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32)] 모스크바 마지막 식사, 스테이크 맛집 그리고 길거리 공연

 

 

[러시아(32)] 모스크바 마지막 식사, 스테이크 맛집 그리고 길거리 공연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2024-03-10 21:26:13








붉은광장을 나와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모스크바를 떠나는 비행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짐을 챙기고 숙소 체크아웃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모스크바 광장 앞 오호트니 랴트 쇼핑몰(Охотный Ряд)지하통로를 이용해 길을 건넜다.
붉은광장을 오가며 봤던 카페가 오늘따라 얄밉게 더 여유로워 보였다.







러시아 의회 건물인 것 같았는데
직접 이렇게 보니 엄청 웅장하고 멋있는 건물이었다.
건물 입구 중앙에 러시아를 상징하는 휘장이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시 멀리서 바라보는 볼쇼이 극장
이제 이 극장의 모습도 마지막이었다.
건물을 돌아 숙소로 가서 짐을 챙기고 나와 지하철을 타면 당분간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여러모로 볼쇼이 극장에서 볼쇼이 발레단이 공연하는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지 못 한 것이 계속 아쉽다.



숙소 입구의 거대한 문
모르고 방문한다면 일반 주민이 사는 주택의 입구처럼 보이는 곳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숙소 입구가 아닌 줄 알고 4층 계단을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세 번을 오르내렸던 기억도
이제는 다 추억이 되었다.
그런 나와 마주친 유럽 여행객이 나를 보고 친절하게 숙소 입구를 안내해주던 모습도
역시나 이제 다 추억이 되었다.



체크아웃 시간은 오후 2시까지였다.
오후 2시를 불과 1분 남겨두고 체크아웃을 한 후 숙소를 벗어났다.

얼마 전 도쿄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장만했던 손목시계가 이번 여행에서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이 시계는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애용하는 시계다.)

[도쿄 놋토Knot 시계]

저녁 6시 30분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은 넉넉했다.
시내에서 점심을 게을리 먹고 공항으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떠나가는 날까지 모스크바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오후 햇살을 받은 모스크바 건물들이 형형색색 빛을 바라며 떠나는 나를 다시 한번 유혹했다.
시내 중심가에 숙소가 있어서 조금만 벗어나도 명품관들이 즐비한 모스크바 거리였다.
티파티(Tiffany&Co.) 매장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시내를 오가며 봐뒀던 식당 케첩(Ketch up)이라는 곳에서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당 이름이 재밌기도 했고, 몇 번 오가는 동안 이곳에 사람이 늘 많았었기 때문에
믿고 먹는 맛집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나는 영어로 테라스에 자리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고
직원 분이 어렵게 알아들으시고는 친절히 나를 테라스 한쪽 빈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참 친절한 직원분이셨다.
테라스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점심시간은 이미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홀에도 많은 손님들이 늦은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식사는 대부분 끝이 나고 음료와 술을 마시며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식당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동안 직원분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다행히 영어메뉴판을 주셔서 어렵지 않게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나는 페일에일(American Pale Ale, APA) 생맥주 한잔과 계란이 있는 비프스테이크(Beefsteak with egg)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금방 맥주가 먼저 도착했다.
여행 중에 마시는, 그것도 한낮에 느긋하게 마시는 맥주는 언제나 옳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아름답게만 들렸다.

천천히 이번 러시아에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봤다.
처음으로 1주일간 기차를 타고 9,288km를 달렸던 기억과 모스크바에서의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래지 않아 도착한 스테이크
보통 스테이크는 넓은 접시에 담아내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는 깊이가 있는 그릇에 담아내어 주었다.
칼로 자르는 것이 조금은 번거로웠지만 크게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색다르게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
반숙한 계란과 스테이크는 버섯구이와 오이구이와 함께 먹어 느끼함이 전혀 없었다.
모스크바에서 마지막으로 먹기에 아주 적절한 식사였다.
정말 맛있었다.



나는 정말 고기 한점, 야채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다 긁어먹었다.
사진을 찍고 저기 마지막 남은 오이 한조각도 입가심 겸 먹어 치웠는데,
짭짤하지만 스테이크의 느끼함을 잡아 준 저 맛을 낼 수 있는 오이 조리법을 나는 아직도 찾지 못해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추억하게 된다.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레스토랑 케첩에는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었다.
점심이 지나도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 위해 햄버거 종류를 주문하거나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해서 대화를 나누는 손님이 많이 보였다.

이래저래 참 잘 찾은 식당인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내 식사값으로 990루블을 지불했다. (약 15,000원)
서비스 비용 10%가 붙은 가격인데 그래도 다른 유럽에 비하면 물가가 엄청 저렴한 편이었다.
이 가격에 이 구성으로 엄청난 맛을 볼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모스크바 길거리 공연]

밥을 먹고 캐리어를 챙겨 식당을 나서는데
식당 바로 맞은편에서 한낮의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배는 부르고, 공항까지의 시간은 넉넉해서 나도 잠시 서서 공연을 구경했다.

모스크바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이런 멋진 공연을 선물로 남겨주는 참 즐거운 도시였다.
곡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악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남겨두고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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