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일본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도쿄 시내보다는 현지인이 많이 가는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얘기를 했더니
유라쿠초역에서 만나자고 해 약속을 잡았다.
친구는 JR을 타고 오기로 했다.
이곳에 어떤 맛집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유동인구가 엄청 많은 번화가였다.
도쿄 동남쪽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교통의 요지 같았다.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 딱 맞춰 친구를 만났다.
일본인 친구를 한 명 더 데리고 왔는데, 새로운 친구와 인사를 하고 근처 이자카야로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옛날 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와도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일본어를 잘 못해서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맘대로 주문을 하지 못했었는데
역시 일본 친구가 있으니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주문도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대신 챙겨줘서
너무나 든든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 대화를 이어갔다.
옛날 얘기는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해도 참 즐겁고 재미있는 것 같다.
추억이 있으니 이야기가 있었던 저녁이었다.
1차로 든든히 저녁을 먹고 2차를 가기로 했다.
신주쿠의 골든가이를 갔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노포가 근처에 있으니 가자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유라쿠초 역의 교각 바로 아래에,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있는 오래된 노포가 있다고 해서 2차 자리를 가졌다.
처음 유라쿠초에 도착해서 바라봤을 때는 그냥 길을 건너가는 통로겠거니 했는데,
역 교각 아래에 이렇게 다양한 술집이 들어서 있었다.
마치 서울의 2호선 신대방 역 교각 아래 같은 분위기가 났다.
머리 위로는 간간히 전철이 묵중한 소리를 내면서 지나갔지만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12월 겨울이었지만 외투를 입고 있으니 크게 춥지는 않았다.
좁은 골목에 가게 안과 밖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일본식 사케를 먹어봐야 한다며 나를 위해 주문을 해줬는데,
손바닥만 한 유리컵에 사케가 가득 채워져 나왔다.
그리고 컵 받침도 반 정도는 사케가 채워져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이렇게 넘치도록 술을 따라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본래 술 병이 같이 있다면 술잔이 다 비워지기도 전에 계속 잔에 넘치도록 사케를 따라 준다고 한다.
첫 잔은 손으로 잔을 들기 전에, 허리를 숙이고 입으로 넘치는 술을 약간 마신 후
필요한 만큼 술을 마시면 된다고 해서 일본식으로 사케를 마셔봤다.
잔에 담긴 술까지 마지막에 다 먹었는데,
잔 술을 시켜도 이렇게 넉넉하게 술을 주는 일본 문화가 우리랑 다르면서도 좋았다.
한국에서는 일본 맥주는 캔으로만 마셨는데,
일본에 오니 병으로 된 일본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맛은 비슷하면서도, 잔에 따라 마시는 분위기가 좀 더 있는 삿포로 병맥주였다.
그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왔다.
친구는 1시간 정도를 다시 JR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일부러 먼 길을 와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2020년 2월에는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왔었는데,
이때 받았던 호의와 대우를 기억하면서 서울에서 멋진 대접을 해주었다.
다음에는 도쿄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기약을 했지만, 3년이라는 시간만 애타게 흐르는 동안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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