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일찍 챙겨 먹었다.
먼 길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었다.
정든 번다버그를 떠난다는 것은 아쉬움 반, 설레임 반의 감정이 교차했다.
시드니에서 번다버그로 올때는 셋이었지만, 다시 시드니로 돌아가는 오늘은 둘이었다.
차에 짐을 싣고 차를 몰아 시드니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티에서 잠시 업무를 봤다.
지금에서 기억을 되돌려 보면, 저때 정확히 어떤 업무를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세금관련된 업무를 봤던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된다.
오늘 이동 계획은 번다버그에서 브리즈번을 지나 골드코스트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중간중간 몇몇 관광지도 둘러보면서 천천히, 천천히 시드니로 향해 가기로 했다.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는 총 1,300km 거리.
그 중 첫 번째 목적지는 브리즈번 근교에 있는 유명 해변, 누사비치(Noosa Beach)로 잡았다.
번다버그에서 누사비치까지 거리는 260km 정도였다.
차로 넉넉히 3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누사헤드(Noosa Heads)는 브리즈번 근교의 부자 도시인 것 같았다.
장거리 여행에서 쉬어가기 좋은 해변마을이었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지만 고급 건물들이 많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영화에서 보는 부자동네 같았다.
2층 단독주택에 정원이 있고, 바다와 가까이 있으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길에 다리가 있는데, 다리 위에서 부자동네를 배경으로 사진을 하나 남겼다.
나도 이런 부자동네에서 여유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장소 맞은 편에는 큰 리조트도 있어서, 부자동네이기도 하지만 여유로운 휴양지인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면 누사헤드 메인비치에 이미 많은 관광객, 혹은 주민들이 바다와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해변에 누워 태닝을 하고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호주는 겨울인데, 이렇게 여름 같은 바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비치는 파도가 높아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영을 하기에는 파도가 높고 쎄다고 느꼈는데, 주어진 영역에서만 수영을 해라는 푯말이 꽂혀 있었다.
사실 수영은 해변 가까운 바다에서만 즐기고 있었고, 먼바다에서는 서핑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야할 길이 멀어서 수영이나 서핑을 하지는 못 하고, 기념 사진만 여러 장 남겼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여유롭게 바다를 즐기는 모습을 실컷 부러워했다.
바다 주위로 공원과 조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공원을 거닐면서 누사 헤드를 즐겼다.
생각해보면 호주에 와서 시드니에서, 번다버그에서 약 8개월 동안 열심히 일만 했다.
중간 중간 쉬는 날이 있었지만, 그리고 주변을 여행하고 돌아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호주를 여행한적은 없었다.
아직 시드니까지 가야할 거리가 많았지만, 약속이나 다음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사 헤드의 도시 분위기처럼, 나와 내 친구도 충분히 심적인 여유가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브리즈번으로 들어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비행기로 글씨를 새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6월 21일에 브리즈번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러 여행을 왔었다.
그 이후로 1달 2주 정도만에 다시 브리즈번을 찾았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지금은 브리즈번에 친구가 머물고 있지 않았다.
이미 어학연수를 마치고 최근 시드니로 이동을 했고, 우리가 오기만을 시드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신 하늘에서는 우리의 브리즈번 재입성을 축하하는 듯한 스카이 라이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드니에서도 이런 스카이 라이팅을 자주 보고는 했었는데,
호주에서는 기업에서 광고 목적으로, 연인들의 프로포즈 목적으로 간혹 활용한다고 한다.
이번 스카이 라이팅이 어떤 것을 광고하는 것인지, 혹은 특별한 프로포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서 이러한 이벤트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는 새롭고 색다르고, 또 즐거움이었다.
시드니를 가려면 브리즈번을 지나서 가야 했다.
그런데 그냥 지나가기 보다는 지난 번 브리즈번 방문 때 가보지 못 했던 관광지를 들리기로 했다.
쿠사마운틴(Mt. Coot-tha)에는 브리즈번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해가 지는 브리즈번의 여명을 보고 이동을 하기로 했다.
쿠사 전망대가 있는 쿠사마운틴은 보타닉 가든으로, 나무와 식물로 잘 가꾸어진 공원 안에 있었다.
해가 지는 쿠사 전망대에는 늦은 오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나즈막한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었는데, 그렇게 높지 않아서 바로 눈 아래에 브리즈번이 놓여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날씨가 좋아 브리즈번 멀리까지 전망을 할 수 있었다.
우리도 그들 무리에 끼여 브리즈번을 구경했다.
도시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나에게는 늘 차가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시드니에서, 번다버그에서, 그리고 지금 브리즈번에서도 그랬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도시는 그 불빛으로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고 저녁을 맞이하는 도시는 왠지 쓸쓸하고 차가운 모습이었다.
브리즈번 야경은 터닝포인트를 지난 나의 호주생활의 지난 8개월을 돌아보게 했다.
같이 왔던 친구도 곧 호주를 떠나 한국으로 가야하는 아쉬움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시드니도 마찬가지지만, 브리즈번도 주변에 큰 산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멀리 지평선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조망이 좋았다.
한국의 큰 도시는 시내에 높은 건물이 많아 높은 산에 올라야 도시를 전망할 수 있지만,
호주에서는 시티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건물이 다 낮아, 이런 낮은 전망대해서 도시 전체를 전망할 수 있었
도시 가까운 곳에서 전망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까운 도시 전망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렇게 전망대에서 브리즈번 시티를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지만,
저 안에서 또 열심히, 치열하게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앞으로 시드니에서,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돌아가면 학교 졸업을 해야 했고, 또 취직을 해야 했다.
가끔 힘이 들면 오늘을 추억하며 힘을 얻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여행이 좋다.
해가 다 지고, 쿠사 전망대를 내려왔다.
오늘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골드코스트(Gold Coast)로 가기 위해 다시 이동해야 했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 그리고 많은 비치 중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까지 거리는
약 85km거리여서 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었다.
쿠사마운틴을 내려와 브리즈번 시내를 가로지르는데,
눈 앞에 포엑스(XXXX, Four X) 공장이 나타났다.
호주에서 맛있게 마셨던 맥주가 몇 개 있었는데,
하나는 VB맥주(Victoria Bitter)와 포엑스맥주였다.
그 포엑스맥주 공장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반가웠다.
2009년 최신 Kpop을 들으면 브리즈번을 지나고 있었는데,
나는 지금도 SG 워너비의 ‘라라라’ 노래를 들으면 이 때 해가 진 브리즈번 시내를 운전하면서,
포엑스 공장 앞을 지나던 때가 생각이 난다.
2009년은 Kpop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직전이었는데,
이때는 Kpop이 지금처럼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늦은 저녁에 골드코스트에 도착했다.
호주에 있으면서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미국의 라스베거스까지는 아니지만, 호주에서 유명한 휴양지였고 또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우리가 이곳을 들린 것은 단순히 시드니를 가기 위한 경유지었지만,
이곳을 방문했다는 것만 해도 흥분되고 즐거웠다.
골드 ‘코스트’라는 말대로, 골드코스트에는 많은 해변을 따라 많은 비치가 있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골드코스트의 북쪽 끝에 위치한 비치인데,
충분히 골드코스트 다웠고, 하룻밤 머물러 가려는 여행객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배풀어 줄 수 있는 곳이었다.
거리의 버스킹과 악사들, 그리고 서커스는 우리에게 훌륭한 즐길거리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찾은 많은 관광객과 함께 저녁을 충분히 즐기
친구와 나는 오늘 하루 고단한 몸을 쉬기 위해 휴식을 취했다.
번다버거를 떠난 첫 날은 조금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많이 설레고 아쉽고, 그리고 즐거웠다.
내일 다시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200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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