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머물면서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는 2번을 갔었다.
나의 첫 번째 샹젤리제는 콩코르트 광장(콩코드 광장, Place de la Concorde)에 들렀다가 이어진 샹젤리제 거리까지 걸어간 것이었다.
콩코르드 광장은 유럽에서도 가장 크고 넓은 광장으로 손꼽힌다.
콩코르드 광장 Place de la Concorde
유럽에서도 가장 크며 역사가 깊은 광장이다.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이 광장은 원래 루이 15세의 기마상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 졌고,
이름도 루이 15세 광장(Place Louis XV)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거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혁명 때 기마상은 파괴되고
그 자리에 단두대가 놓여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를 포함하여 1,343명의 목숨이 이곳에서 사라졌다.
1795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화합의 의미인 콩코르드 광장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자신의 결혼식이 열렸던 곳에서 단두형이라니,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생겼던 저녁이었다.
나는 최근에 합스부르크 600년 전시를 다녀왔었는데
거기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시 만나게 되어 이 날을 추억하기도 했다.
광장의 가운데에 대관람차가 있었는데, 런던의 런던아이가 생각이 나는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가운데 우뚝 솟은 높이 23m의 3,200년 된 ‘룩소르 신전 오벨리스크(L’obélisque de Louqsor)’는
1830년에 모하메드 알리가 프랑스의 왕 루이 필립에게 기증한 것으로
이집트의 람세스 2세의 사원에 있던 것이다.
오벨리스크의 네 면에는 파라오를 찬양하는 노래가 상형 문자로 새겨져 있다.
광장의 길이가 동서로는 360m, 남북으로는 210m로
파리에서는 가장 큰 광장이고 유럽에서도 큰 광장으로 손꼽힌다.
광장 주변으로 차들이 회전하고 있었다.
광장이 엄청 크고 넓어서 한참을 돌아야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 교차로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방문했던 시점이 저녁이어서, 해가 지고 있었다.
광장에 오래 머물며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광장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서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광장의 서쪽으로는 샹젤리제 거리가 이어져 있었다.
멀리 개선문(Arc de Triomphe)을 이정표 삼아 샹젤리제 거리를 향해 걸었다.
의도치 않았는데,
샹젤리제 거리를 향해 걸으면서 엘리제 궁전(Le Palais de L’Élysée을 마주했다.
이곳은 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인데, 생각보다 경비가 삼엄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통령 관저를 마주하는 게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쁜 색으로 활짝 핀 꽃들 사이로 에펠탑이 보였다.
샹젤리제에서 거리상으로 가깝지 않은 거리였는데 탑이 엄청 커서 그런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샹젤리제 거리가 시작이 되는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그 샹젤리제 거리다.
오 ~ 샹젤리제 ~
오 ~ 샹젤리제 ~
샹젤리제를 걷는데 노래가 안 나올 수 없었다.
가사는 모르지만 샹젤리제 가사만 반복하며 거리를 걸었다.
해가 진 샹젤리제가 밤에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파리에서는 해가 늦게 지는데, 밤 10시가 되니 캄캄해질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런데도 샹젤리제에는 관광객이 많았고, 손님을 기다리기 위한 인력거도 많이 대기 중이었다.
오래전,
꽃보다 할배 파리편에서 할배들이 걸어다니던 거리가 생각났다.
지금도 꽃보다 할배 예능을 가끔 다시 찾아보고는 하는데,
파리에서 내가 꽃보다 할배를 떠올리며 감정을 이입했던 것이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내가 파리를 기억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됐다.
거리 사이사이에 야외테이블이 놓이고, 저녁을 잊은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차와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앉아서 한잔 거들고 싶었는데, 혼자라 용기가 잘 안 났다.
누가 봐도 샹젤리제가 맞다.
읽는 게 쉽지 않은 불란서 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영어로 읽으면 ‘샴스-엘리제’로 읽어야 할 것 같았다.
디즈니 매장에 사람이 많이 있었다.
나도 잠시 들려서 구경을 했지만, 살만한 것은 없었다.
사실 비싼 가격에 눈으로만 구경을 하느라 손이 가지지 않았었다.
개선문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걷다 보니 이렇게 멀리 걸었나 싶을 정도로 샹젤리제 거리는 멀고, 길고, 넓었다.
본래는 개선문 지붕에 올라가서 파리 야경을 보고, 에펠탑을 바라보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너무 깊은 저녁에서야 개선문에 닿게 되었다.
아무리 남자지만,
군대도 병장제대 했지만,
한국이 아닌 곳에, 그것도 파리 샹젤리제에 혼자 남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아쉽지만 다음 날 조금 이른 저녁에 다시 찾기로 하고 오늘은 그만 철수를 하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걷고 싶었던 그 거리를 걸은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날 그 분위기, 재잘대던 대화소리가 귓가에 다시 들리는 것 같은 저녁이다.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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