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장에서 입었던 작업복도 떠나보내 줘야 할 때가 됐다.
농장에 와서 일을 하러 갈 때에만 있었던 작업복이었다.
매일 아침에 입고 출근해서, 땀에 젖은 옷을 매일 빨아서 널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입고 출근하는 것을 3개월 동안 반복했다.
다행히 번다버그의 햇볕은 뜨거웠고,
빨래는 잘 말랐다.
토마토 따는 일을 주로 했었기 때문에 모자부터 신발까지 모든 작업복이 토마토 줄기 물이 들어 빨래를 해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깨끗이 세탁을 한다고 해도, 토마토 밭을 누비며 토마토를 따게 되면 또 금세 흙이 묻고 물이 들었다.
3개월 동안 입었던 내 작업복은 이렇게 토마토 물이 훈장이나 계급장처럼 잔뜩 들어 있었다.
모자와 티셔츠, 바지는 번다버그 시내 비니샾에서 저렴하게 구매해서 입었다.
수건은 호주를 오기 전에 아버지가 챙겨주신 것이었고,
신발과 양말은 호주에서 떨어지면 버리려고 한국에서 신고 온 것이었다.
아쉽지만 이제 모두 버리고 떠나야 했다.
쓰레기통에 옷을 버리기 전에, 사진으로 흔적을 남겨 뒀다.
내일 번다버그를 떠난다.
이 모든 게 너무 아쉽다.
200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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