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 레스토랑 Back Yard

[호주여행] 레스토랑 Back Yard

국외여행/호주 Australia

2022-03-05 00:30:38


내가 하는 일은 레스토랑에서도 키친, 그 중에서도 주로 설거지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설거지만 하는 것은 아니고 요리를 하기 전에 필요한 재료를 다듬는 일이나
주문이 들어오면 준비된 재료를 쉐프가 요리를 하기 편하게 내어주는 역할도 있었다.

베네갈을 넣고 스시용 밥을 만들 수 있고,
타르타르 소스를 직접 만들 수도 있으며,
연어의 머리를 발라내고, 몸에 꼭꼭 숨은 많은 가시를 핀셋으로 뽑아 정리할 줄도 안다.
이런 능력은 내가 키친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인데,
지금도 그때 배운 자잘한 주방 스킬을 일상에서 활용하고 있다.

레스토랑 안에서 내가 일하는 섹션은 Back Yard라고 부르는 키친의 구석 구역이었다.
주로 쉐프의 보조 업무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는 업무를 맡는데,
오전, 오후 매 Shift 업무가 시작하기 전에 각 섹션의 인원을 호명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항상 일본 매니저가 ‘빠끄야도’ Sam, ‘빠끄야도’ Justin 이렇게 이름을 불렀었다.
처음에는 ‘빠끄야도’가 일본어로 주방을 얘기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일본 친구를 통해서 뜻을 알게 됐을 때 적잖이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영어 Back Yard를 일본식 발음으로 그렇게 불렀던 것이었는데
그래도 그 어감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는 정감이 가기도 했다.

레스토랑에서는 간혹 직원들을 위한 파티를 열기도 했었는데, 한국에서 직원 회식과 같은 의미었다.
아직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직장에서의 회식이라는 의미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자유로운 파티 분위기에 가까웠다.



아야코 Ayako l 10,000불 매출전표를 머리에 두르고 밝게 웃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하며 알게된 내 일본 친구 Ayako는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하고 가끔 만나기도 하는데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아직도 만나면 이때 함께 일했던 일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사진에서처럼, 난 지금도 친구가 10,000불을 찍은 정산표를 머리띠처럼 두르고 밝게 웃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레스토랑 l 파티를 준비중인 레스토랑

10,000불을 위해 정말 1초도 쉬지 않고 설거지를 하고 부족한 식재료를 그때 그때 다듬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모든 게 끝이 나면 긴장이 풀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데
그래도 열심히 일했다는 만족감이나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던 것 같다.
파티에서는 이렇게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고충을 함께 나누면서 동료애도 느끼고
각기 다른 국적의 문화를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또 가까워지기도 했다.



레스토랑 l 일이 끝나고 피곤하지만 파티는 기대가 된다.

파티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일본, 한국 국적이 가장 많았고,
중국, 대만, 태국 같은 동남아 국적이 대부분이었다.
브라질 국적의 친구도 있었는데 일을 하거나 파티를 할 때면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레스토랑 l 파티에 마실 술과 용품들

레스토랑에 한국인들이 많이 일하고 있어서, 파티에는 소주가 항상 준비가 됐는데,
와인이나 사케, 칵테일 종류보다 한국의 소주가 인기가 제일 많았다.
오래전 일이라 내 기억이 바랬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적지 않은 소주병이 항상 빠르게 동이 났던 기억이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소주 한 잔을 같이 마시며 게임도 하고 짓궂은 장난도 치며 파티를 즐겼다.



레스토랑 l 파티 중

레스토랑에 한국 쉐프가 많이 있었던 덕분에 파티에 한국의 부대찌개와 같은 소주 안주가 준비가 되어 있어서
파티를 즐기다 보면 한국의 어느 식당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같이 파티를 한다는 게 정말 좋은 경험이고 추억거리인 것 같다.



레스토랑 l 파티 중

파티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그렇게 피곤함을 잊고 대화를 하면서 몸소 파티를 즐겼었다.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그 때의 내가 그립다.

200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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