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빅벤 시계탑과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늦은 오후,
하루 해는 내 마음도 모르고 뉘엿뉘엿 저무는 중이었다.
가는 길에 검은 조형물이 하나 보였는데,
세계 2차대전에 참전했던 여성 군인을 기리기 위한 내용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먼 과거가 아니라 아직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가까운 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둘러보면 전쟁의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에 닿았다.
지하철을 타고 왔다면 빨리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내 여행 방식이 이렇다.
느리고 더디고, 또 걷는 여행
대신 천천히 여행지를 경험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여행이다.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 입구를 지나 코너를 왼쪽으로 돌면
바로 빅벤이 눈앞에 나타난다.
오후 8시 정각에 빅벤에 도착했다.
마침 빅벤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런던에, 빅벤에 온 것을 축하라도 해주는 듯한 소리였다.
사진으로만 봤던 빅벤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엄청 큰 규모로 우뚝 솟아 있는 시계탑이었다.
런던의 상징 빅벤 앞으로
런던의 상징 붉은색 2층 버스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영국은 영국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영국의 국회의사당 건물과 붙어 있는 시계탑의 모습이다.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엄연히 다른 건물이다.)
빅벤 Big Ben
영국의 국회의사당 북쪽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시계탑이다.
빅벤은 ‘크다’는 뜻의 Big과 시계탑의 설계자 ‘벤자민 홀(Benjamin Hall)’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처음 건축 당시에는 시계탑 안의 13.5톤(t)에 달하는 종을 부르던 이름이었다가,
현재는 종을 포함하여 시계탑 전체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높이 96m, 시계 문자판 지름은 7m다. (시침 2.9m, 분침 4.2m)
시계가 처음 작동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1959년 5월 31일,
처음 시계가 가동되기 시작했고, 그때 시계 밑에 라틴어로
‘주여, 빅토리아 여왕을 구워낳소서’라는 글을 새겼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2012년)에
‘빅벤’의 공식 명칭은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로 변경됐지만
아직도 ‘빅벤(Big Ben)’으로 더 많이 불리는 시계탑이다.
카메라로 빅벤의 모습을 한 번에 담기가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큰 건축물이었다.
끝이 뾰족했고, 국회의사당도 뾰족했다.
그리고 외벽이 울퉁불퉁해서 시계탑이 유난히 더 커 보이는 느낌이 들게 했다.
국회의사당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돔(dome)식 국회의사당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런 고딕양식(Gothic art)의 국회의사당에서 근무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같은 고궁에서 공무를 보는 느낌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조금 멀리서 국회의사당과 같이 사진에 담으니 건물이 정말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작네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사진에 웅장함과 거대함을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더 오래오래 눈으로 담아가고 싶었다.
빅벤과 국회의사당은 탬즈강 강변에 있는데,
맞은편에 런던을 대표하는 또 다른 랜드마크인 런던아이(London Eye)가 있다.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만든 엄청 큰 대관람차인데,
영화나 영국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명소 중에 하나였다.
예약을 하고 타볼 수도 있었는데, 혼자서 굳이 타고 싶지는 않았다.
런던아이도 강변에 있으면서도 정상에 갔을 때 런던을 모두 조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씩 해가 지면서 조명이 켜지는 탬즈강변이 아름다워서
그냥 이곳에서 계속 저녁을 보내보기로 했다.
탬즈강을 건너서, 멀리서 국회의사당과 빅벤 전체를 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이미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정도로,
이곳도 빅벤을 바라보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빅벤의 밤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겼다.
저녁에는 조명을 켜서 또 다른 색깔과 멋이 있었다.
어제저녁 늦게 런던에 도착해서,
따지고 보면 오늘이 런던의 첫 저녁이었다.
이곳에 오래 서서 오늘 하루 돌아다녔던 런던을 되돌아봤다.
런던아이에도 불이 들어왔다.
런던의 저녁도 한국의 저녁과 다르지 않게 화려했
또 관광객과 저녁을 즐기려는 현지인들이 몰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10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영국은 저녁에 제법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추웠다.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하기도 했고, 추워서 밖에 더 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집에 가서 씻고, 침대에 누우면 기절할 듯 잘 것 같았다.
아직 런던에 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집에 가면서도 뒤를 돌아 빅벤을 보고 보고 또 봤다.
이 설렘과 아쉬움,
그리고 오늘의 날씨와 이 거리의 적당한 소음, 향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2016.08.08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