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고장이 났다.
시드니를 떠나기 전인 4월 중순에 중고로 차를 산 다음에 3개월 동안 여기저기 많이도 타고 다녔다.
그런데 차를 탄 거리와 시간과 달리 차 정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게 문제였다.
친구들과 돈을 모아 호주에서 차를 사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 차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냥 기름을 넣고 달리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다시 기름을 넣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차는 엔진오일도 정기적으로 갈아야 하고, 냉각수도 정비하고, 벨트도 정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허허벌판, 호주의 그 유명한 아웃백에서 차가 멈추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했다.
주말에 놀러가기 위해 차 시동을 켰는데 시동이 걸리는 것 같더니 금새 시동이 꺼지고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다.
본넷을 열어봤지만 운전하는 것 외에 차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속을 들여다 봤지만 짚이는 곳은 전혀 없었다.
결국 손을 쓰지도 못하고, 우린 견인을 부르기로 했다.
사람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병원을 간다는 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이게 모두 우리의 무지에서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찹찹하고 쓰렸다.
견인차를 기다리는데, 눈 앞에 펼쳐진 길과 가로수, 그리고 나무의 꽃이 참 이뻤다.
내 마음도 모르고 하늘은 또 왜 이렇게 이쁜건지.
이런 풍경을 다 즐길 새도 없이 사뭇 진지하게 친구랑 지금 이순간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걱정하고 논의했다.
그렇게 견인차에 실려간 우리의 차는 번다버그 시내에 있는 정비소에서 차를 정비했다.
지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냉각수 펌프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거금이 들었지만 수리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예정은 농장 생활이 끝나고 시드니로 돌아가서 차를 다시 되팔 생각이었다.
앞으로 2개월 가까이는 차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앞으로 건강하게 잘 달려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200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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