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걸어서 하라주쿠로 이동을 했다.
하라주쿠에는 메이지 신궁이 있는데,
메이지 일왕 부부의 영혼을 모신 신사이다.
메이지 신궁 Meiji Jingu 明治神宮
메이지 일왕은 일본의 근대사를 일구어낸 왕이다.
일본에서는 신에 가까울 정도로 추앙을 받지만,
우리 한국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메이지 신궁을 방문하는 것이 결코 유쾌하지 만은 않다.
하라주쿠역에서 메이지 신사까지는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메이지 일왕은 1910년,
일제의 한일 강제 조약을 주도한 왕이다.
경술국치(庚戌國恥)
입구에서부터 신사까지는 걸어서 10여분을 더 들어가야 한다.
바닥은 자갈길이고 좌우로 나무가 우거져서 산책하기에 참 좋다.
신궁 입장료는 따로 없다. (무료)
그리고 신궁 구경은 06:00부터 18:00까지 가능했다. (입장 마감은 16시 30분)
주말, 토요일 아침이라 많은 사람들이 신사를 찾았다.
봄날의 햇살이 참 좋고 맑은 하루였다.
입구, 약수터
신사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자 같은 것이 있었다.
뭐라 일본어가 많이 적혀 있었는데, 읽을 수는 없었다.
신사에 있는 약수터
얼핏 보니 사찰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박으로 만든 바가지나 플라스틱 물 바가지를 쓰는데
일본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바가지를 많이 쓰고 있었다.
이제 신사로 들어가보자.
미워도 보고 나서 미워해야지.
보통 사찰에 가면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지만,
메이지 신궁에서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다 의미가 있을 텐데.
가이드도 없고 소개서도 없었다.
이쁜 건 나무뿐이었다.
왕의 영혼을 모신 신궁은 일본인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장소인 것 같았다.
하라주쿠 가까운 곳에 이런 큰 신궁이 있다니
신기했다.
신사 내 기모노 입은 분이 많이 있었다.
신사를 올 때 전통 기모노를 입고 오는 게 이곳 문화인가..?
일본 전통 혼례
알고 보니
메이지 신궁에서 전통 혼례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신부가 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궁을 가르며 신랑 신부 부모님이 입장을 하셨다.
모두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TV나 드라마,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라 신기했다.
신기한 건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연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그래도 신궁에라도 오니 일본스러움을 보는구나.
신사 마당을 오래 머물면서 의식을 치루던데,
신랑은 끝내 보지 못 했다.
신궁 마당이 참 넓었다.
우리네 경복궁 같기도 했는데,
그래도 우리네 경복궁은 과학적이고 고풍스럽다.
메이지 신궁은 그렇지 않다.
바닥이 햇볕이 비쳐 눈이 부셨고, 비가 오면 자연스레 흘러내릴지도 의문이 들었다.
무료니까 와보는 거다.
나로서는 공감할 수 없는 공간이었고 시간들이었다.
신사 입구의 청주통
신사 입구에는 청주와 와인이 가득 담긴 통이 있다.
청주는 신사 행사 때 쓰라고 양조업체에서 기증을 했다는데, 홍보 효과로는 그만이다.
광고계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정말 훌륭한 옥외 광고판이다.
와인은 메이지 천왕, 메이지 덴노가 와인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를 추모하기 위해 부르고뉴에서 기증을 받았다고 한다.
부르고뉴 Bourgogne
프랑스 동부에 있는 지역이다.
부르고뉴 와인(Bourgogne Wine) 생산지다.
100년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와인통은 텅 비어있다고 한다.
나가는 곳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왔던 길을 돌아 신사를 나갔다.
사실 메이지 신궁보다는
하라주쿠가 더 궁금했다.
201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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