었다.
형도 나도,
이런 일정 변경에 크게 개의치 않아 했기 때문에
런던에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했다.
[다시 듣는 기내 안내방송]
다시 기내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니 진짜 가기는 가는가보다 싶었다.
다시 보니 반가운 영국 배우들
2번 봐도 재밌는 영상이었다 끝까지 재밌게 영상을 시청했다.
(사실 2번째 영상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안내방송이 2번 나왔기 때문에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 런던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륙하자마자 승무원분들이 점심과 음료부터 준비를 해줬는데
나는 맥주와 와인을 먼저 주문했다.
브리티시 항공에는 와인을 주문하면 미니와인을 병째 내어주는데,
마시거나, 아니면 기념으로 가져와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와인이었다.
맥주는 하이네켄을 주문했는데, 같이 간 형과 나는 맥주도 와인도 남김없이 하늘에서 다 마셔버렸다.
하늘에서 먹는 술과 밥은 언제나 맛있다.
영국항공이었지만 한국식 쌀밥과 고기 덮밥이 있어서 주문을 했다.
양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섭섭해하지 않았다.
인천과 런던을 오가는 브리티시 항공에는 간식으로 신라면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승무원이 음식을 준비하는 곳으로 가면 저렇게 박스채로 준비된 신라면이 있다.
식사를 끝내고 승무원에게 요청하면 뜨거운 물을 부어서 주시는데,
신라면은 원래 맛있는데, 하늘에서 먹는 신라면은 진짜 진짜 더 맛있는 신라면이었다.
양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늦게 요청하면 먹지 못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순서를 놓쳐서 먹지 못 했다.
출발은 5시간 30분을 늦게 출발했지만,
도착은 원래 도착예정보다 5시간 늦은 시간에 도착을 할 예정이었다.
기장님이 허락된 속도 안에서 최대한 밟아 주신 것 같았다.
도착하기 전에는 샌드위치를 내어주셨는데, 스타벅스 모짜렐라 베이컨 샌드위치였다.
가볍게 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
그렇게 영국, 런던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예정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런던에 도착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여러 모로 신경을 써주신 분들에게 감사해했다.
나중에 한국이 돌아가서의 일이지만
이 5시간에 대해서는 유럽의 항공법 안에서 충분히 보상이 되었다.
환영합니다,라는 한국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 글로된 환영 인사뿐만 아니라
2년 만에 다시 찾은 영국, 런던의 입국심사 과정에서 여성직원분이 밝게 웃으면서,
Oh, you come again? Welcome!
이라며 웃으며 반겨 주셨다.
내가 왜 다시 영국에 오고 싶었는지 다시금 알게 해 줬던 미소와 인사였다.
나도 다시 오게 되어 나무 영광이고, 반겨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예전 러브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공항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으로 끝이 나는데,
그곳이 아마 런던 히드로 공항이었지 않나 싶다.
공항은 모든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곳인데,
이제 막 영국여행을 시작한 나는 히드로 공항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설레고 있었다.
이제 짐을 찾고,
숙소로 이동을 해야 할 때였다.
이번 여행은 또 다른 형 한 명까지, 총 3명이서 같이 하는 여행이었는데,
원래 다른 비행기를 타면서도 런던 도착시간을 맞춰서 시작을 같이 하려 했었다.
비행 시간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그 형이 먼저 숙소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늦었지만,
또 그만큼 더 즐겁게 놀면 되니까, 숙소로 가서 반갑게 인사하자, 생각했다.
201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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