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후쿠지(興福寺)를 나와 도이다지(東大寺)로 가다 보면 넓은 공원이 나오는데,
그곳이 나라공원이다.
공원을 가로질러 도이다지로 가는 길에 좌우로 상가가 있는데
공원과 상가를 아울러 사슴이 자유롭게 거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드는 공원이다.
보통 사슴은 동물원에서 우리 안에 갇혀 있었던 사슴만 봤었는데
울타리도 우리도 없이 넓은 공원에 사슴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사슴이 왜 이렇게 많은지 찾아보니,
일본 신사(절)에는 각기 다른 신을 모시고 있는데,
전설 속의 인물이나 실제 역사적인 인물들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백사슴을 타고 왔다는 인물을 신으로 모시고 있어서
이렇게 사슴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노닐게 두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많이 오기도 하고, 또 먹을 것을 간간이 줘서 그런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와서 가방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도 한다.
쉬고 싶으면 쉬고, 걷고 싶으면 걷는 사슴을 보니 신기하고 이상했다.
나를 공격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먹을 것을 좀 챙겨 올 것을 잘 못 한 것 같다.
그런데 사슴에게 먹이를 줘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손을 내미니 손 냄새를 맡으면서 먹을 것이 있는지 탐색을 한다.
사람에게 들이받을까 봐 뿔은 모두 잘라뒀다.
녹용으로 사용을 한 것일까?
그런 거라면 많이 슬프다.
이 넓은 공원과 공간은 사슴의 것이다.
자유롭게 걷고 노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상점이 있고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길에도 사슴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상가 앞에 내놓은 물건을 어지럽혀도 상가 주인이 화를 내거나 사슴을 쫓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슴이 다가오는 게 조금 겁도 나고 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참 순진한 동물이었다.
화나게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지고 쓰다듬어도 놀라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사람을 쫓아가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고, 상가 물건을 흩트려 놓지만
그래도 파는 물건을 건들지는 않는다.
오랜 학습의 효과일까?
궁금했다.
사슴과 사람이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나라(奈良)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일본 학생들도 야외수업을 나온 것인지,
여기저기서 사슴과 사진을 찍는 모습과 먹이를 주는 모습이 보였다.
먹이를 줄까 봐 할아버지를 따라가는 사슴이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사슴이 아니라 사람에게 길들여진 모습이 조금은 슬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200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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