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여행/러시아 Russia] – [러시아(36)] 바이칼 호수 재래시장에서 오물(омуль) 맛보기
바이칼 호수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미리 왕복으로 예약해 둔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했다.
나의 아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니버스가 바이칼 호수 지역을 벗어나자 버스의 흔들림이 자장가가 되어 나를 쉽게 잠재워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르쿠츠크를 향해 잘도 달려 나갔다.
1시간을 눈 깜박할 시간만에 보낸 나는, 막 잠에서 깼을 때 버스가 이르쿠츠크 시내에 접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터미널로 가기 전에 이르쿠츠크 중앙시장에 버스가 한 번 정차를 한다고 하길래
부리나케 나도 터미널로 가지 않고 시장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저녁 6시 30분이었다.
아직 오후 2시 정도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이르쿠츠크 시장에 들러 러시아 사람들 생활을 조금 더 엿보기로 했다.
이르쿠츠크 중앙시장 Центральный рынок
이르쿠츠크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시장으로 1848년 장작과 건초를 팔던 장터로 시작하여 발전을 거듭한 시장이다.
지금은 깔끔하고 현대화된 높은 천장을 가진 건물 안에 여러 매장이 입점해 있고,
시장 건물 바깥에도 많은 상인들이 직접 기르거나 수확한 과일, 생선, 고기 등을 팔고 있다.
중앙시장 앞으로 80여 대의 버스가 지나는 미니버스 승강장이 있다.
매일 약 4만 명이 중앙시장을 찾는다.
나는 건물 안 보다는 밖에 있는 상가를 걸어 다니며 시장의 분위기를 느끼려 애썼다.
야외시장에도 나 같은 관광객과 함께 현지인들도 많이 보였다.
과일이 엄청 신선해 보였다.
너무 먹음직스러워 과일가게를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산딸기(라즈베리, Raspberry)가 참 먹음직스러워 보여 한 컵을 사서 들고 다니며 시장을 구경했다.
나는 어릴 때 내 시골 밀양에서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산딸기를 많이 따 먹었던 기억이 있다.
도시에서 온 내가 길도 모르고 여기저기 산길을 노니는게 재밌고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즐거우셨는지
내 사촌 누나들이 나를 잘 데리고 다니면서 들판에 아무렇게나 자란 산딸기를 자주 따주시고는 했다.
그때 그 기억을 이르쿠츠크에서 다시 느꼈다.
신선하고 상큼했고,
또 즐겁고 맛있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중앙시장을 둘러보
나는 이제 정말 러시아를 떠나기 위해 이르쿠츠크 공항으로 향했다.
언제나 반가운 한국형(形, Style), 아니 내 고향 부산형(形, style)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내 어릴 적 중, 고등학교로 나를 실어 나르던 부산의 산복도로 22번 버스가 생각났다.
버스 내부에 한글로 적힌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갈아타실(환승) 승객은
카드 단말기에 접촉해 주세요.
내릴 때 카드를 찍으면 정말로 부산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환승 카드를 찍지 않았다.
뒷문에는 손조심, 손대지 마시오 같은 안내문도 볼 수 있었다.
러시아 버스는 앞문으로 타고 내리고 뒷문은 정작 버스가 정차해도 열리지 않는다.
또 버스비는 내릴 때 기사님에게 직접 전달하면 된다.
큰 돈이 아니라면 잔돈도 받을 수 있다.
이르쿠츠크 중앙시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80번
20여 분만에 이르쿠츠크 공항에 도착했다.
도시가 크지 않아서 시내에서 공항까지 금방 이동할 수 있었다.
떠나가는 버스가 눈에 익숙해서 사진으로 여러 장 찍으며 기념을 했다.
이르쿠츠크는 공항은 크지 않다.
외관만 보면 부산의 김해공항 같기도 한데,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가 걸어서 5분 여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침에 국내선에 맡겨둔 내 짐을 찾아서 이제 국제선으로 넘어가야 했다.
재밌는건,
국내선 청사는 러시아어로(Aэропорт),
국제선 청사는 영어로 공항(Airport)을 표기해 뒀다.
2019.08.28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