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18)] 시베리아 횡단열차, 7일차, 모스크바 도착

 

[러시아(18)] 시베리아 횡단열차, 7일차, 모스크바 도착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

처음에는 이 먼 거리를 어떻게 달려가나 싶었는데 벌써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마지막 날이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지 7일째

오늘 오후 2시 13분이면 모스크바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렇게 보니 지난 1주일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나 싶고,

또 이제는 이 기차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창 밖의 풍경도 허허벌판과 초목, 자작나무가 우거진 숲을 달리던 지난 풍경과 달리

큰 건물이 가득한, 도심의 풍경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이 확실히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풍경은 도시와 가까워졌지만

그럼에도 나무와 초목은 여전했다.

많은 나무와 풀들이 도심 근처에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반면에 도로에 차가 많지는 않아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거대한 홍보간판과 건물 여기저기 보이는 이름 적힌 간판들이 이전에 봐오던 풍경과 달랐다.

기차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되는 7일째 아침,

왠지 잠이 일찍 깨는 바람에 천천히 흘러가는 창밖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전 7시 33분, 니즈니 노브고로드(Нижний Новгород, Niznii Novgorod) 역에 도착했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역을 포함해서, 모스크바까지 총 3개의 역이 남은 하루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이른 아침이어도 역에 도착하면 기차에 내려서 역을 구경하고 싶었다.

노브(Нов)는 새로운(new)이라는 뜻이고, 고로드(город)s는 도시(City)라는 뜻이다.

한국어로 얘기하자면 ‘니즈니(Нижний, 저지대) 신도시’라는 뜻이 된다.

본래는 러시아 안에서 근래에 개발된 지역을 아우르는, 정말 ‘신도시’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명으로 자리를 잡게 된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러시아에는 이곳 니즈니 외에도 신도시라는 뜻의 ‘노브고로드’라는 지명이 많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5번째로 큰 도시다.



기차에서 내려서 승강장으로 나가 보았다.

승강장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도 이곳이 큰 도시의 역이다는 것이 체감이 됐다.

그리고 계단을 이용해서 기차에 오르내려야 했던 다른 역과 달리,

승강장의 높이가 기차의 객실 높이와 같아서 계단을 이용할 필요 없이 기차에 오르고 내릴 수가 있었다.

15분 쉬어가는 역이었기 때문에 밖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에 다시 올라서 짐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화장실로 가서 양치를 하고 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는데,

7일 동안 나의 물양동이가 되어주었던 음료수와 생수통도 마지막으로 사용을 한 후에 기념으로 사진을 남겼다.

좁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할 때 아주 유용했던 물동이었다.





오전 10시 44분, 블라디미르(Владимир, Vladimir) 역에 도착을 했다.

사실상 모스크바 도착하기 전 마지막 역이 되는 곳이었다.

26분을 쉬아가는 역이었는데,

나는 영상으로 역 구석구석을 기념으로 남겼다.

역 내부도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큰 역사가 참 맘에 드는 곳이었다.

역 입구에 있는 동물 모양의 문양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했다.

사실 블라디미르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지만

지금 러시아 정권을 쥐고 있는 푸틴의 이름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러시아어: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Пу́тин, Vladimir Vladimirovich Putin)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블라디미르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알지 못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도시라고 한다.

잠시 머물고 떠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역 밖으로 나가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다시 기차에 올라 이제 모스크바를 향해 이동하는 기차에 몸을 맡겼다.

이제 내가 내려야 하는, 이 기차의 종착역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내리기 전에 침구를 정리하고 반납할 준비를 해뒀다.

그러는 사이 차장이 나의 티켓을 나에게 돌려주러 왔다.

기차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기차에 올랐을 때 걷어가더니

흠집하나 남기지 않고 오늘 다시 돌려받을 수 있었다.





돌려받은 내 티켓

아래 사진은 지념으로 보관하고 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티켓을 다시 꺼내 사진으로 찍어 봤다.

구김 하나 없는 내 티켓을 다시 보니 이때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티켓을 걷어갔다가 내릴 때 돌려주는 문화도 참 신기했다.





그동안 항상 무언가가 올려져 있던 테이블도 말끔하게 정리를 했다.

내 앞자리에 있는 ‘바샤’도 짐을 말끔히 정리하면서 기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본가가 있는 모스크바에 가까워질수록 표정이 밝아지는 ‘바샤’였다.





가치에 내리기 전,

처음 기차에 오를 때 모습 그대로 말끔하게 정리가 된 자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7일 동안 정말 편하게 잘 지냈던 내 자리, 내 침대, 우리 집





그렇게 도착 한 모스크바 역

오후 2시 13분, 정해진 시간에 1분도 어긋나지 않고 정시에 목적지인 모스크바 역에 도착을 했다.

기차에서 내리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랜 시간 기차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 나와 사진을 찍자고 했다.

연락처를 받아 뒀다면 사진을 보내줬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러지 못해서 좀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7일 동안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친구들이었다.



7일 동안 우리 객실의 청결을 책임지고 승객들의 요구사항을 친절히 들어주셨던 차장님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모스크바에 내려서 다들 다음 목적지를 향해 승강장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나는 한참을 더 승강장에 머물면서 역 내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또 사진으로 남겼다.



야로슬랍스키 역(Ярославский вокзал, Yaroslavskiy Station)

모스크바이기 때문에 종착역은 모스크바 역이 되어야 맞는 것 같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출발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은 모스크바의 야로슬랍스키 역이다.

모스크바 안에도 기차역이 9개가 있기 때문에 이름으로 역을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모스크바 시발역/종착역은 야로슬랍스키 역이다.

모스크바의 역
1. 벨라루스 / 벨라루스키 (Белорусский вокзал, Belorussky railway station) 역
: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벨라루스 방면으로 가는 기차들이 출발하는 역이다.
벨라루스(Belarus)를 지나 독일 베를린, 체코 프라하, 프랑스 파리 등 서유럽으로 가는 국제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 군인들이 전장에 참전하기 위해 출발했던 역이기도 하다.
2. 레닌그라드 / 레닌그라츠키 (Ленинградский вокзал, Leningradskiy Railway Station) 역
: 1849년 러시아에 처음 생긴 기차역이다. 볼셰비키 혁명 직후 옥탸브리스키(Октябрьский) 역으로 불리다가
소비에트 시절 지금이 역명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기차표에는 여전히 OKT로 표기가 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무르만스크 등 러시아 북서쪽으로 향하는 기차와
핀란드 헬싱키, 에스토니아 탈린 등의 북유럽으로 가는 국제선 기차를 탈 수 있다.
3. 야로슬라블 / 야로슬랍스키 (Ярославский вокзал, Yaroslavskiy Station)
: 러시아의 황금고리 도시 중 하나인 야로슬라블로(Ярославль)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역이다. (모스크바의 북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하바롭스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황단열차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이다.
그 외 중국과 몽골로 가는 국제선 열차를 탈 수 있다.
4. 카잔 / 카잔스키 (Казанский вокзал, Kazansky railway station) 역
: 레닌그라드, 야로슬라블 역과 함께 위치하고 있다.
우랄과 알타이(알테이) 지역의 국내선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카자흐스탄 알마티(알바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등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국제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5. 키예프 키옙스키 (Киевский вокзал / Kiyevsky Railway Station) 역
: 키예프와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불가리아 소피아,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동유럽 지역 도시로 향하는 국제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브누코보 공항(Международный аэропорт Внуково)을 연결하는 이에로 익스프레스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6. 쿠르스크 / 쿠르시키 (Курский Bокзал, Kurskiy Station) 역
: 예전에는 니제고로드 역과 더불어 두 개의 작은 역이었으나 하나로 합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주로 모스크바를 스쳐가는 환승역으로 사용된다.
러시아 중남부와 동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아제르바이잔과 북코카스 지역으로 가는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7. 파벨레츠/ 파벨레츠키 (Павелецький вокзал, Paveletsky Station) 역
: 볼고그라드, 아스트라한, 사라토프 등 러시아 중남부 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또 다른 공항, 도모데도보 공항(Московский аэропорт Домодедово)을 연결하는 아에로 익스프레스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8. 리가 / 리가스키 (Рижский вокзал, Rizhsky Station) 역
: 라트비아 리가(Riga)와 발트해 연안 국가로 향하는 국제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9. 사볼로프 / 사볼로브스키 (Савёловский вокзал, Savyolovsky vokzal) 역
: 모스크바 역 중에서 가장 작은 역으로 볼가강에서 들어오는 화물을 모스크바로 운송하기 위해 지어진 역이다.
장거리 열차는 없고 모스크바 근교 도시로 오가는 열차들을 이용할 수 있다.



내 집과 내 방이 되어주었던 7호차와도 기념사진을 남겼다.

안내판에는 7호차, 블라디보스토크 – 모스크바 문구가 슬라이드로 지나치고 있었다.

이렇게 헤어지려니 정말 아쉬웠고, 또 고마웠다.



기차의 정면

9,288km를 달려온 기차의 기관차는 이제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종착지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7일 밤낮을 힘차게 달렸기 때문에 많이 피곤하다는 것을 얼굴로 실컷 들어내고 쉬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7일 간을 달려 나를 모스크바로 데려다줘서 참 고마운 기차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은 그 길의 끝이 막혀 있는, 말 그대로 종착역이었다.

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종착역

저 기차는 다시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갈 것이다.



철길 끝에서 모스크바역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데,

역사 위쪽에 모스크바(Москва, Moscow)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그동안 마주한 역들의 이름표는 빨간색으로 쓰인 간판이었는데 모스크바는 에메랄드, 옥빛이 영롱한 간판이었다.



모스크바에도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길이를 기념하는 기념판,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근데 그 숫자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봤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있던 기념비에는 9,288km

모스크바 역에 있는 기념비에는 9,298km라고, 10km가 더 늘어나 있는 기념판이 보였다.

오차 범위 0.1% 정도이니, 모른 척해주자.



9,298km 기념판과 내가 내린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승강장을 모두 한 사진에 담아 기념했다.

뭔가 큰 절차를 거쳐야 역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내 느낌과 달리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옮겨 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기 안전요원이 서 있는 철문 사이의 작은 틈을 이용해서 역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 역사 내부를 통과하지도 않고 역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는데,

7일을 기차에서만 머물다가 제3 세계에 막 도착한 나로서는 너무 빨리 모스크바 역을 빠져나가게 되어 조금은 어색했다.

한편으로는 역사 내부를 통과할 때 으레 취해야 하는 짐검사의 불편을 줄어주려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7일간,

기차만을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을 했다.

내 오랜 꿈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이동을 했다.

같은 러시아라는 나라에 계속 머물고 있었지만

여름휴가 제2막이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이제는 러시아 지하철을 이용해 봐야겠다.

[시베리아 횡단열차_7일차]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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