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이튿날 아침은 맑았다.
어제 내렸던 비는 모두 그치고, 한국식 초겨울 날씨와 같은 시드니의 아침이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시 시드니 관광을 나섰다.
호텔이 시티에서 가까워서 걸어서 시티를 구경하기 좋았다.
시드니 시청은 언제 봐도 고풍스러운 데가 있었다.
시드니는 현대식 건물과 옛날 건물이 한데 얽히고설켜있다.
이런 건물에서 여전히 시청 업무를 본다고 하니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시티홀 건물 바로 옆에는 QVB 쇼핑상가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몰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라는데, 어쨌든 이쁘고 오래된 옛날 건물이다.
QVB는 1898에 오픈했단다.
엘리자베스 여왕 동상 앞에서 어머니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하 2층, 지상 3층 총 5층 건물의 쇼핑상가다.
천장은 투명해서 한낮에는 햇볕이 건물 내로 비쳐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딱히 쇼핑을 하지 않고 걸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쇼핑상가, QVB다.
계속해서 시드니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예전 내가 이곳에 살았을 때의 이야기를 어머니와 나눴다.
시티투어버스를 보니 시드니가 관광도시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시티를 거닐다 브런치를 먹기 위해 서리 힐즈 빌즈를 들렀다.
시티에서 조금 벗어나야 하지만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 걸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빌즈(bills)는 시드니식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시드니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언제나 만석인 곳이다.
최근에는 서울 잠실과 강남에도 지점이 생겨서 시드니까지 가지 않아도 빌즈의 브런치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내가 시드니를 찾았을 때에는 한국에 지점이 없었는데,
시드니를 다녀와서 서울에서 빌즈 지점을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웠다.
다양한 브런치와 음료를 먹을 수 있게 메뉴가 구성되어 있었다.
아침을 먹었지만 걸어서 시내 구경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다양한 메뉴를 봐서 그런지 금방 또 배가 고파졌다.
Bills, Surry Hills / Lunch
Bills, 잠실 / Lunch
아직 점심시간이 되기 전이었는데,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다.
웅성웅성 조용한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키친 입구에 있는 작은 2인 테이블로 자리를 배정받았다.
주문을 하고 돌아보니 키친이 오픈되어 있어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바로 보였다.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호주에 왔으니,
호주에서 먹을 수 있는 음료를 시키고 싶었다.
나는 호주에 있을 때 즐겨 마시던 카페 모카를 시켰는데,
한국에서와는 달리 Silky Milk를 두껍게 깔고 초콜릿을 갈아 넣어서 단맛이 강하게 나는 게 좋았다.
나는 베이컨과 햄, 그리고 스크럼블 에그(scrambled egg)를 시켰다.
이래 보여도 양이 꽤 많아서 브런치로 먹기에도 든든했다.
어머니는 베이컨 샌드위치와 프렌치프라이를 같이 주문하셨다.
속이 꽉 차 있어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조금 낯선 식사였지만 그래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좋았다.
해외 나와서 같이 이렇게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렵게 잠든 후에 달콤하게 꾸는 꿈만 같았다.
우리 테이블 서빙을 담당해 줬던 직원이 오전 시프트 Shift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했다.
음식 서빙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어머니와 나를 친절하게 많이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
음식을 드시면서 어머니가 직원분이 참 이쁘다는 말을 많이 하셨는데,
그 직원이 퇴근하면서 우리 테이블 근처에 왔길래 어머니 요청으로 사진을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이 사진을 오래 간직하면서 호주를 추억하고 계신다.
아이고 야야,
그때 그 호주에 그 아 안 있나,
눈 크고 얼굴은 조막만 하고, 그 아인나 와.
그 아 그기 또 함 더 보고 싶다.
직원은 퇴근을 했지만,
덕분에 식사를 맛있게 잘 마칠 수 있었다.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잠시 앉아서 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시드니에 와서 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했다.
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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