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을 떠나기로 했다.
농장에 온지 3개월이 조금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처음 농장을 오기 위해 계획했던 90일 간의 농장 일을 채운 직후였다.
농장에서 많은 돈을 벌기 보다, 호주에서 더 머물 수 있는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
호주 정부에서 규정하는 지역에서의 텍스잡(Tax Job)을 90일을 채우는 조건만 충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 보다 먼저 호주로 왔던 2명의 친구들이 4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 학점을 채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번다버그를 떠나야 했다.
브리즈번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 1명과 농장에서 나와 머물고 있는 친구 1명,
그 들은 본래 나보더 먼저 호주에 들어와 10개월만 호주에 머물 계획이었다.
10개월이 되는 시점이 8월 말이었다.
브리즈번에 있던 친구가 브리즈번 3개월 어학연수를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전해왔다.
번다버그에 있는 친구도 시드니로 이동해서 8월 말에는 함께 한국으로 귀국을 해야 했다.
나도 친구를 따라 농장을 떠나기로 했는데,
호주에 가장 늦게 들어온 또 다른 친구 1명은 계속 번다버그에 남기로 했다.
우리 셋 중에 가장 늦게 호주에 왔었기 때문에 아직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많이 남았기도 했고,
농장에서의 생활이 시드니 시티에서의 생활 보다 낫다고 판단을 해서였다.
사실 돈은 시드니에서 더 잘 벌 수 있었다.
레스토랑 일도 그렇지만 부지런을 떨면 세컨 잡(2nd Job)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회는 더 많았다.
실제로 농장에 오기 전, 친구 하나는 시드니에서 투잡을 했었고,
덕분에 차를 사는데 많은 비용을 들여 나머지 우리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혼자 일하기를 좋아하거나 영어 소통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에는 오히려 농장에 머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결국 브리즈번에 온 우리 3명 중 친구 1명은 남고, 나와 친구 1명은 차를 가지고 시드니로 이동하기로 했다.
호주를 떠나기 이틀 전,
백패커스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작은 파티를 열었다.
우리와 함께 추억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우리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고, 또 안녕을 빌어줬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 중 몇몇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3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이고 추억이다.
시드니나 브리즈번과 같은 대도시는 한국에서도 직항이 있어서 맘만 먹으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 번다버그는 쉽게 찾아오기 힘들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번다버그에서의 남은 시간이 너무 아쉽고 짧게 느껴졌다.
200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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