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박물관을 벗어나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었지만 한여름의 런던 날씨는 그렇게 많이 덥지 않았다.
오히려 선선한 바람이 불어 걷기가 좋았다.
월요일, 평일 오후 런던의 거리는 한산했다.
캡(Cab)도 다니고 붉은색 이층버스도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자전거가 참 많았는데, 자전거와 차들이 저마다의 규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
런던 시내를 걸으면서 건물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당연히 한국, 아시아의 건물과는 많이 달랐다.
3층, 4층 정도되는 건물들이 외관에 많은 창을 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결코 현대적이지 않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광이 되는 런던의 거리였다.
사람도 구경하고, 간판도 구경했다.
런던에 오페라, 뮤지컬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익숙한 위키드 공연 간판이 보이기도 했다.
당장 공연 한편을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가고 싶은 곳이 따로 있어 다시 발길을 옮겼다.
닐스 야드 Neal’s Yard
작은 골목 속에 숨은 아름다운 거리, 런던의 우아한(posh) 느낌이 나는 뒷골목이다.
코번트 가든 속에 속한 작은 골목인데, 입구가 좁아 간판을 못 봤다면 쉽게 지나칠 것 같은 곳이다.
유명 레스토랑과 유기농 화장품 가게가 있고, 수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맛볼 수 있다.
들어가는 골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사실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골목을 처음 걸을 때는 실망감이 조금 들었다.
엄청 이쁜 골목이라고 했는데, 여는 런던의 골목과 크게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닐스 야드, 뭐가 유명한 거지?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은,
골목 끝에 다다랐을 때 완전히 바뀌었다.
골목이 끝나고 넓은 뒷골목의 공간이 나타나자마자,
나는 ‘아!’라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삼각형의 작은 뒷골목,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그리고 파스텔톤의 건물 외벽이 주는 아름다운 색채가 나를 끌어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야외 테이블과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숨 가쁘게 오늘 하루 걷고 걷고 또 걸었던 내가 한순간
작은 여유가 생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지만, 늦은 점심을 먹거나 간단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레스토랑 안과 밖에서 들려오는 소곤소곤 대화소리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들과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마치 오래 알고 지내온 친구들처럼,
그들의 대화 사이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건물 외벽에 많은 식물들이 보였는데,
이 좁은 공간에도 딱딱한 건물만 존재하지 않고 조경에도 많이 신경을 쓴 것으로 보였다.
잠시 머물더라도 이렇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파스텔과 초록의 식물이 잘 어울리는 공간
그래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는 곳이 바로 닐스 야드인 것 같았다.
닐스 야드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이 화장품을 찾기 위한 목적도 있다.
Neal’s Yard Remedies
닐스 야드 레머디스
자연에 가까운 치유(Remedies)를 제안하는 영국 유기농 확장품 브랜드,
바로 닐스 야드 레머디스의 상점이 이곳 닐스 야드에 있기 때문이었다.
유기농 화장품이라 많이 비싸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이 찾는 화장품이고, 또 닐스 야드 이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관광을 하면서 필요한 화장품도 살 수 있는 닐스 야드 같았다.
닐스 야드 레머디스 앞에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여성분이 있어서 사진을 담아 봤다.
나도 저렇게 한참을 벤치에 앉아서 닐스 야드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코번트 가든(Convent Garden)에 가기 전에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아니면 시간을 좀 더 길게 잡고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간단히 차나 와인을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혼자 온 여행이라 뭔가 먹고 마시는 것이 마땅치가 않아서, 이럴 때는 항상 아쉽다.
닐스 야드의 입구는 내가 들어왔던 쇼츠 가든스(Short’s Gardens) 거리에서 들어오거나,
몬먼스 스트리트(Monmouth St.)에서도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올 수 있다.
골목을 나갈 때는 들어왔던 곳과 다른 골목을 선택했다.
모먼스 스트리트는 내가 들어온 쇼츠 가든스와 분위기가 사뭇 다른 곳이었다.
고급진 레스토랑이 많이 보였는데, 역시나 입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큰 간판을 볼 수 있으니,
골목을 유심히 찾아본다면 놓치지 않고 찾을 수 있다.
지친 여행객이 잠시 쉬어가기 딱 좋았던 골목
짧게 머물렀지만 큰 위로와 휴식을 얻었던 닐스 야드였다.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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