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바로 옆에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있다.
예전 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발전소 굴뚝이 멀리서도 확인되는데,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니 규모가 엄청났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 Tate Modern
방치되어 있던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현대 미술관
관람시간 : 매일 오전 10시 00분 ~ 오후 6시 00분
입장료 : 상설 전시관 무료
템즈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를 건너 세인트 폴(St. Paul) 대성당을 바라보고 있다.
많은 런던 사람들이 여유롭게 템즈 강변을 거닐고 있었다.
테이트 모건 미술관은 굴뚝이 얼마나 높고 웅장한지,
미술관 입구와 그 앞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레고 장난감 같은 모습 같기도 했다.
굴뚝의 높이는 99m라고 한다.
영국, 그리고 런던이라고 하면 산업혁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서 많은 전력을 공급했을 발전소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그런 발전소를 허물지 않고 현대미술관으로 활용을 하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갑자기 찰리 채플린이 주연을 했단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1936년)가 생각났다.
테이트 모던은 2개의 메인 빌딩이 있고,
2개의 빌딩을 이어주는 가운데 브리지(Bridge) 빌딩이 있는 구조이다.
내가 이용했던 탬즈강 입구(River Entrance)를 통해서는 보일러 하우스(Boiler House)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보일러 하우스는 6층까지 되어 있었는데, 뒤편의 스위치 하우스(Switch House)는 굴뚝 높이에 맞춰 10층까지 되어 있었다.
층별 안내문에는 0층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는데,
0층은 넓은 홀을 가지고 있어서 1층에서 0층을 바라보면 미술관이 정말 크고 넓고, 또 웅장해 보이도록 했다.
현대 ‘미술관’이라고 해서 그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현대’ 미술관이다 보니, 다양한 조각과 설치미술들이 많이 놓여 있었는데,
블록을 깔아 놓은 것을 설치 미술이라고 소개를 하는 부분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블럭 자체가 작품이라니 보다는, 사람들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만든 결과물이 작품이 되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이 작품에 참여하고 몰입하게 만들어 현대미술작품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미술, 작품은 만지지 않고 눈으로만 봐야 한다는 내 이론과 가치관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사진도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
오래된 사진 한 장 앞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바라봤다.
나를 바라보는, 런던의 한 할머니가 내 할머니, 내 외할머니인 것만 같아서 가슴이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시대가 언제일까
산업혁명? 1차 대전?
아니면 윈터스(Richard Winters) 중위가 활약했던 2차 대전 시대?
할머니는 아들을 그리워하고 걱정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대형 그림도 많이 있었다.
작가의 의중을 다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이 그림은 21세기 디지털 세상을 표현한 것 같은 그림이었다.
그림, 사진, 설치미술이 조화롭게 놓여 있는 미술관이었다.
공간과 공간을 이동할 때, 자투리 공간도 참 잘 활용을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눈에 익은 작품도 많이 있었는데,
앤디워홀(Andy Warhol)의 마릴린 먼로 작품도 있었다. (Marilyn Diptych, 1962년)
또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Bowl of Fruit, Violin and Bottle (1924년) 작품과, Bust of a Woman (1944년) 작품도 있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말로만 듣던 피카소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이번 여행이 참 의미가 있어지는 것 같았다.
100년 전에 어떻게 이렇게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지, 정말 대단한 피카소다.
이번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관람하기로 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물론 앤디워홀, 피카소 작품을 실제로 본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세계에 이름을 떨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비디오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더 설레게 했다.
관림을 이어가면서 점점 백남준을 알리는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무심결에 발걸음을 옮기는데,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오래된 오디오를 쌓아 탑을 만든 백남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단순히 조형물로서도 멋진 작품이었지만, 오디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작동하는 오디오로 만들어, 눈으로만 보지 않고 귀로도 작품을 듣고 보는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백남준 작가는 책으로만 보고 상상만 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게 되니 감격스럽고 뿌듯했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일보는 바닥에 앉아 한참을 작품을 바라보는 모습도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세 계란(Three Eggs, 1975년-1982년)이다.
2개의 실제 계란과 2개의 컬러TV, 그리고 카메라를 활용했다.
계란 1개는 카메라가 비추고 있고,
그렇게 비친 계란은 컬러TV에 송출이 되지만, 다른 하나는 TV안에 실제 계란을 넣어 뒀다.
보면 볼수록 다양한 의미가 있고 큰 울림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표현을 넘어 어떤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백남준 작가의 2002년 작품, Bakelite Robot
팔과 다리에 있는 모니터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많은 감정 이입이 되고 몰입이 되었던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었다.
2006년, 백남준 작가가 영면에 들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같은 시대에 이렇게 멋진 작가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 그의 작품으로 다시 작가와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미술관에 가면 큰 작품과 거대한 그림, 그리고 몰입을 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겸손함을 갖게 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생각하지 못 한 작가의 작품을 맞이하는 것
그리고 그런 작품을 관람객과 같은 공간에서 바라보는 것
그러면서 그들은 어떤 해석을 할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미술관, 박물관의 매력인 것 같다.
그림이 아니라 처음에는 사진으로 착각을 했던 그림이었다.
너무 리얼하게 잘 그려서 또 한 참을 시간을 들여 감상을 했다.
인물의 표정과 바이올린이 참 대조적이었다.
나는 크게 공감을 못 했지만,
엄청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관람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포토샵 그라데이션(Gradation)이 아니라, 화가가 손으로 색깔의 흐름과 변화를 표현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박물관에서 한참을 놀고 나왔더니 시간이 꽤 오래 지나있었다.
탬즈 강과 밀레니엄 브리지, 그리고 세인트 폴 대성당을 보니
조금 전 미술관에 있던 감정들이 다시 런던 시티로 옮겨오는 것 같았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는 전망대도 있었는데,
런던 시내를 멀리 조망하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세인트 폴(St, Paul) 대상당을 직접 걸어가보기로 했다.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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