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딩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옥스포드로 이동을 했다.
기차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우리네 무궁화호와는 또 다른 멋이 있는 열차여행이었다.
평일 아침이어서 대부분 관광객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옥스포드에 정차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제때에 열차에서 내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옥스포드를 찾는 것 같았다.
이 중에 옥스포드 대학교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뭔가 부럽기도 하고 신기했다.
나도 최대한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 있는 도시라고 해서 역사(驛舍)도 엄청 크고 멋진 곳인 줄 알았는데
런던의 패딩턴 역과 비교하면 지방의 아주 작은 간이역 같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잘 못 내렸나 싶을 정도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다행히 한편에 놓여 있는 옥스포드Oxford 간판만이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참 정이 가는 역이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오랜 전통과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우리나라 대학교라고 하면
특정 공간에 여러 개의 대학건물이 모여 있고, 그 모여 있는 곳을 모두 아울러 대학교라고 부르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은 꼭 그런 모습으로만 대학교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옥스포드 대학교도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딱 대학교 캠퍼스다라고 정의 내릴 수가 없을 정도로
다시 전체를 아울려 여기저기 대학교 건물이 위치해 있다.
옥스포드 대학교를 모르고 이 마을을 찾는다고 하면
대학교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작은 도시나 마을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교보다는 그냥 마을, 동네의 모습을 한 곳이 바로 옥스포드 대학교이다.
옥스포드 대학교 University of Oxford / Dominus Illuminatio Mea(The Lord is my Light, 주님은 나의 빛)
영국 옥스포드에 위치한 유서 깊은 세계 초일류 명문 대학이다.
1096년에 개교해 9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영어권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이공계열로 영국의 케임브리지, 인문계열로는 이곳 옥스포드를 최고로 꼽는다.
케임브리지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라이벌 교류전(Varsity Match)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딱히 목적지 없이 마을을 걷다 보면 이렇게 하천도 만나게 되
가정집이나 상가도 만나게 되
또 그러다 보면 대학교 건물을 스쳐 지나가거나 간간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대학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건물들이 모두 고풍스럽고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건물에 숨어 있는 OXFORD 현판을 찾는 재미가 있는 옥스포드 대학교, 마을의 모습이었다.
‘대학교정’을 의미하는 캠퍼스(Campus)라는 단어는 영국의 대학 교수들이 미국에 방문했을 때
미국의 드넓은 공간에 건물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대학이 들판 같다’는 의미로 부른 단어라고 한다.
실제 캠퍼스는 들판을 의미하는 라틴터 캄푸스 Campus에서 유래했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서 땅이 작고 좁았기 때문에
특정 공간에 대학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을, 도시가 형성된 후 일부 건물을 대학건물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옥스포드에 가서 내가 느낀 모습은
이 두 장의 사진에 모두 담겨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옥스포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지금 이 모습이다.
높은 건물이 없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 이 골목 같은 거리
이곳이 옥스포드였다.
여담이지만
사진에 보이는 To Let 이라는 단어는
화장실(Toilet)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 중’이라고 하는 부동산 용어이다.
영국, 특히 런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조말론 향수 가게
공항에서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보다 시내에서 여유 있게 선물로 구매하면 공항에서 면세(Tax Free)를 받을 수 있다.
옥스포드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한다면 안되던 공부도 그냥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했던 대학교 교정도 정말 좋았지만
마을 전체를 대학교 교정으로 두고 공부를 하는 느낌을 나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질투가 생겼다.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지나왔더니
마치 중세시대로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런던과는 느낌이 아주 달랐고, 보이는 풍경도 전혀 달랐다.
꼭 옥스포드 대학교를 방문한다는 목적이 없더라도
하루, 혹은 한나절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방문해도 좋은 곳이었다.
우체국 건물도 고풍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우편 업무를 본다는 것도 참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전날 아스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대여(?)했던 시즌권 티켓을 우편을 통해 본 주인에게 돌려줘야 해서
우체국을 이용해 볼 수 있었다.
잊을만하면 나타는 대학교 건물이 나타났다.
유명한 건물 앞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이 건물이 어떤 건물이고, 어떤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보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가이드는 없었지만
대학 건물 앞에는 이렇게 안내표지판이 있어서 그 의미를 알아볼 수가 있었다.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받을 때
건물을 이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가 그래서 많이 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다들 차를 이용해서 이동할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지만
답을 찾지는 못 했다.
특별한 관람 코스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걷고 걸으니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수가 있었다.
그러다 교회도 만나고 넓은 잔디밭도 있었다.
옥스포드 하면 가장 유명한 건물,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우리에게는 해리포터 건물로 더 유명한데,
원래 아름답기로 유명한 건물 내부가 해리포터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 내부로 입장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도 입장을 위해 조금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결국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크라이스트 처치 Christ Church
입장 시간 : (월 ~ 금) 오전 09시 00분 ~ 오후 5시 00분
마지막 입장 시간 오후 4시 15분
입장료 : 성인 10파운드 (약 17,000 원)
내부가 참 보고 싶기도 했는데
줄이 너무 길기도 했고, 차라리 다른 것을 하기 위해 시간을 쓰자는 생각을 해서였다.
식당으로 사용되는 그레이트 홀(Great Hall)은 해리포트 영화와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쁜 외관을 가진 건물
일반 가정집으로 보였는데 저런 집에 사는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서
잠깐 벨을 눌러 주인이 나오면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질 정도였다.
영국엔 빨간 공중전화 부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ATM기도 빨간색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조말론 Jo Malone 매장
이곳에서 필요한 선물을 사기 위해 매장에 들렀다.
직원분들이 참 친절해서 더 기억에 남는 매장이었다.
누구에게 선물하는지, 어떤 목적인지, 선물 받는 분의 성향은 어떤지를 물어보시
몇 가지 향수를 추천하고 또 직접 향을 맡게 준비를 해주셨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향수를 고르는데 그 시간 내내 정상을 다해 우리를 맞아 주셨다.
마케팅, 홍보 일을 하는 나에게 있어
그러한 고객응대가 가장 좋은 마케팅이고 브랜딩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나는 조말론 향수를 볼 때면 이 날, 이때의 분위기와 직원이 생각난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근처 펍에 들려서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한낮에 마시는 영국의 맥주는 지친 우리를 실컷 위로해 주고 힘을 북돋아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총부를 자처했던 나는
우리 일행 세 명의 여행비용을 내 지갑에 넣어 놓고 필요할 때 사용을 하고 있었는데
펍에 도착해서 맥주를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찾는데, 항상 가방 안 그곳에 있어야 했던 내 지갑이 보이지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돌려보니,
낮에 잠시 들렸던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산을 하고 지갑을 카운터 위에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옥스포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찾은 지금의 펍에서 낮에 들린 패스트푸드점이 멀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맘을 안고 급하게 뛰어가서 지갑을 찾았는데,
다행히 나를 알아본 카운터 직원이 해맑게 웃으며 내 지급을 내주 주는 것이 아닌가.
내가 기억하는 런던, 옥스포드, 그리고 영국의 기억은 이런 좋은 기억들이 가득하다.
그때 느꼈던 아찔한 마음이 추억을 정리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금 밀려드는 것 같다.
오후 5시 1분
패딩턴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다시 옥스포드 역에 도착을 했다.
플랫폼에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런던에서는 바우처로 바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옥스포드 역에서는 준비한 바우처를 보여주고 확인표 같은 것을 교환한 후에 기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어쨌든 한국에서 미리 표를 예약하고 바우처를 준비해 온 것이 참 유용했다.
다시 1시간 여를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다시 찾은 패딩턴 역은 어느새 엄청 익숙한 모습이 되어 우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출퇴근을 위한 목적인지
많은 자전거가 역사 내 자전거 전용 주차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영국사람들도 참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차들도 자전거도 나름의 규칙을 잘 지키며 도로를 이용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퇴근 시간, 러시아워가 시작되기 전에
패딩턴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그렇게 역사를 빠져나왔다.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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