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형과 같이 여행을 가기로 결정이 된 이후, 서로가 오랜 고민 없이 고른 여행지가 바로 태국
그중에서도 방콕이었다.
방콕으로 여행지를 고른 이유는
오래전부터 형이 태국의 카오산로드를 한 번 가보고 싶어 했기 때문인데
10년 전 내가 처음 방콕과 카오산로드를 찾았을 때를 되돌아 봐도
형이 카오산로드를 가고 싶어 하는 맘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코로나 제재가 풀리자마자 나는 10년 만에,
형은 처음으로 방콕의 카오산로드를 가게 된 것이다.
[국외여행/태국 Thailand] – [태국(11)] 카오산 로드의 밤 (A Night at the KhaoSan)
그때 내가 느낀 카오산로드는 정말
여행자들의 천국, 해외여행지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은 카오산로드는
10년 전과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어서 많이 낯선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제재가 풀린 지 오래되지 않았고, 비마저 엄청 내리고 있어 썰렁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도 카오산로드 입구의 맥도날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맥도날드 마스코트 동상 옆에서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었다.
[국외여행/태국 Thailand] – [태국(5)] 카오산로드 Khaosan Road (ถนนข้าวสาร, Thanon Khao San)
형에게 멋진 방콕, 흥겨운 카오산로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상가들이 많이 없는 모습이었고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엄청 휑한 모습이었다.
태국의 열대기후 날씨 때문에 내리는 비라면 금방 그칠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래서 맥도날드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카오산로드 ถนนข้าวสาร, Khaosan Road
방콕 프라나콘 방람푸 지역에 있는 짧은 거리 이름으로, 300m도 채 안 되는 거리다.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집합소이자 젊은이들의 해방구다.
여행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고 현지 여행사를 통해 방콕 근교로 가는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카오산로드에는 장기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값싼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3성급 호텔에 이르는 값싼 숙소가 많다.
다양한 음식, 인터넷 카페와 환전소, 빨래방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맥도날드 앞에 왜 주유기가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할리데이비슨 컨셉으로 만들어진 주유기가 맥도날드 앞에 놓여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끝내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빗줄기가 더 굵어지며 밤새 내릴 기세를 보여
어쩔 수 없이 우산을 쓰고라도 카오산로드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이렇게 보니 비가 내리는 카오산로드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바닥에 고인 빗물이 상가 조명을 받아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길 가운데까지 상가가 펼쳐져 좁은 길로 여행자들이 왁자지껄 걸어 다녔는데
지금은 안전봉이 쳐져 있어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진의 왼쪽 상점은 새롭게 리모델링이 되어 깔끔하게 변해 있었는데,
그래서 좀 더 황량했다.
*24년 현재는 다시 예전의 카오산로드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후기가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코로나직후에는 황량했다.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카오산 로드 반대편 끝에 있는 스타벅스 안에서 다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이곳은 10년 전에도 내 친구와 잠시 들러 휴식을 취했던 스타벅스였다.
[카오산 로드 폭우, 그리고 고립]
천둥과 번개가 내리면서 결국 형과 나는
카오산에서 고립이 되고 말았다.
우리 일행 말고도 대처 없이 카오산 로드를 찾았다가 비를 만난 관광객이 스타벅스에서 많이 쉬어가고 있었다.
조급한 내 속과 달리 스타벅스 안은 많이 너그럽고 평화로웠다.
그렇게 다시 1시간 여를 스타벅스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오늘 저녁 일정은 카오산 로드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내리는 비 덕분에 형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폭우가 우리 형제에게 주는 귀한 시간 같아서 이 또한 기쁜 마음으로 맞았다.
내리는 비는 야속했지만
또 이렇게 사진까지 남기며 형과 추억을 쌓았다.
그렇게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다
근처 식당에 가서 미고렝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자 싶어
다시 카오산 로드로 발길을 돌렸다.
굵은 빗방울을 헤치며 겨우 찾아 간 로컬 식당이었다.
나시고렝과 쏨땀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려 들어간 식당이었는데
우리 일행과 같이 비를 피해 늦은 저녁과 맥주를 마시는 손님이 많아
안 그래도 좁은 식당에 빈자리가 없었다.
빈자리를 기약할 수 없어 돌아서 나가려는데
노란 카디건을 입은 어느 손님이 함께 합석을 하지 않겠느냐고 우리 형제에게 제안을 해왔다.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대화할 친구가 필요하다며 우리에게 친절하게 합석을 제안했다.
형과 나는 오히려 나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같이 저녁을 먹자며 합석에 응했다.
그렇게 벨기에 브뤼셀에서 온 클라우디아(Claudia)와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되었다.
비를 비해 시간을 보내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또 우연히 낯선 여행자를 만나 짖꿎은 날씨를 함께 탓하며 맥주를 마실 수가 있었다.
결국 소소하지만 카오산에서 기대했던 즐거운 저녁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는데
물론 나도 즐거웠지만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카오산을 찾은 형이 너무 즐거워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나중에 클라우디아와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으며 이때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달해 줬다.
지금도 가끔 안부를 물으며 이날을 추억하고 있다.
그렇게 아쉽지만 설레는 카오산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얄궂게도 그렇게 세차게 내리던 비가 호텔로 돌아오니 그쳐 있었는데, 마치 호텔로 들어가는 우리 형제를 놀리는 듯했다.
참 속을 알 수 있는 방콕의 날씨구나 싶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 방을 찾았는데
내 맘도 모르고 강 건너 왓 아룬은 노란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매섭게 비가 내리고 막 그친 후라 상쾌한 공기 넘어 선명한 왓 아룬 야경을 만날 수 있었다.
숙소 하나는 참 잘 골랐다며 스스로 위안 삼았다.
오늘 하루 많이 혼란스럽고 또 날씨는 결코 우리 편이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우연과 인연을 만나고, 또 이렇게 멋진 야경을 만날 수 있었던
10년 만에 다시 찾은 방콕에서의 첫날 여행이었다.
2022.08.15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