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국제공항, 킹스포드 스미스 Kingsford Smith Airport에서 트레인을 타고 시티로 이동헸다.
호텔은 뮤지엄역 Museum 근처에 있었다.
오랜만에 시드니 트레인을 타니 기분이 묘했다.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정겨운 안내방송, 알람 소리, 그리고 활기찬 시드니 사람들이 모습과 대화 소리가 정겨웠다.
시드니 공항에서 시티는 그렇게 멀지 않다.
공항에서 다섯 정거장이면 시드니의 중심, 센트럴역에 닿을 수 있다.
5년 전,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에는 이곳에 내려서 첫 숙소로 갔었다.
물론 시드니 도착 후 2개월 후에 집에 도둑이 들어 모든 사진들을 훔쳐갔지만 기억은 선명했다.
[국외여행/호주 Australia] – [호주여행] 도둑
숙소가 있는 뮤지엄역에 내렸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려고 보니 역 밖이 많은 비가 내려 무거운 케리어를 들고 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우리의 한국말을 들었는지, 옆에서 익숙한 한국어가 들렸다.
우산 하나 드릴까요?
분명한 한국어였다.
어머니와 내가 작은 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역 내 신문 가판대에서 듣고 있던 아저씨가 우산을 건네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거 어떤 손님이 예전에 두고 간 건데, 가져가서 쓰세요
나도 반가웠지만,
어머니가 엄청 반가워했다.
준비하지 못한 채로 비를 만났지만, 우산을 얻어서 반가웠고,
또 멀리 이국에서 한국사람을 만나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워하셨다.
간단히 한국어로 안부를 물었다.
우리는 막 부산에서 시드니에 도착을 했고, 아저씨는 오래전 호주에 이민을 왔다고 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지만, 그래도 우산을 건네는 모습은 정 많은 한국사람의 모습이었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우산 하나를 어머니와 나눠 쓰고 호텔로 갔다.
다행히 호텔에 도착할 때쯤 힘차게 내리는 비는 가랑비로 바뀌었고, 안전하게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체크인은 할 수 없었고,
호텔에 짐을 맡기고는 바로 시티 투어를 떠났다.
첫 번째 목적지는,
어머니가 시드니에 가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어 했던, 나의 시드니 첫 번째 집이었다.
정말 아끼고 절약하면서도 없지만 재밌게 살았던 그 집.
도둑이 들 만큼 보안이 취약했지만 정말 시드니스트 Sydnest로 살았던 그 집.
서리힐즈 Surry Hills에 위치한 그곳까지 천천히 시티를 가로질러서 걸어갔다.
뮤지엄 역에서 센트럴까지, 트레인 역으로는 한 정거장이었다.
저지 스트리트 George St. 를 가로지르면서 시트 한가운데에 있는 쓰리 몽키즈 펍 Three Monkeys Pub도 스쳐 지나갔다.
콜스도, 월드스퀘어도 그대로 있었다.
저기 가운데 이층 집에 내가 처음 머물렀던 집이었다.
시티와 가까운 곳, 주택가에 있는 오래된 2층 집이었다.
저 좁은 집에서 건장한 남자 3명이 같이 살았다.
젊고, 어렸고 또 절실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 집은 뒷들이 있어서 빨래를 하면 널고, 가끔씩 나가서 볕도 쐬며 쉴 수 있었다.
그런데 골목과 경계를 두기 위해 만들어준 문이 튼튼하지 않았다.
성인 남성이 쉽게 건너 넘을 수 있었고, 문도 쉽게 열 수 있는 정도로 안일했다.
그날 밤,
도둑들은 이 담을 넘어서 우리의 침실까지 파고들었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훔쳐 달아났다.
노트북, 지갑, 현금보다 더 아까운 것은
이제는 기억으로만 찾아야 하는 그 시절 많은 사진들과 추억들이다.
어머니와 한동안 이곳에 서서 이 뒤뜰을 바라보며 많은 공감을 했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 잠시 이야기로 전해 드렸던 시간들을 어머니는 이곳에 서서 스스로 받아들일 시간을 가지셨다.
그리고 그때 내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을 보듬어 주셨다.
그다음 시티 투어 장소는 내가 처음 일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무사시었다.
센트럴 역에서 월드스퀘어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일식 레스토랑이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후 시드니를 방문했을 때, 무사시는 없어지고 다른 일식 레스토랑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마쓰야 스시 Sushi of Masuya
약 두 달 전에 오픈했단다.
조금만 더 서둘러 왔다면 무사시 Musashi를 만날 수 있었을까?
사실 마쓰야는 내가 일했던 무사시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식당이었다.
사장이 같은 레스토랑이었고, 마쓰야는 월드스퀘어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트레인 스시 식당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일했던 무사시의 자리에 마쓰야가 있었다.
그럼 내가 일했던 무사시는 어디로 갔을까?
저 멀리 키친이 보였다.
저기 큰 솥이 얹혀 있는 곳에 내가 일했던 곳이었다.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일본은 대부분의 건물 1층에 이런 처마가 있다.
참 시드니 다운 거리의 모습이다.
천천히 나의 추억이 있는 거리를 걸으면서
어머니에게 5년 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어머니는 어쩔 때는 크게 놀라면서도 또 어쩔 때는 크게 웃으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셨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드니의 외관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한국은 새로운 건물들이 여기저기 많이 생기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지만
시드니는 그런 것에는 많이 느린 편이었다.
이런 때는 참 다행이다 싶었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겨울이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그렇게 춥지 않았다.
기온은 12도가량 되었다.
나는 여기, 이각도에서 이 Sanctuary Hotel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중세의 시드니를 느낄 수 있는 시드니의 몇 곳 중 한 곳이었다.
여기가 Kent St. 의 시작점이다.
첫날 시드니 시티 투어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숙소인 트래블로지 ibis Travelodge 호텔로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에 콜스 Coles에 들러 즐겨 마셨던 오렌지 주스를 사왔다.
집에 오자마자 한잔 거하게 들이켜고, 싱크대에 올려서 한동안 주스를 응시했다.
아, 내가 시드니에 있구나.
한참을 앉아 있다 보니,
내가 시드니에 온 게 이제야 실감이 났다.
환전해 온 호주달러를 펼쳐 놓고 앞으로의 일정을 점검하고 재정정책을 세웠다.
지금 보니, 얼마 전 작고하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보이네.
처음 2달러 동전을 쥐었을 때,
참 작으면서도 묵직한 게 2천원이나 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한국의 동전은 크기가 클수록 단위가 큰데,
호주는 그렇지 않아서 처음 동전 Coin을 사용할 때 많이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그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 돈을 쓰고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것
그렇게 그 곳에 사는 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방식이다.
호텔에서 한 숨 쉬고 나서,
맛있는 저녁을 사드릴 테니 나가자고 어머니에게 말했을 때,
어머니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한국에서 준비해온 반찬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하셨다.
시드니의 비싼 물가에 아들이 괜히 돈을 쓸까 봐 걱정을 하시며
호텔에서 햇반과 반찬을 꺼내 저녁을 먹자고 하셨다.
나는 오랜만에 예전에 갔었던 식당들을 가볼 참이었지만 어머니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이것 또한 이번 여행을 즐기는 어머니의 방식이라 생각하고, 어머니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오늘은 일찍 쉬고, 내일 일찍 또 시드니 구경을 가야겠다.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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