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의 색깔은 전 세계 공통으로 빨간색이다.
그런데 모습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답게, 우체통도 신사처럼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런던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모습들이 있는데
빨간 이층버스, 모자 같은 택시,
그리고 이 빨간 공준전화 부스가 있을 것 같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중전화지만
강렬한 붉은 색의 전화부스를 마주치면 왠지 시선이 가게 된다.
규칙적으로 만들어낸 유리창과 가느다란 창살이 정갈하
지붕에 있는 TELEPHONE 문구와 왕관은 가던 발걸음도 멈추게 할 정도로 이쁘게 생겼다.
지하철을 타고 존스우드(John’s Wood Station) 역으로 이동했다.
런던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야 하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역에는 비틀즈 커피숍(Beatles Coffee Shop)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를 추억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 이 커피숍을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내 목적지가 이 커피숍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록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스튜디오가 있는
애비 로드(Abbey Road)에 가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애비 로드 Abbey Road
영국에서 1969년 9월 26일 발매된 비틀지의 열한 번째 앨범 제목(Title, 타이틀)이다.
미국에는 1969년 10월 1일 발매가 되었는데, 비틀즈가 그룹으로 녹음한 마지막 앨범이 됐다.기록상으로는 렛잇비(Let It Be) 앨범이 1970년에 발표되어
녹음은 애비 로드, 발표는 렛잇비 앨범이 마지막으로 기록이 되었다.본래 애비 로드는 런던에 있는 거리 이름인데,
이 앨범을 녹음했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당시에는 EMI 스튜디오)가 이곳에 있었고
앨범 타이틀도 이 거리엣 촬영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Abbey Road, the Beatles
이 커버(Cover)를 촬영하게 된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사전에 어떤 기획이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
앨범을 녹음하고 커버 촬영을 할 때 폴 매카트니의 제안으로 스튜디오 앞에서 촬영을 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스코틀랜드 출신 이안 맥밀런(Ian McMillan)이 촬영을 했다.
경찰에게 요청해서 도로를 통제하는 잠시 동안 길 가운데에 촬영용 사다리를 놓고 그 위에서 촬영을 했다.
멤버들은 6번 횡단보도를 건넜
실제 사진 촬영은 10여분 만에 끝이 났는데
사진 촬영 당시 비틀즈 멤버들은 관계가 경색되어 있을 시기였고, 해체하기 불과 몇 주 전이었다고 한다.
폰 매카트니는 담배를 손에 뒤고 있고 표정이 어두워,
폴이 죽었다(Paul is dead)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비틀즈의 성지로 향하는 길
지하철 역에서 애비 로드까지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길 주변으로 나즈막한 주택이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마을이었다.
애비 로드에 도착했을 때
많은 관광객이 차가 오지 않는 찰나를 활용해서 이미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혼자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용기가 생겼다.
왕복 2차선 도로에 차량 이동량이 많지 않아 건널목 신호등이 따로 있지는 않았
잠시 차들이 없는 순간에 자유롭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이곳에서 수시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아는지 차들도 속도를 많이 내지 않았
심지어 사람들이 횡단보도 가운데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보채지 않고 잠시 기다려주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관광객은 아니었다.
실제 이곳은 주택가였기 때문에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고 있었다.
여유로운 런던의 어느 작은 마을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관광객이 비틀즈를 생각하며 길을 건너는 비중이 월등히 많았다.
50년 전에 찍은 사진 한 장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찾아오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음악과 사진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았다.
비틀즈의 첫 무대는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이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촬영한 마지막 커버사진으로 이렇게 런던에서도 비틀즈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영국의 록밴드였지만 전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던 탓에
나를 비롯해서 동양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비틀즈 멤버는 4명인데,
4명을 맞춰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앨범 커버처럼, V자 모양으로 발걸음을 맞춰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또 횡단보도 바로 앞으로 3개의 길이 만나는 3거리, 회전 교차로가 있는데,
그 교차로 가운데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삼각대나 친구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고는 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애비 스튜디오(Abbey Studio) 입구다.
정말 건물을 나오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횡단보도인데,
실제 이곳을 건너 사진을 찍었을 비틀즈를 생각하니 신기했다.
그때와 지금은 건물도, 도로의 모습도 조금은 바뀌었지만
비틀즈이 노래와 정신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하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
차가 안 오면 이렇게 도로 한가운데에서도 사진을 찍는데
이런 모습은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애비 로드, 비틀즈 횡단보도와 이어지는 건물,
애비 하우스(Abbey House)
예전 애비 스튜디오가 있던 곳이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고,
밖에서 사진으로만 남겼다.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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