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벗어나면 눈앞에 밀레니엄 브리지가 나타나는데,
멀리서도 거대한 세인트 폴 대성당의 외관이 눈에 같이 들어온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다들 일은 안 하는가?
다리 위에도, 밑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다리 아래로는 프리마켓을 연 것 같은 임시 상점이 더러 보였다.
다리는 건너는데, 멀리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침에 지나왔던 타워 브리지가 보이고, 타워 브리지 넘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큰 불이 난 것 같은데, 사람이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영국은 불이나면 어디로 전화를 해야 하지?
999번인가?
다리를 조금씩 건너갈수록 세인트 폴 대성당 실물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멀리서도 엄청 커 보였는데, 가까워질수록 더 웅장해 보였다.
말로만 듣던 세인트 폴 대성당이라니
시티 오브 런던 스쿨
런던의 사립 남자, 독립학교다.
시티 오브 런던 여자학자학교와 시티 오브 런던 프리맨스 학교의 협력 학교다.
세 학교 모두 명성이 높은 학교로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은 갖는 학교이다.
다리의 끝과 길이 만나는 곳이, 세인트폴 대성당 입구와 이어져 있었다.
성당의 중앙 출입구로는 성당 안으로 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리를 건너 쉽게 성당까지 갈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성당은 웅장한 규모 외에도 참 매력이 많은 건물로 느껴졌다.
건축양식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참 포근하고 위엄이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 건너온 밀레니엄 브리지와 멀리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보였다.
조금 전에는 내가 저기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있다.
건물을 왼쪽으로 돌아 입구를 찾아 나섰다.
성당 안으로는 서쪽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성당을 돌아가며 외관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여행가에게 이정표는 참 반가우면서도 고마운 존재이다.
스마트폰에 검색만 하면 원하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지만, 그래도 이정표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건물 앞에 입구가 있었지만 성당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성당 뒤편으로 돌아 외관을 더 구경했다.
성당 뒷편으로는 잔디가 깔린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잔디에 들어가지 말라고 줄로 선을 쳐두고 눈으로만 잔디를 구경했었는데
영국에서는 자유롭게 잔디에 들어가서 도시락도 먹고 친구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드니에서도 ‘잔디를 밟고 가주세요’라는 푯말을 본 적이 있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잔디를 밟고 앉으면서 잔디밭을 활용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을 잔디에 앉아 같이 먹으며 얘기하는 모습이
충격적이고 부러웠다.
영국과 유럽에서 성당이 가지는 의미는 일반적인 종교적인 의미 그 이상을 가진다고 한다.
영국에서 성당 중의 성당이라고 일컫는 세인트 폴 대성당은 그 명성만큼이나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당의 입구에는 계단이 있는데,
잔디밭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 입구는 예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 비가 결혼하는 영상에서 본 적이 있었다.
영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고 높은 입구였다.
아, 저기를 다이애나 왕세자 비가 걸어갔겠구나!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 봤다.
이런 티켓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념품이 될 수 있다.
세인트 폴 대성당 St. Paul’s Cathedral
중세시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웨스트민서터 사원이 왕족과 함께 해온 상징이 있다면, 세인트 폴 대성당은 서미들과 함께 해온 곳이다.
1675년 런던 대화재로 완전히 불타 버렸지만, 35년을 투자해 재건축했다.
1965년 윈스턴 처칠의 장례식,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 비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다.
관람 시간 : 오전 8시 30분 ~ 오후 4시 30분 / (수요일) 오전 10시 00분 ~ 오후 4시 30분 / 마지막 입장 오후 4시 00분
입장료 : 18 파운드 (23년 현재 성인기준 20.50 파운드 / 약 31,000원)
바닥은 체크무늬였다.
체스 판이 생각이 나는 바닥이었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높은 천장으로 빛이 흘러들고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낮체도 빛을 내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그곳 종교시설을 꼭 들리는 편이다.
내 종교 신념을 떠나서, 여행지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시설도 둘러보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세인트 폴 대성상에 가서도 눈으로만 보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보내며 성당을 친해지려 했다.
사람이 적은 곳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성당을 구경했다.
예전에는 위인이 운명을 달리하면 성당에 그 시신을 모셨는데,
세인트 폴 대성당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위인의 시신이 모셔져 있다.
누가 잠들어 있는지 찾으며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았다.
초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구로 조명을 꾸며놨다.
회색 성당 기둥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자세히 보면 기둥 하나하나에 섬세한 조각을 심어 뒀는데,
바라만 보는 것으로 17세기 중세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당 가운데에 종교적인 의식을 치루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성당을 잘 모르는 나는 어떤 의식인지는 몰랐다.
그래도 그 의식이 모두 끝날때까지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돔 아래에서 돔을 올려다 봤다.
밖에서 보던 것과는 반대로 조금은 포근한 느낌이 드는 돔이었다.
빈 틈으로 빛이 쏟아지고 있었고, 돔 아랫부분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돔 위쪽으로도 올라가서 런던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위쪽으로는 올라가 보지 않았다.
중앙 홀은 엄청 넓었는데,
다이애나 세자비 결혼식 때 이곳에 사람이 가득했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대단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관도 정말 멋진 성당이었다.
이곳에서 결혼을 하는 느낌이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성당 중앙을 옆으로 돌아서 더 깊숙한 곳으로 가봤다.
성가대가 앉을 것 같은 긴 의자와 작은 제단 같은 것이 보였다.
하나하나 모두 의미가 있을 텐데, 나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성당 안쪽에서 오래된 명패가 벽과 바닥에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모든 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가만 보니 아마 위인을 모신 시신의 위치와 명패 같아 보였다.
아래 사진은 세인트 폴 대성상을 설제한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을 모신 명패이다.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는데,
작은 홀 안에는 넬슨제독의 관이 놓여 있었다.
말로만 듣던 넬슨제독이었다.
이순신 장군과 견줄 수 있는 넬슨제독(Horatio Vics Nelson, 헤레이쇼 자작 넬슨)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 허레이쇼 넬슨제독의 관이었다.
이순신 장군과 같이, 프랑스 소총수의 총탄에 맞고 해전 승전 직전 사망한다.
나폴레옹으로부터 영국을 구한 영웅.
넬슨제독의 관은 당시 트라팔가 해전 승전 후 파괴된 프랑스 전함의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전쟁(6.25) 기념판도 있다고 하던데, 넓디넓은 성당 내부에서 현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성당의 모형을 보니 성당 전체의 외관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정교하게 참 잘 만들어 뒀다.
시간 대 순서로 성당의 역사를 정리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던 대화재로 성당이 불탔지만 이렇게 다시 재건한 것도 대단하다 느꼈다.
조금 전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봤던 화재가 생각이 났다.
지금쯤이면 불은 소방관에 의해 진압이 되었을까.
그리고 1770년,
쿡 선장(캡틴 쿡, Captain James Cook)이 호주에 발을 딛었던 내용도 적혀 있었다.
나는 시드니에서 캡틴 쿡 디너 크루즈를 한 적이 있는데,
새삼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국외여행/호주 Australia] – [호주(12)] 시드니 캡틴 쿡 크루즈 디너 Captain Cook Cruise Dinner, Sydney
그리고 1981년 다이애니 세자 비의 결혼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봐도 참 가슴 시린 사진이고 역사적 사실이다.
성당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기념품 샵에서 엽서를 4장을 사서 지인에게 보내기로 했다.
한 장 한 장 엽서를 쓰는데, 지구 반대편에 있을 한국의 친구들에게 엽서를 쓴다는 것이 느낌이 묘했다.
성당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당 앞 계단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성당을 보고 나서 다시 이런 모습을 보니, 런던이 가지는 느낌이 참 풍요로우면서도 여유롭다는 것이 느껴졌다.
여행이 이래서 좋다.
세인트 폴 성당 앞에 폴 카페
앉아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었는데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다행히 길은 조금 내리막이었고,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다시 스며들기 좋았다.
여행객이 아니라 런던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가까운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한국으로 붙였는데,
여행객이 아니라, 마치 런던에 오래 머물면서 한국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 같았다.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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