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태국 음식이야 길거리 음식 어떤 것을 먹어도 다 만족스러운 맛과 가격일 테지만
오늘 저녁은 방콕 현지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가보자 해서 찾아갔다.
째오쭐라 (Jeh O Chula / ร้าน เจ๊โอว ข้าวต้มเป็ด)
똠양꿍에 면을 넣은 똠양꿍라면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Ω 영업시간 : (매일) 오후 4시 ~ 오전 12시(자정)
택시를 타고 찾아간 곳인데 택시를 내리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같았는데 실제로 웨이팅이 엄청 길어 보였다.
어느 정도 감안하고 저녁 시간을 일부러 조금 늦춰 저녁 8시에 방문을 했는데
그런데도 엄청 많은 사람들이 식당 앞에 줄을 선 모습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진짜 유명한 식당이 맞는 것 같았다.
웨이팅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직원분이 식당 앞에 책장을 놓고 있는 모습이 보였
그 주변으로 실제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가 더 늦춰질까 봐 빠르게 우리 순서도 번호로 받았다.
62번이라고 손글씨로 써진 종이를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웨이팅 기계를 이용해서 핸드폰번호를 입력하고 대기를 걸어두는 것을 하다가
방콕에서 손으로 쓴 웨이팅 번호를 받으니 재밌었다.
오히려 핸드폰 번호가 없는 형과 나는 이런 손글씨 번호표가 훨씬 더 어울리기도 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 안과 달리,
주방은 식당 밖 좁은 골목 같은 곳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더운 곳에서 음식 조리를 하는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무덥고 습한 날씨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주방이 있어 위생이 괜찮을까 싶기도 했는데,
계속 지켜보니 주방이 청결했고 조리를 하시는 분들도 위생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우리 번호는 62번인데,
처음 가게에 도착했을 때 20번 대 번호가 호명이 되고 있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기다리는 것 외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대기를 하면서 가게를 둘러보는데
가게 입구에 맛집을 상징하는 다양한 인증표가 붙은 것이 보였다.
미슐랭(Michelin / 미쉐린) 인증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으로 획득한 모습이었다.
22년 8월에 이곳을 방문했으니, 최근까지 매년 미슐랭 인증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미슐랭 외에도 클룩(Klook)에서 선정하는 클룩푸드픽(Klook Food Picks)에도 선정이 됐
지역, 로컬맛집을 인증하는 Excellence in Local Food Top 80에도 선정이 됐다.
어쨌든 맛집은 맛집인 것 같았다.
여기서 제일 바빠 보였던 직원은 대기표 관리 직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을 때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 같았는데
짜증 한 번을 내지 않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배달도 가능한 것 같았는데
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라인맨(LineMan)으로 배달 음식이 수시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째오쭐라, 그 오랜 기다림]
다행히 직원분이 번호를 영어로 불러주셨는데 한 번 10팀을 불러서 한 번에 식당 안으로 들여 보내주었다.
입장하기 전에 직원이 번호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천천히 입장을 시키고 있었다.
덥고, 습하고, 사람은 많아서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나와 같이 대기를 하는 사람 중에 짜증을 내는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직원의 안내에 잘 따르고 있었다.
여기에 사는 고양이 같았는데
사람들이 오가며 만지고 쓰다듬어도 본인은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다만 의자 위에서 잠을 잘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우리 번호가 호명이 되었다.
처음 여기 도착한 후 1시간 10여분을 기다린 후 겨우겨우 입장이 가능했다.
직원이 번호대로 줄을 세운 다음
식당 내부에 테이블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 지 확인하고 천천히 입장을 유도했다.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서 안내를 받아 입장을 했지만
여전히 식당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여기저기 빈 테이블이 보여서, 그 중 맘에 드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깔끔히 치워진 철제 책상 위에 한 권의 메뉴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리였다.
깨끗하게 우리를 반기는 테이블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허기진 나와 우리 형을 달래줄만큼 엄청 맛있는 음식이길 바라며 메뉴를 살펴봤다.
메뉴를 처음 펼치는데 첫 장에 어느 유명 시상식에서 식당이 시상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주 신뢰가 가는 메뉴의 모습이었다.
다른 메뉴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돼지고기튀김, 가지볶음, 두부튀김과 정말 맛을 보고 싶었던 대망의 똠양라면을 마지막으로 주문했다.
돼지고기 튀김은 똠양라면과 곁들여 먹기에 괜찮은 맛과 식감이었다.
삼겹살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겼는데, 돈가스와는 조금 다른 식감과 맛이었다.
가지튀김
한국에서 중식을 먹을 때 함께 주문했던 가지튀김, 지삼선의 모습과 비슷했다.
맛이나 식감도 지삼선과 비슷해서 익숙한 맛으로 먹을 수 있었다.
두부튀김
동글동글 귀여운 두부를 얇은 튀김옷을 입혀 살짝 튀겨 내었다.
고추를 잘게 썰어 함께 튀긴 튀김과자와 같이 먹을 때 식담도 재밌고 맛도 참 재밌는 두부튀김이었다.
오늘의 메인음식, 똠양라면
처음 음식을 봤을 때 생각보다 크고 양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세숫대야 같은 넓은 그릇에 다양한 해삼물과 계란, 야채가 한데 어울려 나온 모습이었다.
심지어 계란은 갓 깨트려 푹 익히지도 않고 똠양꿍 위에 얹혀 있는 모습이었는데,
뜨거운 똠양꿍 국물에 섞어 익혀 먹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네 신라면에 해산물과 계란을 깨트린 모습과 비슷했는데
그 향은 똠양꿍 향이 훅 나는 게 신라면과는 확실히 달랐다.
사실 사진을 이 사진 외 추가로 더 찍지 못했는데,
똠양꿍과 라면의 조합이 나와 우리 형 입맛에는 딱 어울리지가 않아서
먹으면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맛이 우리가 아는 맛 중에 어느 맛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이렇게 낯선 맛을 만들어 내는지
형과 대화를 나누느라 사진을 미쳐 찍지 못했다.
결국 똠양라면은 맨밥을 다 먹을 정도로만 가볍게 곁들여 먹고 반 정도는 남겨야 했다.
그래도 해산물이 신선하고, 똠양꿍을 엄청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맛이 있는 음식인 것은 확실했다.
나와 우리 형 입맛이 조금 까다로웠던 것으로.. !!
우리가 이곳 음식에 대해 이런 진지한 논평을 하거나 말거나
식당 안 사람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본인들 식사를 하기에 바빴다.
그 와중에도 식당 밖 웨이팅 줄을 줄어들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밖에서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형과 조금 더 머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까도 했었지만
우리가 기다리면서 애가 탔던 모습을 생각하며, 뒷 손님을 위해 그만 일어나 자리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한 번은 먹어볼 만한 그 맛
째오쭐라의 똠양라면 맛이었다.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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