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딤섬을 먹고 아쉽지만 다시 헤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친구가 소개해준 홍콩 이곳저곳을 다시 시간을 내어 관광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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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1881 헤리티지는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지금은 럭셔리 부티크 쇼핑몰로 이용되고 있는데,
침사추이 낮에 전혀 홍콩스럽지 않은 공간이 나타나서 섬짓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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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페리 선착장 근처 시계탑 앞에서 사자춤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이 탈을 쓴 모양인데, 사자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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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봤던 사자춤은 엄청 멋있었는데,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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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페리 선착장 앞 시계탑에는 야자수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다.
넓은 공간과 잘 어울려, 촘촘한 홍콩 건물과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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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과 이어진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스타의 거리가 나타난다.
홍콩 유명인들의 핸드 프린트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인데
딱히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지만,
홍콩영화에 빠져봤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낯익은 이름에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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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찾아보니 낯이 익었다.
80년대 홍콩영화에서 만났던 기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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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이소룡 영화를 보고 그의 행동과 기합 넣는 소리를 참 많이 따라 했었다.
이렇게 홍콩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스타의 거리가 조성이 되면서,
이소룡의 이름 옆에는 핸드 프린트가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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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스타의 거리 한켠에는 이소룡을 추억하기 위해 조형물을 세워뒀는데,
특유의 상체 근육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이소룡만의 자세를 참 잘 표현해둬서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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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거리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성룡의 이름을 직접 보고 싶어서 한 번은 들려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다.
홍콩에서는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라고는 하던데
그래도 아직도 한국에서는 명절에 간간히 성룡 영화를 TV에서 볼 수 있다.
나는 성룡의 폴리스스토리4(1996)를 엄청 재밌게 봐서 지금도 가끔씩 찾아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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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바닥에 내 손을 얹어서 성룡과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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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 감독은 본래 베트남 출생이다.
지금도 가끔씩 영화를 개봉하기도 하던데,
기억나는 영화는 적인걸, 황비홍, 동방불패, 천녀유혼, 백발마녀전, 영웅본색 등 참 많은 영화가 있다.
홍콩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 대부분이 서극 감독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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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하면 성냥개비인데,
어릴 때 영웅본색에서 성냥개비를 씹는 모습도 참 많이 따라 했었다.
주윤발은 아직 살아 있는데, 왜 핸드 프린트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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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일, 그날은 만우절이었다.
갓 자대에 배치를 받았던 나는, 이등병 신분으로 TV도 마음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고참들이 TV를 계속 보개 해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의 동판에도 핸드 프린팅이 비어 있다.
아비정전(1990)에서 췄던 그의 춤이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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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르고 정확한 에너지는 성룡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연걸 만의 무술이 있었고 영화가 분명 있었다.
황비홍도 물론 좋지만,
나에게는 이연걸의 영웅(1995) 영화가 요즘에도 가끔씩 생각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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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옥은 성룡 영화에서 참 많이 만났었다.
프로젝트A 2편(1987), 그리고 폴리스스토리 1편과 2편(1988), 그리고 3편(1992)에도 주연을 맡았었다.
아비정전에서는 장국영과 주고받은 시선과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모르면 간첩 !!
한국사람 모두가 아는 첨밀밀(1997) !!
아무도 안 본 사람 없게 해 주세요!!
화양연화(2000),
군대 입대하기 직전에 봤던 영웅(2003)
너무너무너무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영화를 찍지 않는지 만날 수가 없어 많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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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찾아 보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많은 관광객과 함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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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구경했던 빅토리아 하버는
어제 저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분명 홍콩 영화와 홍콩 영화배우와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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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계탑으로 돌아왔을 때는 늦은 오후였다.
홍콩 스타와의 추억을 뒤로하고 홍콩섬으로 넘어가 란콰이펑에서 저녁을 즐기기로 했다.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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