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폴 대성당을 나와서 시내를 걸어서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는 대영 박물관으로 정했다.
지금은 영국 박물관(The British Museum)으로 불리지만, 처음 런던을 찾았을 때는 대영 박물관으로 불리었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영국 박물관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쓴 엽서를 우체국에 들러서 국제우편으로 보내
다시 가던 길을 이어 갔다.
길을 걷다가
런던의 킹스 크로스(Kings Cross)도 만났다.
이전까지 내가 알던 킹스 크로스는
남반구 최대의 유흥가였다.
[국외여행/호주 Australia] – [호주여행] 시드니 마디그라 축제 Sydney Mardi Gras Parade
호주가 영국령이다 보니, 영국의 도시, 거리 이름을 많이 따다가 호주의 도시, 도로명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그 킹스 크로스를 여기서 만나다니, 참 반가웠다.
내 호주 1년 살이가 결코 헛된 게 아니었다.
드디어 만났다.
대영 박물관, 아닌 영국 박물관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가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종교시설과 박물관이다.
이번 여행에도 빼놓지 않고 영국의 박물관을 방문하고자 했는데,
우연찮게 세인트 폴 대성당 다음 일정으로 영국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영국 박물관 맞은편에는 이런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는데,
정말 일반 주택가 사이에 덩그런히 놓여 있어서 조금 새롭기도 했다.
박물관 입구다.
이곳을 지날 때는 설레여서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을 이렇게 두 발로 걸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다.
박물관 입구에 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우리네 박물관과 달리, 박물관 외관이 그리스의 어떤 신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놀라지만,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앉고 눕고 뛰어노는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부러웠다.
유명 관광지에 입장할 때면 소지품 검사를 꼭 하는 것 같았다.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에서 개인 소지품을 열어 보이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내 소지품을 모두 내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꼼꼼하게 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영국 박물관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이 사진이었다.
건물을 딱 들어서면 나오는 넓은 로비와 하얀 페인트의 벽, 그리고 그물망 같은 천장의 모습
직접 눈으로 보니 너무나 기쁘고 즐거웠는데,
그런데 사람이 너무, 너무너무 많아서 조금 어수선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할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표를 끊으며 오디오 가이드가 매진되었다는 안내를 보니 왠지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영국 박물관 The British Museum
영국 런던에 위치해 있으며 방대한 양의 희귀하고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공박물관으로 개관하여 현재까지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관람시간 : (일~토) 오전 10시 00분 ~ 오후 5시 00분
입장료 : 무료
처음 마주하는 공간은 어느 큰 저택의 서고 같은 공간이었다.
작은 유물들이 벽장과 거실의 진열장에 아기자기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조작상인지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소개되어 있는 글을 보고서 이름을 속으로 부르며 조각상과 매칭을 시켜 봤다.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유물도 많이 있었다.
그냥 봐도 엄청 귀해 보였다.
이렇게 관람 가이드 선이 없이 그냥 방에 물건을 놓아 두듯 유물을 놓아뒀는데,
누구 하나 손으로 만지는 사람 없이 눈으로만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중에 낯이 익고 아는 이름이 발견됐다.
아폴로 Apollo
로마의 신 중 하나로, 신화에서 본래 이름은 아폴론으로 불린다.
아폴로 Apollo (Apollōn / Απόλλων. Απόλλωνας / Apollonas 아폴로나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이며,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남매다
태양, 음악, 시, 의술, 궁술, 예언의 신이다.
상징하는 식물은 월계수, 올리브 나무, 종려나무
상징하는 동물은 돌고래, 백조, 뱀, 사슴, 까마귀다.
이어서 나타난 조각상은 비너스(Venus)
왠지 각티슈가 생각이 나는 이름이다.
이래서 광고, 브랜딩이 중요하다.
비너스 Venus
로마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와 함께 이야기되고는 한다.
그 와중에,
어떻게 돌을 저렇게 맨들맨들하게 깎았을지 궁금해졌다.
신들의 신, 제우스(Zeus)가 나타났다.
제우스 (Zeus / Ζεύς / Δίας)
우라노스의 손자이자 크로노스의 아들이다.
올림포스 12신 중 으뜸이자 신들의 왕이며, 하늘을 지배하는 신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주인이자 지배자이자 주재자이며, 곧 만물의 아버지로 불린다.
율법과 정의와 사랑을 관장한다.
이런 조각상은 진짜 어떻게 깎았을지 궁금해지는 조각상이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정말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
전시관과 전시관을 이동하는 사이에도 이렇게 많은 유물들이 어색하지 않게 놓여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동하는 모든 공간과 함께 하는 매 순간이 관람이 되고 있었다.
이거는 투탕카맨일까?
사람과 고양이를 합쳐 둔 것 같았는데, 크기가 실제 사람보다 훨씬 크게 조각이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매끈하고 정교했다.
일반 돌이나 바위도 그 의미를 담으면 유물이 된다.
그 옛날, 종이가 없었을 때 벽이나 바위, 돌에 그림문자를 새길 생각을 했다는 것
그리고 수 천년이 지난 후에 그것이 유물이 되어 그때 그 의미가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유물다웠다.
이집트 시대에 사용했던 유물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내가 그때 만들어진 유물을 본다는 것이
그 당시 살아가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에 가면 묘한 느낌이 있다.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드는 유물이었다.
입체감이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시아권에서 온 관광객도 너무 많았는데, 그래도 관람을 하는데 크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만큼 박물관 규모가 크고, 유물은 많았다.
로보트 태권브이의 쇠주먹, 아니 돌주먹
그냥 돌이 아니라, 조각이고 작품이 되는 주먹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 바위에 글을 새긴,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이다.
얘기로만 들어오던 로제타 스톤을 눈으로 직접 보니 너무 신기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실제로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회와 감정은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로제타 스톤 (로제타 석, Rosetta Stone)
기원전 196년, 고대 이집트의 라쉬드(로제타)에서 발견된 비석으로,
고대/고전 이집트어의 해독 시발점으로 꼽히는 유물이다.
주요 내용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플톨레마이오스 5세가 사제들에게 큰 은혜를 베푼 것을 찬양한다는 것이다.
아직 전체 내용이 학계에 온전히 해석되어 인정을 받지 못해 논쟁 중이다.
처음 로제타 스톤이 발견된 당시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1799년 7월, 당시 이집트 원정을 떠났던 프랑스군이 진지를 구축하던 중에 발견되었다.
처음 발견한 프랑스 ‘피에르 부랴르’ 중위가 주춧돌로 사용하기 위해 막 다뤘는데,
함께 있던 고고학자들이 이를 말리고 따로 보관을 해뒀다고 한다.
프랑스 학자들이 이를 보고 프랑스로 가져가려 했는데,
1802년 이집트 원정이 실패하자 나폴레옹이 본국으로 떠나버렸고,
미처 이집트를 탈출하지 못 한 프랑스군을 무사 귀환시켜 주는 조건으로 영국군이 손이 넣게 된다.
그렇게 영국으로 온 로제타 스톤이 진품이 영국 박물관에 전시되게 되었다.
스토리를 알고 보면 너무 재미있는 박물관 구경이다.
로제타 스톤의 인기가 어머어마했다.
지금도 이집트에서는 로제타 스톤을 돌려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영국 정부의 입장이래도 돌려줄 리 만무(萬無)할 것 같다.
덩그러니 누워 있는 관도 있었다.
안에 미라가 있을지, 관 뚜껑을 빗겨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감히 용기를 낼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국제적 민폐 관광객이 되기 싫었다.
람세스 2세
이집트 신왕국 제 19왕조의 제 3대 피라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파로오 중 한명이다.
출생은 기원전 1303년, 사망은 1213년이다 (90세)
글이 많이 보급되기 전, 그리고 기록 문화가 거의 없던 시절
이러한 유물 하나가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후세에 이러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고 이런 유물 하나는 한 편의 글귀보다 더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이 확실히 들게 만드는 전시실 구조였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갈 때면
꼭 조명이 거의 없는 깜깜한 복도를 지나야 만 하는 것처럼,
현실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몰입되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사자 사냥
그 옛날에도 사자를 사냥하는 것은 위대하고 숭고한 업적이었나 보다.
이렇게 조각을 남길 정도로
고대 그리스어 같은 글귀
우리네 박물관에서도 조선시대에 사용된 한글을 전시하고 보존하고 있는데,
새삼 정조대왕의 한글 손 편지가 눈에 아른 거렸다.
영국이 이 많은 유물을 대영제국 시대에 많은 나라에서 수집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 지금에서 의미를 부여하자면 탈취를 한 것이지만 그때는 수집이 맞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네 유물들도 일본에, 스페인에, 프랑스에, 영국에 많이 빼앗기지 않았나
너무 아쉬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또 그러한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지.
우리네 유물이라는 것을.
그러니 남의 것도 많이 보고, 깨어있어야 한다.
이스터 섬(Easter Island)의 모아이 석상을 닮았다.
지금도 내 최애 가수는 서태지인데, 서태지의 8집(2009년) 모아이(Moai)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영국 박물관에는 너바나(Nirvana)의 네버마인드(Nevermind) LP판도 전시되어 있다.
저 표지 사진이 엄청 유명한데, 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어쨌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역사로 기억될 사진과 가수들이지 않나 싶다.
한참을 관람하며 시간을 보내고 처음의 로비로 나왔다.
다시 만난 로비가 너무 반가웠다.
시간을 보니, 4시간을 박물관에서 보내고 나오는 길이었다.
오늘 아침 7시부터 바지런히 움직이고,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눈으로만 훑고 지나치고,
테이트 모던, 세인트 폴 대성상의 전망대에 올라 런던 시내를 조망하는 것을 포기하
영국 박물관을 향했던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을 박물관에서 보내고 싶었던 소망이 있어서였다.
원래 내 계획은 2시간 30분을 박물관에서 보내는 것이었는데,
30분 단위로 일정을 짜놨던 내 스케줄이 단번에 박살이 난 곳이 바로 이 영국 박물관에서였다.
아직 그러 싸한 점심을 먹지도 않았고,
혹시나 점심을 못 먹으면 파이브가이즈(Five Guys)에 가서 간단히 버거를 먹을까 했는데,
사실 그럴 시간도 없을 정도로 다음 일정이 빠듯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것,
그리고 버로우 마켓에서 샌드위치(Butty) 하나를 와그작 먹어둔 것이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촉박한 일정에 쉬지도 못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영국의 날씨는 아침부터 계속 흐린 채로 오후를 맞았지만,
다행히 한낮에도 덥지 않은 날씨였고, 우려와 달리 비도 내리지 않아 걷고 관광하기에 딱 좋았다.
문제는 다급한 내 마음뿐이었다.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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