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첫 번째 이야기]
샤요 궁으로 가서 해가지면 에펠탑의 야경을 보기로 했다.
샤요 궁은 에펠탑을 가장 멋지게 구경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샤요 궁(샤이요 궁) Palais de Chaillot
에펠탑의 반대편에, 에펠탑을 바라보고 서 있다.
1937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위해 20세기 건축 양식인 신 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만들었다.
현재 내부에는 해양박물관, 인류박물관, 프랑스 문화재박물관과 국립 극장이 있는데,
건물 자체를 방문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파리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런 에펠탑 기념품을 많이 사고 있는데,
호객행위도 심하게 하는 편이라, 사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는 강하게 NO를 외쳐야 한다.
여기저기 야바위꾼이 많이 보였다.
주변의 평범해 보이는 관광객들도 모두 한 통속이니,
저기에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에펠탑에서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걸어서 10여분 만에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샤요 궁으로 가는 길에 작은 정원 같은 공원이 있는데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혹시 에펠탑을 찾는다면,
나는 에펠탑 앞의 잔디밭보다는 여기 샤요 궁의 잔디밭에 앉아서 에펠탑을 구경할 것을 더 추천한다.
훨씬 더 쾌적하고 잔디 상태도 더 좋았다.
그리고 잔디밭에는 호객꾼이 없어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샤요 궁이 나즈막한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샤요 궁 어디에서나 에펠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에펠탑 아래의 사람들과 차들을 비교해 보면
에펠탑이 얼마나 크고 웅장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오랫동안, 정말 지겹도록,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들여서
에펠탑을 구경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무엇보다 눈으로 직접 이 모습을 보고 기억하려 했다.
이때 봤던 모습과 날씨, 주변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아른 거릴 정도다.
그런데
해가 늦게 져도 너무나 늦게 진다.
깜깜한 저녁에 조명이 켜진 에펠탑을 보고 싶었는데,
저녁 9시가 되도록 밖에 늦은 오후처럼 환하게 밝다.
카메라 조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밤 9시에 실제로도 세상이 너무나 밝았다.
한 여름, 에펠탑의 야경을 보려면 시간을 잘 챙겨야 했다.
나는 유럽이 처음이었고,
런던의 저녁은 익숙한 시간에 찾아왔었지만,
그에 비해 파리의 낮은 꽤나 길고 밤은 짧았다.
저녁 9시 30분 경이되니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에펠탑 2층 전망대가 석양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에펠탑 전망대에 조명이 켜졌지만, 야경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샤요 궁 깊숙한 곳으로 물러서서 에펠탑 야경을 찍어 보려 했다.
에펠탑 꼭대기에도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예전 꽃보다 할배 프랑스 편에서, 할배들이 찾았던 샤요 궁 광장인데,
저기 공사 중 칸막이가 있어서 에펠탑이 조금 가리는 것이 아쉬웠다.
해가 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더 기다리는 것이 어려웠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피곤하기도 했고,
더 지체했다가는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펠탑 야경은 다음 날을 기약하기로 하
오늘은 여기서 집으로 돌아왔다.
에펠탑과 샤요 궁을 영상으로 담았었는데,
당시 가져갔던 캠 상태가 좋지 않아 영상이 엄청 떨린다.
[‘에펠탑’과 ‘샤요 궁’ 영상 / 영상이 엄청 떨리니, 불편하신 분은 영상을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파리 북역(가르 디 노르 역)에 내려서 게스트 하우스까지 걸어갔다.
나름 역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비교적 안전해 보였다.
10시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사람들이 아직 많았다.
집에 와서야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보면서
남겨두고 온 에펠탑의 야경이 못내 아쉬웠다.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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