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를 떠나 남쪽으로, 남쪽으로 이동을 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서 일찍 길을 나섰다.
오늘 무리하면 시드니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무리해서 운전을 하기보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그리고 관광지도 들리면서 이동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골드코스트에서 멀지 않은 바이런 베이에 들릴 예정이었다.
골드코스트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거리여서 차로는 1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바이런 베이를 경유지로 선택한 이유는,
바닷가에 넓은 국립공원과 아름다운 비치가 있기도 했고,
나지막한 언덕에 예쁜 등대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시드니 가는 길에 들려 보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이런 베이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고래가 가끔 들른다는 얘기를 들어서
운이 좋다면 고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날씨가 썩 좋지는 않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체감으로는 춥다는 느낌이 드는 날씨였다.
고래는 못 보더라도 사진이나 남길까 하는 심정으로 바이런 베이로 향했다.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다를 보기 위해 몇몇의 사람들이 전망대에 앉아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전망대라기보다, 언덕 위 넓게 가꾸어진 공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딱히 구경할 거리도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바다를 지겹게 봤었다.
하지만 도시에 묻혀 살면서 빌딩숲과는 다르게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행여나 고래를 만날까 바다를 샅샅이 훑었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의 고래가 아니었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 넓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걸리적거리는 것 하나 없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였다.
관광지였지만 사람이 많이 찾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는 사람에게는 더 휴식처가 되는 것 같았다.
간간히 리조트도 보였다.
간혹 찾아와 머물면서 휴식을 취한다면 참 좋은 곳인 것 같다.
이렇게 스쳐지나가지만 잠시 들른 나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계속해서 바다만 보고 있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먼바다, 가까운 바다, 그리고 바닷속까지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호주는 어딜가나 자연이 참 아름답고 깨끗한 것 같았다.
호주 정부가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 그리고 관광으로 방문하는 사람 모두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있던 사람들이 장소를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다시 떠나가고 했다.
하지면 몇 번의 사람들이 오가는 시간 동안에도 우리는 바이런 베이에 머물며 바다를 조망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유롭게 관광을 하고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던 중 먼 바다에서 뭔가 파도와는 다른 물결을 목격했다.
그것도 그런게, 갑자기 갈매기가 낮게 날면서 특정한 곳을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고래가 왔을까?
고래가 온것일까?
그러면서 바다를 봤지만 고래의 흔적은 없었고, 그냥 조금 높은 파도였겠거니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나타난 물결을 보고 고래가 수면으로 올라와 수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파도를 따라 시선을 옮기는데, 그렇게 기다리고 소망했던 고래가 해변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래를 못 보고 가야겠다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고래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자연에서 고래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고래라니.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와 큰 숨을 쉬었다.
오래 참았던 숨을 뿜으며 머리 위로 물이 흩날리는 것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푸, 하고 같이 내쉬었다.
고래가 숨을 쉬는 모습도 경이롭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바다에 저렇게 큰 포유류가 있는 것도 신기했고,
그렇게 오래 숨을 참았다가 한 번씩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도 신기했다.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 더욱 놀라온 모습을 목격했는데,
고래가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같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한 마리의 고래가 계속 헤엄을 치고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까운 곳에서 한 마리의 고래가 더 있었다.
고래가 이렇게 헤엄을 치고 노는 동안, 우리 주변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고래를 바라봤다.
다들 고래의 모습이 경이로운지 감탄을 하면서 고래를 구경했다.
처음에는 먼바다에서 놀았다.
갑자기 바비킴의 ‘고래의 꿈’ 노래가 생각이 났다.
머릿속으로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렇게 고래를 구경했다.
저렇게 놀다가 유유히 떠나가려니,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고래도 우리와 놀고 싶었는지, 점점 해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엄아와 아기 고래 같았다.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서 같이 놀자는 신호를 보냈다.
이렇게 자연의 고래를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경이로웠다.
이 넓은 바다에서 길도 잃지 않고 헤엄을 쳐서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이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막혀 있던 숨구멍이 열리면서 분수처럼 물을 뿜는 것도.
어릴 적 만화에서 보던 모습 같았다.
해변에서 한참을 우리와 놀다가 다시 고래는 먼바다로 돌아갔다.
동물원에서 보던 돌고래쇼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었다.
사람의 이기심으로 그 좁은 수조에 가두어 돌고래를 길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새삼 깨닭는 순간이었다.
저렇게 넓은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는 고래가 진짜 고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할 때, 우리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멋진 풍경과 등대가 있는 바이런 베이에서 이렇게 고래까지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멋진 하루가 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떠나갈 때 같이 바이런 베이를 떠났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풍경과 경험이었다.
잘 살고 있을까?
그때 만났던 저 고래들.
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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