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하루 머무는 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왔었는데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에는 날씨가 너무 맑아서 여행하기 좋았다.
숙소 앞 볼쇼이 극장을 또 지나게 되었다.
극장 앞을 지날 때마다, 이번 여행에서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보지 못 한 것이 계속 아쉬웠다.
그리스 신전 같은 입구와, 입구 위에 있는 말 동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여전히 굳게 닫힌 입구만 아쉽게 사진으로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볼쇼이극장에서 길을 건너 다시 붉은광장을 찾았다.
모스크바 마지막 날 딱히 다른 일정을 정해두지 않았는데
붉은광장은 입장료도 없고 다양한 행사를 구경할 수도 있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을 것 같아 다시 들렸다.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 [러시아(23)] 모스크바 붉은광장(1) 부활의 문, 제로 킬로미터
여전히 ‘제로 킬로미터(Нулевой километр, Zero Kilometer)’에는 많인 사람들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중앙에 동전을 놓으며 소원을 비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같이 지켜보며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였다.
부활의 문(보스크레센스키에 보로타)을 지나 붉은광장으로 들어왔는데
어제와 다르게 입구에서부터 많은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토요일을 맞아서 행사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 보였다.
한쪽에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기에는 우리네 장기 같아 보였는데, 움직이는 모습은 체스에 가까웠다.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이 지켜보는 나도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가족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찾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모두들 체험활동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중세 철갑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곳에 관광객이 많이 몰려 있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 생각나게 하는 인형도 보였다.
사람보다도 훨씬 큰 인형이었는데,
저 입으로 호두를 넣으면 아그작 아그작 까줄 것 같았다.
실제로 인형 팔이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사람들 이목을 끌고 있었다.
[모스크바 붉은광장 공연 즐기기]
악단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해 줘서 공연을 즐기며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모스크바 마지막 시간을 붉은광장에서 보내기로 한건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다시 한번 굼(ГУМ) 백화점을 찾았다.
딱히 기억에 남는 장소여서 다시 찾았다기보다는
큰 건물 안에 나열되어 있는 다양한 상점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점심시간쯤 백화점을 찾았는데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보였다.
점심장사를 하면 장사가 잘 될 텐데 주말이라 그런지 보스코 카페(Bosco Cafe)는 늦장이었다.
여러모로 시드니 QVB가 생각이 나는 백화점 내부의 모습이다.
규모는 굼 백화점이 조금 더 큰 것 같았지만 왠지 익숙한 모습에 백화점에 머무는 동안 친숙함이 느껴졌다.
외부의 붉은광장보다는 사람이 적어서 천천히 산책하듯 백화점을 구경하기 좋았다.
건물 가운데가 텅 비어있어서 위층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여유 있게 쇼핑을 하고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일행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붉은 천막이 있는 상점은 가스트로놈 No.1(Гастроном № 1)이다.
일종의 백화점 안에 있는 슈퍼마켓, 마트인 곳인데 각종 식료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이다.
나는 이곳에서 지인들 선물로 러시아 초콜릿과 차 종류를 구매했다.
그렇게 백화점 3층을 천천히 구경 중인데, 저기 멀리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백화점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이렇게 한 곳에 줄을 서 있느라 그랬었나 보다.
이곳은 스톨로바야 No.57(Столовой № 57)이라고 하는 식당이다.
직역하면 ’57번가 식당’이라는 뜻인데, 소련 시절의 식당 분위기에 소련식 뷔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까 카페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없나 의아했는데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왔었나 보다.
러시아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러시아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식당이다.
사실 나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생각했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는 식당이기 때문에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자리를 미리 잡을 수가 없
빈자리가 나면 순차적으로 앉아야 하는 식당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알았다면 점심시간을 일부러 피해서 봐볼 것을, 아쉬웠다.
이쪽 끝에서 백화점 반대쪽 끝을 바라봤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실제로는 막혀 있지만 하늘이 보여 개방감이 있었다.
저기 멀리 끝까지 길쭉하게 뻗은 백화점 건물이 참 이뻤다.
스톨로바야 말고도 백화점 안에는 많은 식당이 있었다.
하지만 스톨로바야 만큼 사람이 많지 않았다.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 종류도 많이 보였다.
아침을 늦게 먹기도 했고 딱히 메뉴가 맛있어 보이지는 않아 점심을 조금 늦춰보기로 했다.
층을 바꾸지 않고 3층을 계속 걸아 백화점 중앙으로 이동을 했다.
어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중앙광장 분수대에서 여전히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많은 수박 중 한 덩이를 아무렇게나 쪼개서 시원한 과육을 맛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3층에서 1층 분수대로 다시 내려왔다.
어제는 아이스크림을 맛봤으니, 오늘은 러시아 수박 맛을 봐야겠다 싶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박을 참 좋아한다.
그렇게 수박을 한 컵 사서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먹었다.
설탕도 꿀도 넣지 않은 수박 그대로의 수박이었지만 엄청 달고 맛있는 수박이었다.
러시아 꼬마 아가씨도 맛있게 먹는 러시아의 수박 맛
나는 한국 돌아와서도 여름에 수박을 먹을 때면 이때 먹었던 수박 맛이 생각이 나고는 했다.
백화점을 둘러보고 테트리트 성을 다시 둘러보기 위해 붉은 광장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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