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토요일 오후, 맑음
아직 목련이 피지 않은 3월 말이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활을 내기 참 좋은 날이었다.
보통은 활을 내고 나면 고전분이 화살을 쳐서 살날이로 살을 옮겨 주시는데
오늘은 고전이 계시지 않아 세 순을 내고 직접 무겁터로 살을 치러 갔다.
활터에서는 화살을 줍는다는 표현을 ‘살을 친다’고 한다.
그래서 동진동퇴(同進同退)하면서 ‘살 치러 가시죠!’라고 말씀을 하시고는 한다.
이렇게 무겁에 직접 오면 내 습사 실력을 숨김없이 다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대각선으로 살 세개가 나란히 바닥에 꽂혀 있다.
이렇게 관중을 하지 않은 살들은 화살촉이 모래터에 박히게 되어 있다.
오히려 관중을 한 화살은 바닥에 가지런히 누워 있고 또 모래도 덜 묻는다.
아직 내 화살은 언제나 모래를 잔득 묻혀 사대로 날라오고는 한다.
대회 때 사용하는 고전막사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삼관 근처에 있는 막사는 평소에 고전분이 머무시는 공간이다.
최근에 동관을 새롭게 설치했는데,
누군가 동관을 관중시킨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튕겨져 나가지 않은 화살이 그대로 동관이 꽂혀 있었다.
무겁에서 바라보는 황학정은 참 모근하게 산에 안겨 있는 모습이다.
봄이 오려는지, 조금씩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나무들 사이로 얌전히 자리 잡은 황학정 정자가 기품 있어 보인다.
활쏘기는 언제나 정직해서 참 좋다.
연습을 게을리하면, 무겁터에 그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남을 시기할 필요도,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부지런한 만큼 실력이 나타난다.
늘 그렇듯,
언제나 과녁은 무겁에 우뚝 서 있으면서 움직임이 없다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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