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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일찍 활터를 찾았다.
매 년 새해는 강릉이나 양양, 동해로 가서 새해를 보고는 했었는데
이번에는 활터에서 새해를 보며 활을 내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황학정 사대에서 무겁터가 동쪽에 위치해 있어서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활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많이 추웠고, 며칠 전 눈도 많이 와서 사람들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활터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활을 내고 계셔서 조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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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함이 뭔지 새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있다.
새벽 4시의 자갈치시장
새벽 4시 30분 시내버스 첫 차
새벽 5시의 인력사무소
새벽 5시 30분 지하철 첫 차
그리고 새벽 6시의 활터
나도 6시 반쯤 활터에 도착해 활을 몇 순 내었다.
7시 30분이 넘으니 동쪽 하늘이 조금씩 붉게 타면서 해가 곧 솟아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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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분들이 새해 첫날이라 음식과 간식을 나눠주셨다.
새해에 음식도 나눠먹고 활도 내니 뭔가 뿌듯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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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서울의 일출시간은 7시 47분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높은 빌딩 숲에 가려서인지, 8시가 조금 넘어서서야 멀리 건물 사이로 붉게 달아 오른 새해가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들어냈다.
해를 기다려 애가 타는건 내 마음 뿐이었다.
기다렸던 해가 떠오르자 다 함께 소원도 빌고,
묵혀뒀던 걱정은 화살에 실어 날리며 24년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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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봤던 해였는데
1월 1일에 보는 새해 해돋이는 아무래도 새로울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사람들의 소원과 바람을 실은 새해라서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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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앞으로 넓게 쌓인 눈이 빨갛게 달아 참 예쁜 새해 아침이었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눈밭과 그날 유난히 눈이 부셨던 내가 함께 맞이하는 새해 첫날이었다.
올해 더 눈부신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깍지손을 힘차게 뿌려 활을 냈다.
내 근심
걱정 모두 화살
하나하나 실어 날아
가라
가라 관에 맞아
내 바람 하나 실어 날아
오라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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