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 차분한 시드니 시티 투어

[호주여행] 차분한 시드니 시티 투어

국외여행/호주 Australia

2022-04-03 19:17:01


오랜만에 시드니에 들어오니 모든 게 반가웠다.
늘 다니던 거리, 레스토랑, 그리고 상점들이 마치 시드니를 언제 떠나기나 했냐는 듯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당장 일을 해야 했지만, 일을 새롭게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도 비자가 4개월 정도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 현지인 일을 구하기에도 기간이 조금 애매했다.

오늘은 일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반가운 시드니를 다시 만났으니 예전처럼 좀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친구 한 명과 같이 시드니를 다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서큘러키 앞에 있는 헤럴드 스퀘어 Herald Square

곧 호주를 떠나 한국으로 가야만 하는 친구는 모든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길에서 만나는 이런 조형물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기려 했다.
물론 나 역시도 호주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자를 1년 연장할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지 확실치 않았다.

이런 우리의 심정은 아랑곳 없이, 어찌 됐건 평일 낮의 시드니는 한가롭고 여유로웠다.
다시 시드니에 무사히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l 헤럴드 스퀘어 Herald Square l 꽃게가 노니는 잔잔한 분수가 있는 광장이었다.

계속해서 서큘리키로 방향을 잡아 시티투어를 이어갔다.
서큘러키에는 오페라하우스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과 페리를 타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여러 구경 거리가 많았다.



중세 선장님의 코스프레

간혹 호주의 원주민의 에버리진이 그들의 전통악기인 디제리두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코스프레를 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 다른 여러 해외국가, 특히 유럽을 여행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저렇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하면 금액을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당시 호주, 시드니에서는 흥쾌히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기도 했었다.
정말 본인이 즐거워서 코스프레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시에서, 혹은 관광공사와 같은 정부부처에서 관광객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일까.



페리 시간표.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답게 닾게, 페리를 타고 바다 만끽할 수 있다.

시드니는 이탈리아 나폴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힌다.
낮에도 밤에도 시드니의 서큘러키에는 이런 아름다운 항구를 보고 느끼고 체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페리를 타고 직접 근처로 이동을 하거나,
아니면 크루즈를 타고 근해로 나가 바다를 느끼거나 야경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내가 시드니에 있으면서 페리를 이동했던 적은 손에 꼽는데,
하루하루 일만 하며 지내다 보니 페리를 타고 여행을 다니다는 것이 그때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서큘러키의 페리 Ferry

페리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트레인이나 버스를 타면 하버브릿지를 건너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 거리를
페리를 타면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특히 시티쪽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비치(beach)가 북시드니에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 맨리비치 Manly Beach가 서큘러키에서 페리를 타면 10여분 만에 닿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했다.

처음 한국에서 시드니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크리스마스를 맞았는데,
나는 맨리비치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산타모자를 쓰고 비키니 차림에 비치발리볼을 하던 호주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라니,
이 지구상에서 남반구에 있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시간과 계절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기 충분했다.
별 것 아니지만, 여행은 어렇게 나를 깨우고 깨우치고 있었다.



하버브릿지. 시드니를 떠나기 전 혼자 저길 건넜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호주에 몇 없는 흐린 날씨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있는 날을 호주에서는 잘 만나기 힘들다.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하우스 Opera House

오페라 하우스도 그 자리 그대로 잘 지내고 있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이 없는 오페라하우스는 참 여유가 넘쳤다.

처음 오페라하우스를 두 눈으로 직접 봤었던 그날 그때처럼,
오늘 다시 만나는 시드니는 나를 흥분하게 하고 없던 힘이 샘솟게 하는 에너지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오늘 이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가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스트리안 라커리 론 Australian Rockery Lawn, 오페라하우스 옆 넓은 공원이다.

보통은 시드니에 오면 서큘러키를 지나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 앞을 지나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엄청 큰 공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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