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행을 추억하기 위해 작성된 내용입니다. 실제 여행정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고베에 가서 온천을 하기로 했다.
일본은 온천이지 !!
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에 먼저 든든하게 먹어둬야 했다.
아침은 간단히 마츠야에 가서 규동을 먹었다.
김치가 들어간 규동, 대자를 주문해서 든든히 먹었다.
규동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오사카에서 고베로 가려면, 우메다역에서 전철로 이동하는 게 빠르고 편리하다.
오사카 우메다역(梅田駅) – 고베 산노미야역(三宮駅)
한큐 고베선, 특급 : 30분 소요
310엔 (간사이스루패스 소지 시 무료)
우메다에서 고베까지 전철로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었다.
한큐 고베선 특급을 타면 3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일본의 전철은 우리네 기차와 지하철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출입문은 지하철 같았는데, 좌석은 기차처럼 앞 뒤로 배치해뒀다.
고베의 산노미야역에 내린 다음에 계속해서 전철을 타고 아리마온센(有馬溫泉)을 찾아갔다.
기차를 갈아타고, 갈아타서 갈 수 있었는데,
산노미야역 내 세이신/야마테선을 갈아타고 이동을 했다.
고베 산노미야역(三宮駅) – 다니기미역(谷上駅) – 아리마온센역(有馬溫泉駅)
산노미야역에서 세이신/야마테센으로 10여 분이면 다니기미역에 도착하고,
다니가미역에서 다시 아리마센을 타고 20여 분이면 아리마온센역에 도착한다.
고베 산노미야역에서 야마텐센으로 환승을 했다.
우메다에서 고베를 올 때도 그랬지만, 고베에서도 한산한 전철을 이용할 수 있었다.
초록색 기차를 타고 다니가미로 향했다.
고베 시내에서는 지하로 전철이 다녔지만, 시내를 벗어나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온천이 있는 산으로, 산으로 전철이 올라갔다.
조용한 주택가에 어느 역에서는 철도 건널목도 볼 수 있었다.
한적한 시골의 철도역 같았다.
다니가미에서 3번째 전철을 갈아탔다.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한 역이었는데, 일본이 전철이 발달되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이 높은 산악지대에도 전철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아리마온천으로 가는 아리마센은 왕복 1차선의 전철을 왕복으로 번갈아 가며 다니는 철길이었는데,
산에 외길로 된 철길을 달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초행길이기도 하고,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서 처음에는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왔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리마온센역에 도착하니 또 안내가 잘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간사이에는 여러 온천마을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아리마 온천이었다.
고베에 관광지가 딱히 많지 않아서 반나절 코스로 여행을 오기도 한다지만,
나는 온천을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일찍 서둘렀다.
아리마온천은 고베 북쪽의 롯코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아리마온천에 와서도 온천을 하는 집이 많기 때문에 어느 집으로 갈지 정해야 한다.
내가 갈 곳은 킨노유(金の湯) 온천이다.
금의 온천이라는 뜻인데, 뜻이 맘에 들었고 또 역에서 멀지 않아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었지만 크게 힘들지 않았다.
골목골목을 걸어 온천을 찾아갔다.
삼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유명한 곳인지, 현지인들도 온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편안한 복장으로 동네 목욕탕을 가는 듯 온천을 이용하고 있었다.
나도 최대한 현지인 인척 온천을 이용해 보고 싶었다.
킨노유 입구에 일본식 천막이 내려져 있었다.
진짜 일본 온천에 온 느낌
킨노유 온천, 영업중
그런데 긴노유(銀の湯)는 뭐지??
어제 교토의 킨카쿠지, 긴카쿠지를 다녀와서 금(金)/은(銀) 한자는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남과 여 한자도 읽을 수가 있었는데,
색깔로도 남탕은 파란색, 여탕은 빨간색으로 천을 사용하고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여탕
가볼 수 없는 곳
1층에 목욕용품과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없어서 손짓으로 혼자라고 얘기하고 값을 지불했다.
아리마온센 킨노유
성인 650엔, 어린이 340엔, 유아 140엔
일본의 온천, 목욕탕은 한국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남탕과 여탕이 구분되어 있지만,
주기적으로 남탕과 여탕을 바꿔가며 이용한다는 것.
음과 양의 조화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는데, 뭔가 오묘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남탕과 여탕을 표기해 두지만, 1번과 2번이라고 번호로 탕을 표기해 두기도 했다.
또 신기했던 점은,
남탕에서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탕에 들어갈 때 작은 수건을 준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남탕은 수건을 따로 주지 않고 마음껏 사용해라고 비치해 두는데,
왜 작은 수건을 주는 것일까?
알고 보니, 탕 안에서 씻을 때 남자의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있으라는 용도였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 흠… ㅎㅎ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놀랬던 점.
내가 탕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잘 못 들었겠지.
하지만 여자 목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그것도 가까이서.
알고 보니 탕 천장이 뚫려있어서 옆에 여탕과 이어져 있었는데,
그 공간으로 옆의 여탕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간간이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알몸인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실제로 내가 탕을 나와 몸을 씻는 도중에,
여자 관리자가 당당히 남탕에 들어와 목욕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챙기고 있었다.
세상에 !
남탕에 여자 관리자라니 !!
이래서 처음에 탕에 들어올 때 입구에서 작은 수건을 줬던 거구나
필요할 때 가릴 부분은 가리라는 용도였다.
단순히 일본에서 온천을 즐기면서 피로를 풀고자 했던 나는
일본의 목욕 문화를 이렇게 경험한 것 같아서 색다르고 신기했다.
온천을 마치고 나오니 겨울 찬바람에 몸이 시원해지면서
피부가 탱글탱글해지는 것이 느껴지면서 개운했다.
킨노유 온천 앞에서 일본 관광객이 온천수에 손을 대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온천마을은 관광객으로 북적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한산하고 조용해서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편안하게 온천을 즐겼던 것 같다.
온천을 잘 마치고 이제는 내리막을 따라 다시 아리마온센역으로 이동을 했다.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작은 가게들이 아기자기했다.
온천을 하고 나와서 그런지 몸에서 열기가 돌아서 겨울바람에도 춥지 않았다.
번화가에 택시가 서 있었다.
피곤하고 지쳤다면 택시를 타고 이동했겠지만
오히려 몸에 힘이 났고, 아리마센 전철을 한 번 더 타보고 싶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마을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온천수가 흐르는 아리마 강에는 내려가서 발을 담가볼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 전에 온천을 하고 나온 터라 내려가 보지는 않았다.
다시 아리마온센에서 전철을 타고 키타노이진칸(北野異人館)으로 이동했다.
이런 아날로그가 좋다.
2009.12.15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