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시드니-골드코스트-도쿄, 그리고 오사카

 

 

[오사카] 시드니-골드코스트-도쿄, 그리고 오사카

국외여행/일본 Japan

2022-04-27 23:38:56


1년 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하는 날이다.
하지만 한국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일본을 거쳐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을 거쳐 가는 길에,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을 여행을 하기로 했다.

8월에 이미 12월 표를 예약했다.
호주 저가 항공사인 젯스타(Jet Star)를 이용했다.
현재는 젯스타가  시드니에서 인천까지 직항이 있지만,
2009년에는 한국 직항은 없었고, 일본 도쿄와 오사카 직항만 있었다.

덕분에 일본도 여행하고 겸사겸사 잘 됐다 생각했다.



2009년 귀국편 여행일정표(Itinerary)

약 30만원 정도로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저렴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밥을 따로 예약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고,
비행기도 환승과 경유가 당연한 일정이었다.

내 비행은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로,
골드코스트에서 환승해서 도쿄로,
그리고 도쿄에서는 내리지 않고 다시 오사카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Sydney – Gold Coast – Tokyo(Narita) – Osaka(Kansai)

아침 8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에는 저녁 9시 35분 도착이었다.
환승과 2시간 시차(썸머타임)를 포함하면 15시간이 소요되는 여행이었다.
서울-시드니 직항이 12시간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쁜 여정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의 시작, 뮤지엄역 Museum Station

아침 5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공항으로 향했다.
평일 새벽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한산한 플랫폼

호주, 더군다나 시드니를 떠난다는 것은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가기로 결정한 이상, 집으로 가는 마음은 홀가분하고 기쁜 마음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받은 티켓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을 해서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티겟을 받았는데, 3개의 티켓을 모두 받았다.
짐도 오사카에 가서 바로 받을 수 있었는데,
비행기를 환승하는 것 말고 크게 불편한 것 없었다.



반가운 대한항공

체크인을 하고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에, 대한항공 부스를 만났다.
대한항공을 타면 인천까지 한 방에 갔을텐데,
아쉽다.
돈을 아끼기 위해 일본을 가는 게 아니라,
일본을 여행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라고 생각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안녕 시드니

저 문을 나가는 게 아니라 돌아서 비행기를 타러 가야 했다.

또 올게, 시드니



나를 실어 나를 비행기

여유 있게 출국장에 들어와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내가 탈 비행기도 일찍 계류장에 정박해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골드코스트까지 약 1시간가량의 짧은 비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행기는 크지 않았다.



당시 인기 예능이었던 ‘강심장’으로 시간을 채웠다.

영어 공부를 위해 가져 갔던 전자사전 딕플에 예능 프로그램을 몇 개 챙겨 넣었다.
강심장을 즐겨 봤었는데, 이렇게 보니
이제 막 스마트폰이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바로 어제 일인 것 같다.

15시간 여행을 모두 채우기에는 용량도, 콘텐츠도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도 웃으며 집에 갈 수 있어 즐거웠다.



골드코스트 공항

골드코스트 공항은 엄청 작았다.
유명한 관광지인 것에 비교하면 정말 작은 공항이었다.
작은 면세점이 하나 있고, 그게 끝이었다.



10시 50분, 도쿄와 오사카행이 같이 표기된 JQ11편 비행기. 9번 게이트다

대형 항공기보다 젯스타, 에어아시아와 같은 저가항공사가 다녀가는 곳이었다.
당시 에어아시아도 한국에 취향하지 않았었는데 이미 동남아와 오세아니아에서는 유명했었다.



아점으로 먹은 콜라와 샌드위치


아점으로 먹은 콜라와 샌드위치

2시간 동안 게이트 앞에 앉아서 밖을 보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콜라와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가 국제전화로 전화를 걸어와서 통화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가 많이 기뻐하셨고
조심히 오라며 내 귀국길을 걱정해 주셨다.

카카오톡도, 영상통화도 없었던,
아날로그적인 국제전화였고, 귀국길이었다.



비행기 환승

공항이 작아서 게이트를 나가 비행기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국내편이라 작은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골드코스트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도 작은 비행기었다.
이 비행기가 태평양을 건너 도쿄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그런 비행기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몸은 골드코스트에 있었지만 주변에는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마음은 벌써 일본에 도착한 것 같았다.
일본은 한국 옆이고, 한걸음 더 집에 가까워져 갔다.





이 작은 비행기가 쉬지 않고 도쿄로 잘도 날아갔는데,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바람이 유난히 세게 불었던 것인지
한 번씩 비행기가 급강하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기도 했고,
몇몇 승객은 그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내 옆자리에는 일본인 여성이 앉았었는데,
10시간을 넘게 비행을 하면서 딱 한 마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Can I borrow your pen?

일본에 거의 다 도착해서, 한국 여권을 꺼내 일본 입국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나를 보고,
그제야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인 것을 알았다 보다.

그 사람은 세금신고서를 작성했었어야 하는데
특유의 일본식 영어로 나에게 펜을 빌려달라고 했다.



사전에 주문을 했던 기내식. 당연히 추가 비용을 냈다.


사전에 주문을 했던 기내식. 당연히 추가 비용을 냈다.

도쿄에 내리기 전에 기내식을 먹었다.
한국의 갈비찜 같은 메뉴었는데, 맛있었고 든든했다.



도쿄, 나리타공항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을 때,
12월의 나리타는 해가 빨리 졌고 어두웠다.
비가 내렸고 옆자리의 일본인은 간단한 눈인사만 남기고는 비행기에서 내렸다.

나는 계속 비행기에 남았고,
추가로 탑승하는 승객 없이 다시 비행기는 공항을 이륙해 오사카로 향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

밤 9시 30분에, 오사카에 도착했다.
오사카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오랜 비행으로 피곤했지만, 아시아 대륙에,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오사카 입국장

그리고 일본은 처음이었지만, 반가운 한국어를 보는 순간
긴장이 사라졌다.
어렵지 않게 출국장을 나와서 숙소가 있는 난바역으로 향했다.

간사이공항에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난바역으로 향할 수 있었는데,
입국장에서 1시간가량을 보내고 지하철로 1시간 가량을 이동해 난바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저녁 1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이라 숙소를 찾는 방법은
시드니에서 PC로 찾은 지도를 핸드폰 사진으로 찍은 것을 보며 이동하는 것이었다.



오사카 숙소, 오사카하우스(Osaka House)

늦은 저녁, 난바역에 내렸지만 사방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나는 초행길도 길을 잘 찾을 자신이 있었고 늘 그래 왔는데
밤 12시 난바역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무거운 백팩과 캐리어를 이끌고 인적이 드문 일본의 주택가를 배회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일본인 부부가 보여서 무턱대고 영어로 길을 물었었다.
1년을 호주에 살면서 외국에서는 영어를 써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영어로 당연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지도를 보여주며 숙소를 찾는다는 의사표현을 했고 다행히 내 뜻이 전달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위치만 안내받기를 원했었지만 내가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챈 그들이
가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따라오라면 나를 이끌고 길을 찾아 나섰다.

오래가지 않아 나는 내 숙소를 찾을 수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내 여행을 응원해줬던 기억이 있다.



숙소를 찾아준 일본인 부부

내가 처음 접한 일본은 친절했고 따뜻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사진을 남기고 싶어 급히 사진을 찍었는데,
어두워서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하지만 얼굴이 뚜렷하지 않은 이 사진을 보고도 그때 저 두 분의 얼굴과 표정이 떠오른다.
알고 보니 부부 사이는 아닌 듯했고, 같은 직장의 동료 같았는데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고 귀가하는 길에 나를 만난 듯했다.

새벽 1시가 넘어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오늘 새벽 일찍 시드니를 떠나 오사카로 오게 된 경로를 되새겼다.
그리고 일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해했다.

앞으로 오사카를 여행하면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다.

아침까지 지구 반대편에서 여름을 살다가,
한나절만에 겨울로 돌아 왔다.
그리고 집에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아 안정이 되는 듯했다.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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