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1주일가량 남았다.
오늘은 시드니에 있으면서 많이 지나갔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관광지를 가보기로 했다.
혼자 하는 시드니 여행이지만
재밌는 것 보고, 먹고,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시드니에 동물원이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시티에서 페리를 타고 가는 타롱가 주(Taronga Zoo)가 있고,
달링하버 한쪽에 위치한 와일드라이프 월드 WildLife World가 한 곳이다.
와일드라이프 동물원은 달링하버 부두 한쪽에 위치에 있는데, 아쿠아리움이랑 붙어 있다.
아쿠아리움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캥거루와 코알라를 볼 수 있는 동물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곤충과 파충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었다.
호주 하면 넓은 아웃백 Outback이 유명한데, 시드니에 있으면서 직접 경험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동물원에 오니 넓은 사막이나 아웃백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동물원을 구경하면서도 호주식 개그를 느낄 수 있었는데,
악어 존에 수영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놨다.
저 유리를 뚫고 수영을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재밌게 보고 지날 수 있었다.
실제 야외에서 만났으면 무서워서 꼼짝도 하지 못했을 것 같은 악어도 만났다.
실제로 악어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눈도, 입도, 피부 가죽도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거북이, 악어와 같은 큰 동물도 있었지만 불개미 같은 작은 곤충과 동물도 볼 수 있었다.
사막에 사는 불개미는 이렇게 마주치는 것도 많이 무서웠는데
눈이 마주쳤을 때 턱을 벌리면서 나를 공격하려 했다.
다양한 종류의 뱀도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해서 빨리 지나쳤다.
나는 예나 지금인, 겁이 참 많다.
동물원에 방문한 이유, 캥거루와 코알라를 빨리 보고 싶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야외에서 열심히 깡총깡총 뛰어노는 캥거루를 상상을 했었다.
혹은 엄마 캥거루 아기주머니에서 얼굴만 빼꼼 내놓고 나와 눈이 마주치는 아기 캥거루를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캥거루가 결코 자연의 캥거루와 같을 수는 없었다.
캥거루가 사는 환경을 잘 만들어 주셨는데, 아무래도 본래 캥거루가 사는 곳보다는 많이 좁을 것 같았다.
그리고 먹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라, 열심히 활동하기보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캥거루만 있었다.
통유리 안에 있는 캥거루만 볼 수 있었는데 캥거루가 놀랄까 봐 유리를 때릴 수는 없었다.
유리 밖에서 소리내어 부르기만 했는데 들리지가 않나 보다.
하루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동물원에서,
자기들도 얼마나 지치고 단조로울까.
생각보다 발톱이 날카로웠다.
캥거루 눈을 보고 싶어서 사진을 당겨서 찍었는데,
사진에 찍힌 캥거루의 눈이 많이 슬퍼 보였다.
대부분 동물들이 많이 지쳐있는 것이 보여서 나도 힘이 좀 빠졌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보기 좋은 것 같다.
다행히 캥거루 사촌, 왈라비는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먹이활동을 하는 동안이라 그런지 생기 있는 왈라비를 보니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코알라를 보러 왔다.
코알라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서 잠을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유칼립투스잎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활동하는 것을 많이 못 볼 줄 알았는데,
다행히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과 깨어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깨끗하고 신선한 유칼립투스잎만 먹는 코알라다.
사람들이 많이 있어도, 옆에서 열심히 떠들어도 개의치 않고 본인이 할 일만 하는 코알라였다.
대부분의 일생을 나무 위에서 보낸다고 하는데,
운이 좋게도 땅에 내려와 옆 나무로 이동을 하는 코알라를 볼 수 있었다.
코알라를 소개해주는 사육사도 이런 모습이 아주 희귀한 장면이라고 했다.
평생 나무에서 자고 먹고 하는 코알라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이라고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코알라는 나무 위에서 자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호주 떠나기 전에 호주를 상징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동물들이 갇힌 곳보다 넓은 자연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0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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