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8)] 블라디보스토크 라면집, 킹크랩라면과 바닐라 코카콜라

 

 

[러시아(8)] 블라디보스토크 라면집, 킹크랩라면과 바닐라 코카콜라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2023-10-16 23:28:39




러시아 돈을 펼쳐서 한번 찍어 봤다.

여행을 가서 그 나라 돈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뭔가 그 나라의 구성원이 되어 경제활동에 깊이 참여하는, 아주 중요한 구성원이 된 것만 같다.





에어비앤비로 하룻밤 묵어갈 방을 구했는데,

저렴하게 구한다고 구한 것이 어느 가정집의 다락방을 구하게 되었다.

예전에 어린 아이가 사용을 했었는지 벽지가  벅스버니(Bugs Bunny) 캐릭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어릴 때는 치토스과자를 먹고 따조를 모을 때 이 벅스버니 캐릭터들을 봤었던 추억이 있다.





그렇게 체크아웃을 하고 집을 나서는데

문 앞에서 나의 발길을 잡는 고양이 무리가 있어서 또 한참을 고양이랑 노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는데

멘덴의 유전법칙으로 이게, 이게,, 이게 가능한 상황인가 이 색 조합이 이게..??

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참을 놀고서 헤어져야 할 때는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제 해변가를 거닐면서 봐뒀던 라면집으로 가서 킹크랩라면을 먹어보기로 했다.

건물 외관이 이쁘기도 했지만 유창한 한국어로 간판을 멋들어지게 만들어 둔 것도 그렇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 눈길이 안 갈 수 없었던 라면집이었다.

라면집 Ramen Haus

한국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라면, 거기에 킹크랩 조합이라니!!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2023년 10월 현재는 임시 휴업이라고 한다.)





입구에서 바다쪽이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 뷰가 참 좋은 곳에 라면집이 위치해 있었다.

여행 이틀차에도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맘이 편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라면은 비가 오는 날에 먹어야 제맛인 것이다.







가게 1층에 들어서자마자 냉장보관되고 있는 독도새우곰새우, 그리고 킹크랩(대게)이 보였다.

그것도 한글로 친절하게 표기되어 있었는데 정말 한국사람이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독도새우가 판매된다고 하니 조금은 서글픈 마음이 생겼다.

물론 러시아 근해에서 잡힌 새우겠지만, 독도 근처에 서식하는 독도 새우를 러시아에서 판매하고 있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독도가 홍보된다면 좋을 것 같다.



독도새우와 곰새우는 1kg 기준으로 따로 맛을 볼 수 있었고 킹크랩은 M사이즈와 L사이즈로 주문해서 맛볼 수도 있었다.

킹크랩 라면 King Crab Ramen
799 루블 / 약 12,000 원

독도새우와 곰새우, 그리고 킹크랩만 주문해서는 나 혼자 다 먹을 용기와 자신이 없어서

나는 킹크랩 라면만 시켜서 먹어보기로 했다.

라면 한 그릇에 만원이 넘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킹크랩이 포함된 가격이라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킹크랩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건지

직원이 라면에 킹크랩과 새우가 조금 들어간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어떤 맛일지 너무나도 궁금한 바닐라 맛 콜라킹크랩 라면 한 그릇 그렇게 주문을 했고,

가격은 총 949 루블이었다. (약 13,000 원)



1층에서 주문을 하고 주방쪽을 둘러보는데 넓은 주방에 사람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멀리 1층 홀 안쪽으로 라면을 먹는 손님들이 더러 있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눈에 띄는 한국어 안내판

해외에서 한국어를 만나본 사람들은 안다.

이것이 얼마나 반갑고 뿌듯하고 힘이 솟는 일인지를



1층 홀에는 드문드문 손님이 앉아서 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2층에도 자리가 있는 것 같아서 나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둘러보니 2층에는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편하게 라면을 먹기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사진에 보이는 좌석 중에 우측, 벽에 있는 바bar 형태의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 난 창문으로 비가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자리였다.





콜라를 먼저 내어주시길래 한참을 콜라병을 들고 요리조리 구경을 했다.

바닐라 맛 콜라라니, 분명 한국에는 없는 맛이었다.

지금 이렇게 사진을 다시 봐도 바닐라향 가득한 콜라 맛이 떠오늘 것만 같은 강렬하고 맛있는 콜라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라면이 준비되어 왔는데, 라면의 비주얼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은 라면 한 그릇에 대게살이 조금 들어가 있겠거니,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대게 모습 그대로의 다리살과 독도새우까지 들어가 있는 비주얼의 라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봐도 정말 맛있을 것 같은 라면의 모습이었다.



살을 잘 발라 먹으라고 니트릴 장갑까지도 챙겨주셨는데,

그 정성을 봐서라도 살을 알차게 발라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살을 바를 때 뾰족한 다리의 가시에 찔려 장갑이 쉽게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새우와 대게 살을 다 발라 먹을 때까지 장갑이 찢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한 니트릴 장갑이었다.

정말이지 라면국물 한 방울 조차 내 왼손에 묻히지 않고 대게와 새우 살을 알차게 발라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치운 나의 라면 한 그릇

그리고 외골만 남은 새우와 대게였다.

너무 맛있었고 강렬했고 또 뜨거웠던 라면 한 그릇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 라면이 너무나도 먹고 싶은 맘이 드는데, 지금 당장은 러시아를 여행하는 것이 쉽지도 않겠지만,

지난 3년이 넘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지, 가게가 휴업을 했다는 소식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놀러가서 다시 라면집이 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면을 다 먹고 2층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담는데,

그 찰나에 직원이 계단을 올라와 홀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사진에 함께 찍혀버렸다.

내가 갑자기 사진을 찍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더니, 웃으며

네가 왜 미안하니, 사진 찍는데 방해해서 내가 더 미안하지,라고 했던

참 잘 생긴, 그리고 혼자 여행 온 나에게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직원과 그 찰나였다.

나 : Sorry mate.
직원 : Oh you’re not sorry, but I’m sorry for interrupting you.

내가 러시아 여행에서 만난,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던 유일한러시아인과 짧은 인사를 그렇게 주고 받았다.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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