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시드니로 돌아온 후,
예전에 같이 일했던 헤드 셰프형이 독립을 해서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에서 3개월가량 일을 했었다.
가게 이름은 마루(まる, Maroo),
일본어로 원(Circle)이라는 뜻이었다.
시드니를 떠나기 전 셰프형이 와서 밥을 먹고 가라고 연락이 왔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었지만,
한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밥을 해주고 싶다고 해서 다시 레스토랑을 찾았다.
날씨는 여름에 들어섰지만 많이 덥지는 않았다.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을 막 오픈한 시점이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손님이 많이 와주면 좋겠는데 아쉬웠다.
늘 서빙을 하면서 서비스를 주기만 해 봤지 이렇게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손님으로 앉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바로 옆집은 타이 레스토랑이었는데,
우리 레스토랑보다 손님이 늘 많았다.
가끔씩 직원들 식사 시간에 음식을 나눠먹고는 했는데,
똠양꿍도, 팟타이도 이때 처음 먹어 봤었다.
너무 맛있었다.
우리는 데리야키 치킨, 스시와 같은 일식 음식을 대접을 했었다.
타이 레스토랑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참 친절했었는데,
가끔 피크시간 때 정신이 없다가도
직원끼리 눈이 마주치면 Hi~ 인사도 나누고 웃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일하면서 먹어보고 싶었던 목테일을 같이 주문했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망고 푸레(Mango Puree)와 주스, 시럽을 넣어 만드는 목테일이었다.
나는 레시피를 지금도 기억하는데, 생각난 김에 한 번 만들어 먹고 싶어 진다.
나는 스시(sushi)나 사시미(sashimi) 보다 고기류를 좋아하는데,
일하면서 내 식성을 알고 있던 셰프형이 메뉴에도 없는 메뉴를 만들어 주셨다.
야키니쿠 비프(Yakiniku Beef)와 테리야키 치킨(Teriyaki Chicken),
그리고 카라게 치킨(Karaage Chicken)과 소량의 사시미(Sashimi)를 묶어서 만들어 주셨다.
사진을 보니 13년이 지났지만, 저 맛과 향이 입에 맴도는 것 같다.
나는 혼자지만, 너무나 맛있게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손님이 없는 2층에 올라와 하늘을 구경했다.
한창 일할 때는 청소하느라 잘 올려다보지도 못했었던 하늘과 풍경이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 있어라, 마루야,
안녕 Maroo,
안녕 Sydney!
2009.12.09
(지금은 레스토랑 Maroo는 없어져서 다시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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