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16)] 시베리아 횡단열차, 5일차

 

 

[러시아(16)] 시베리아 횡단열차, 5일차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시베리아 횡단열차 5일 차에는 아침 7시쯤 잠에서 깼다.

눈을 뜨면 창 밖으로 바로 러시아의 풍경이 보였다.

멀리 고가 위로 철길이 보이기도 했는데, 우리네 KTX 철도처럼 전선이 놓여 있는 것이

최신 열차가 지나는 노선 같아 보였다.





새벽에 표준시간대가 또 한 번 바뀌면서 어제 대비해서 1시간이 더 늦춰졌다.

가까운 역에 도착하자 핸드폰 시간이 바뀌면서 새로운 시간을 나에게 알려줬다.

그렇게 오전 7시 59분에

오늘의 첫 번째 역인 크라스노야르스크(Красноярск, Krasnoyarsk) 역에 도착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중간쯤 되는 곳이었다.

시간 상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4일을 달려 도착한 역인데, 모스크바 역까지는 3일이 채 남지 않은 것을 보면

앞으로 가는 길에는 지나왔던 역에 비하면 역의 수가 적고, 그래서 좀 더 빨리 서쪽으로 가려는 것 같았다.





매점에는 초코파이, 꽃게랑 같은 눈에 익은 과자가 많이 보였다.

특정 역이 아니라 대부분의 매점에서 한국과자가 많이 있었다.





22분을 쉬어가는 역이었다.

나는 잠도 깰 겸 아침 공기를 충분히 마신 후 다시 기차에 올랐다.

창 밖으로 또 오래된 기차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역에 이런 오래된 기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기차가 다음 역을 향해 출발할 때 나는 아침을 챙겨 먹었다.

뜨거운 물을 받아 햇반을 데우고, 냉장고 없이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꺼냈다.

오늘 반찬은 우엉조림, 무말랭이, 간장깻잎, 그리고 마늘쫑과 김이었다.

고기반찬 참 좋아하는데, 기차에서 7일을 머물면서 고기반찬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았다.

햇반 말고도 뜨거운 물에 간편히 데울 수 있는 3분 요리나 간편식을 챙겨 와서 먹었다면 좋았을 뻔했는데 아쉬웠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념품으로, 처음 기차에 올랐을 때 구매했던 찻잔

컵 받침대에 2018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어서 기념이 될만했다.

나는 아직도 이 컵에 가끔 차를 우려 마시면서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고 있다.





리하나는 오늘도 활기찬 모습으로 객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매력을 뽐냈다.

점심쯤에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실컷 찍으며 노래 솜씨도 자랑을 했다.

틱톡 같이 숏폼을 찍어 저장을 하는 것 같았다.

데이터가 터지지 않으니 핸드폰으로 비슷한 영상을 여러 번 촬영해서 그중 맘에 드는 영상을 저장을 했었다.

밝고 쾌활한 모습이 리하나의 큰 매력이었다.



오후 2시 7분, 마린스크/마리인스크(Мариинск, Mariinsk) 역에 도착했다.

32분을 머문다고 해서 기차에서 내려 역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육교를 건너가야 했는데

육교에 올랐더니 역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인구 약 5만 명의 중소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화물 수송이 많은지, 역 다른 철길에는 화물열차가 여럿이 정차되어 있었다.



마린스크 역에서 새로운 손님이 많이 탔었는데

우리 객실인 줄 알고 자리를 한참 찾더니, 결국 객실을 잘 못 찾았다면 옆 객실로 이동하는 무리가 있었다.

귀여운 개구리 가방을 멘 꼬마 손님도 있었는데, 결국 우리 객실이 아닌 옆 객실로 엄마를 따라 이동을 했다.





객실 안은 생각보다 악취도 없고 공기도 항상 시원하고 청정한 상태로 유지가 되었는데

그게 열차가 001번을 단 최신식 열차여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내 머리 위에서 항상 작동되던 에어컨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에어컨은 늘 가동이 되고 있었고 실내 온도를 20도 내외로 유지시켜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내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도 불쾌한 냄새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잠잘 때 코를 고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상의를 탈의한 남자 손님들도 많았는데,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앞에 있던 러시아 남자 ‘바샤’는 아침저녁으로 자리에서 데오드란트를 사용하면서 청결을 유지했다.

내가 데오드란트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참 신기해하며 나에게 이유를 물어보기도 했었다.

너는 기차에 있는 샤워 부스를 따로 이용하니?



내 자리에 남는 봉지를 이용해 만든 임시 쓰레기통

한국에서 여분의 봉지를 많이 챙겨 와서 유용하게 이용했다.

봉지에는 한글이 많이 적혀 있었는데,

요기요나 배달의 민족, 혹은 CU(씨유) 같은 브랜드가 적혀 있는 봉지였다.

내 자리를 찾았던 러시아 사람들이 한글을 보며 어떻게 읽는 건지 물어보기도 했었다.





기차가 서쪽으로 갈수록 조금 더 큰 역과 도시를 지나간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역에 닿을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조금 더 도시 같아 보였고, 개발이 더 되어 있는 도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역 플랫폼이 넓거나 철노가 많은 역이 많았다.

그리고 서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열차도 간간이 보였다.

오후 4시 35분에 타이가(Тайга, Tayga) 역에 도착했다.

나와 근 이틀을 같이 놀았던 리하나가 타이가 역에서 엄마와 함께 내렸다.

집이 있는 톰스크(Томск, Tomsk)까지 차로 운전해서 이동을 한다고 했다.

집에 가면 단것 많이 먹고 싶다고 번역기를 이용해서 나에게 얘기했던 리하나였다.

리아나가 내리면서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모습이 기억에 난다.



저녁 7시 39분, 노보시비르스크(Новосибирск, Novosibirsk) 역에 도착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163만 명의 인구수 기준으로 러시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면서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다.

시베리아 서쪽에 위치하면서 우랄산맥을 넘기 전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러시아 도시다.



역에 머무는데 하늘에 러시아 저가항공사 S7 비행기가 낮게 나는 것이 보였다.

내가 타고 왔던 비행기라서 눈에 익었다.

어디로 가는 비행기일까?



어김없이 나타난 오래된 기차가 창 밖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역 밖으로 높은 아파트 건물이 많이 보이는 것이, 러시아 제3의 도시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후 5일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큰 도시를 만나서 그런지

기차 밖으로 도심의 모습이 나타나니 조금 설레기도 했다.

아직 모스크바까지는 이틀이 더 남았지만, 심리적으로 모스크바가 훨씬 가까워진 것 같았다.



기차는 도심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저녁이 오는 도심과 강의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기차의 식단칸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저녁 8시쯤 객차를 이동해 식단칸으로 이동을 했다.

한국 기차에 있는 식당칸을 상상을 했다.

혹은 영화에서 보던 유럽 기차의 식당칸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실제 식당칸에 가보니 왠지 정돈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식당칸의 모습이어서 조금은 당황해했다.

손님도 나 말고 1 테이블 정도 더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식당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

매점에서 구매한 간식이나 직접 준비한 음식을 객실에서 먹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식당칸에 온 김에 맥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슈파텐 뮌핸독일 맥주를 주문했다. (350루블 / 약 5,000원)

청량감이 있는 맛있는 맥주였는데, 5일 만에 맥주를 마셔서 참 맛있었다.

객차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서는 술을 전혀 마실 수가 없었다.



맥주만 달랑 마시기 아쉬워서 간단한 안주를 추가로 주문해 보기로 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으로 요청을 했더니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다행히 메뉴에는 러시아어와 영어가 같이 적혀 있어서 어떤 음식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돼지고기구이(Grilled pork escalope)를 추가로 주문했다.





뭔가 대단한 음식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맥주 안주로는 나쁘지 않은 음식이 나왔다.

고기는 냉동상태의 것을 해동시키고 데워서 내어주었는데,

토마토와 오이를 함께 내어주어서 조금 느끼한 고기 맛을 잘 잡아 주었다.



맥주 한 병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아는 맛 맥주, 코로나 맥주였다.

레몬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는데

그래도 기차 안에서 먹는 맥주 맛은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식당칸에서 맥주 2병과 돼지고기구이 안주를 말끔히 해 지웠다.

튀김 부스러기와 데코로 나온 나뭇잎으로 윙크하는 얼굴을 만들어 봤다.

조금 취기가 오르니 술을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7호차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하기 위해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저녁 11시 9분, 바라빈스크(Барабинск, Barabinsk) 역에 도착했다.

내일이면 기차가 우랄산맥을 넘어 유럽 대륙으로 넘어갈 것이다.

어쩌면 시베리아 대륙, 아시아 대륙의 마시막 역이 바라빈스크 역이 아닐까 싶다.

맥주를 마셔 조금 알딸딸한 저녁,

왠지 쉽게 잠들지 않는 밤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5일차]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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