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베이(Byron Bay)를 벗어나 다시 시드니로 향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기 때문에 바이런 베이 근처에서 아침을 챙겨 먹기가 어중간했다.
동부 해안을 따라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적당한 공원을 발견하고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갈 겸,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친숙한 버너와 큰 냄비, 그리고 물과 라면이면 충분했다.
호주에서는 인적이 드물더라도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무료로 제공되는 바베큐 화로와 벤치가 갖춰져 있어 편하게 이용이 가능했다.
넓디넓은 공원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맛은 정말 색다른 맛이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취사도구를 간단히 씻어 다시 차에 실었다.
그리고는 시드니를 향해 다시 먼 길을 떠났다.
그러던 중 자동차의 이상 신호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자동차 계기판에 붉은 경고등이 뜨면서 계속해서 운영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덜컥 겁이 났다..
우리는 최근 3개월, 정확히 4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장거리로 차를 몰고 다니면서
정식적으로 자동차를 정비한 적이 없었는데,
번다버그에서 어떤 이유에서 차를 견인하고 정비를 하기는 했었지만,
시드니까지 가기에는 부족한 정비었다.
결국 시드니를 가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이 났었는데,
차 본넷을 몇 번 열고 닫고 하면서 냉각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본넷 앞쪽에서 냉각수가 빠지고 있었는데, 아무리 무지해도 냉각수 없이는 차 운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물이 부족해서일까?
차에 있던 생수를 임시방편으로 보충을 했다.
하지만 냉각수가 금방 다시 빠지는 것이 보였다.
냉각수를 채우고 가까운 도시까지만 가자는 생각에 차를 몰았지만,
곧 차에서 힘겨운 소리가 들리고, 더 이상 차를 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도로 한 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지나가는 캠핑카를 세워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그분도 본인이 마실 생수를 나누어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생수를 얻어 자동차의 냉각수를 다시 조금 채울 수 있었는데,
문제는 단순 냉각수 만제가 아니라 냉각수 시스템의 문제에 있는 것이었다.
펌프가 터져 그 사이로 냉각수가 계속 새어나가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냉각수로 힘겹게 가까운 고속도로의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견인차를 불렀지만 큰 도시와는 거리가 있어 오늘 당장 견인을 할 수는 없
내일 아침 9시쯤에 견인을 하루 수 있다는 일정을 확인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친구난 차에서 1박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견인차가 도착을 했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도시인 나비악(Nabiac)으로 우리와 차를 데려다주었다.
도시는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 정비소가 있어서 차량 정비가 가능했다.
이미 많은 차들이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작은 도시에 이렇게 큰 정비소가 있다는 것이 반전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정비소가 있어서 우리는 무사할 수 있었다.
비용이 문제지, 시드니까지 가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오래지 않아 우리 차량의 수리를 접수할 수 있었고,
정비공 아저씨가 차를 개복하고 금세 문제점을 파악하셨다.
역시 냉각수 펌프의 문제였다.
우선 차량 수리가 가능한지를 물었고, 답은 YES였다.
그다음은 수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명쾌한 답을 듣지는 못 했다.
하지만 오늘 중에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차량 수리가 끝날 때까지 나비악에 머무르면서 잠시 도시구경을 하길 했다.
도시에 머물면서 충분히 쉬고 먹고 구경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들려 이러한 풍경과 여유를 우연히 구경할 수 있는 것도 호주에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 생각했다.
이왕 차는 고장이 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는 것보다 앞으로의 우리를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마음은 가벼워졌고, 걱정은 사라졌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공용화장실을 이용했다.
별 다른 재미거리가 없었고, 차가 수리 중이라 멀리 가지도 못했다.
그래서 최첨단 화장실에 감사해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아침 일찍 차를 맡기고, 저녁이 되어서야 수리가 다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차는 말끔히 수리를 마치고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장 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차 시동 걸 때와, 시동 건 후 초기에 엔진의 출력이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차가 LPG, 휘발유 겸용이었고, 시동을 걸면 LPG를 먼저 사용해서 엔진을 움직이는데,
LPG가 엔진으로 가는 것이 원활하지 않은지 엔진에 힘이 없고, 시동이 꺼질 것만 같았다.
정비공 아저씨 말로는 냉각수 펌프 말고도 연료를 뿌려주는 펌프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그러한 문제 때문에 엔진에 열이 많이 나고, 냉각수 펌프에까지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우리가 시드니까지 간다고 하니, 시드니까지는 갈 수 있다며 잔뜩 겁을 먹은 우리를 안심시켜 줬다.
하지만 시드니에 가면 다시 정밀검사를 받고 필요한 수리를 받으라고 하셨다.
그 말을 끝으로, 늦은 오후 나비악을 떠나 다시 시드니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였지만 나비악과 정이 들었는데, 또 떠나려고 하니 아쉬웠다.
짧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차를 몰아 도시를 빠져나왔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시드니로 가자.
내일이면 시드니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2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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