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대학교 무리가 있는데,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계속해서 붙어 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친구들이다.
그 무리 중에 남자 동기는 여섯 명인데,
그중에 4명이 호주에서 같은 기간에,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했었다.
2명이 가장 먼저 호주에 와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고,
나는 호주에 오기 앞서 인도네시아에 3개월을 머무르면서, 결국은 그들 보다 2개월 늦게 호주에 도착했다.
나보다 2개월 더 늦게 친구 한 명이 호주에 도착하는데,
먼저 와 있던 우리 3명이 가장 늦게 호주로 오는 친구를 위해 공항에 마중 나가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2개월 전 내가 호주에 도착했을 때, 먼저 온 친구 2명이 시드니 공항으로 나를 마중 나왔었는데
그때 친구들이 Shift Off를 하고, 나를 위해 하루 종일 시드니를 걸어서 투어를 했었다.
나는 그때의 시드니에 대한 기억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는데,
그때의 날씨, 바람, 햇살, 거리의 풍경들과 냄새들까지 모두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가 한 명 더 늘어난 시드니의 기억은 어떨지 당시에 나는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됐었다.
나와 내 친구들 모두 오늘 아침 시드니에 도착하는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Shift Off를 했다.
그리고 친구가 시드니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사실 내가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Train을 타고 시티로 향했기 때문에,
공항 외관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외관을 구경도 하고,
시간에 맞춰 출국장에서 친구가 나오길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친구가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나타났고, 우리는 어제 만난 친구처럼,
어색하지만 반갑게, 정식 경상도식 인사를 나누고는 Train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친구가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갑자기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13시간을 날아오는 동안 얼마나 편하게 왔는지에 대해 전해 들었고,
또 경험해보지 못 한 기내 서비스를 실컷 받고 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공항을 떠나 시티로 이동을 했다.
최근 새로 이사한 집, 우리 방이 빈자리가 하나 있어 친구도 우리 집에서 같이 머물기로 했다.
친구는 아직 일을 구하지 못 해서 금액 부담은 있었지만, 다 같이 일을 찾아봐주기로 했다.
친구 하나가 새벽 청소 일까지 투잡을 하고 있는데, 필요하면 청소 일을 같이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금전적인 부담 보다는, 다 같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집에 도착해서 짐을 간단히 풀고, 시티 구경을 나섰다.
내가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걸어서 시드니를 보고 느꼈다.
월드스퀘어 앞은 시드니의 중심 중에도 중심이라, 시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기도 했다.
월드스퀘어 바로 앞에 있는 쓰리몽키즈 펍(Three Monkeys Pub)은
주말이면 라이브 밴드 공연을 하기도 해서 몇 번 갔었다.
또 월드스퀘어 지하에는 호주의 프랜차이즈 마트인 콜스(Coles)가 있어서 장을 보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이기도 했다.
월드스퀘어는 George St.와 Pitt St. 사이에 있는데,
이 두 길의 끝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서큘러키(Circular Quay)와 이어진다.
그래서 가끔 오페라하우스까지 갈 때는 George St.로 갔다가 돌아올 때는 Pitt St.로 오고는 했다.
편도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여서 산책 겸 걷기에는 충분했다.
오늘은 친구의 시티 투어를 위해 오페라하우스로 곧장 가지 않고,
Liverpool St.를 걸어서 Darling Harbour를 들렸다.
시티 근처에서 오페라하우스나 하버브리지(Harbour Bridge)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집과도 가까워서 가끔 산책을 위해 들리는 곳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기도 했다.
항상 많은 갈매기들이 있었는데,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도 않고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주말 저녁에는 많은 Pub에서 음악과 술을 즐길 수 있었는데,
Dress Up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서 자주는 가지는 않았지만 근처에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Darling Harbour를 나와 오페라하우스를 향해 걸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건물들이 시드니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영화 같은 건물들과는 상반되게 길거리에는 최신 전기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었다.
시드니 근교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서큘러키(Circular Quay)에는
하버브릿지(Harbour Bridge)와 오페라하우스가 있어서 자주 찾았다.
실제 페리를 타고 근교로 나간 적은 많지 않고, 주로 목적지를 오페라하우스로 정하고 서큘러키를 자주 찾았다.
여기서 바라보는 하버브릿지는 웅장하고 거대했다.
철근구조라 차갑지만 거대하고 위엄이 있었다.
가끔 하버브릿지 클라이밍(Climbing)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눈으로 구경만 할 뿐 실제로 도전해보지는 않았다.
처음 오페라하우스를 눈앞에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웅장함과 장엄함은 잊을 수가 없다.
책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만 보던 오페라하우스를 실제로 봤을 때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정말 시드니에 있구나 하고 실감하게 하고 체감하게 만들어주는 건축물이기도 했다.
오페라하우스 외부는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아래는 여러 레스토랑이 길게 늘어서서 오션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서 자주 가보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가끔 들려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먹고는 했다.
맑은 하늘과 강렬한 여름 햇빛에, 오페라하우스의 외관은 거울에 비치는 태양처럼 햇볕이 강하게 반사되고는 했다.
한낮에는 직접 눈으로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건물을 둘러보는 것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대부분의 관광객은 정면 계단에서 사진을 찍을 뿐 건물 뒤로 돌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페라하우스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건물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과,
계단을 타고 레스토랑으로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되어 있었다.
레스토랑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굳이 안에서 남자 네 명이 비싼 비용을 내고 식사를 할 만큼의 관심은 가지 않았다.
오페라하우스 밖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사진도 충분히 찍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간단한 저녁과 집에 있는 맥주, 와인으로 친구의 시드니 도착을 축하했다.
호주 VB맥주는 정말 상쾌하고 시원한 맛이 있는데,
한국에서 먹는 VB맥주가 예전 그 VB맥주는 아닌 것 같아 조금 섭섭하고 아쉬울 때가 있다.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일 마칠 때 직원들에게 가져가서 마시라고 VB를 나눠주고는 해서 집에 몇 개 가져다 놓고 퇴근 후에 마시고는 했다.
또 아무렇게나 고른 와인도 맛이 일품이었는데,
나는 호주에서 즐겨 마셨던 와인 중 지금도 아무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Yellow Tail 와인을 가끔 즐기는 편이다.
친구와 하루 동안 시드니를 여행하면서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1년 가까이 같이 지내면서 어떤 일이 있을지 이때는 예상할 수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친한 친구 넷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다.
호주는 아직 내게 낯설었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친구가 내 곁에 있었다.
200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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