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 4일째, 아침이 밝았다.
나는 오전 8시쯤 잠에서 깼는데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울란우데 역에 기차가 정차를 해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오전 8시 32분,
역시나 기차는 조금의 지연이나 서두름 없이 정시에 울란우데(Улан-Удэ, Ulan-ude) 역에 도착을 했다.
울란우데는 베이징에서 출발한 열차가 몽골을 거쳐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엄청난 교통의 요충지이다 보니 도시의 규모가 꽤나 큰 곳이다.
서쪽에 바이칼 호수를 끼고 있는데,
울란우데라는 이름 중 울란(Ulan)은 붉다는 뜻이고 우데(Ude)는 ‘우다강’을 얘기한다.
(우다 강은 바이칼 호수로 흘러드는 강 중 하나로 울란우데 도시를 지나간다.)
오래 전에는 이곳이 몽골 국가의 소속이었는데, 1727년 캬흐타 조약에 의해 러시아령이 되었다.
도시에 비해 역사가 엄청 커 보이지는 않았는데
건물이 높거나 크지 않다는 것이지, 승강장에서 보니 꽤나 넓은 모습을 한 역이었다.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리고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친숙한 매점의 모습
아침과 간단한 간식을 사기 위해 매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울란우데에서 충분히 바깥 공기를 마시고 잠을 깬 다음
기차에 올라서는 아침을 챙겨 먹었다.
마침 기차가 출발하면서, 흔들리는 기차에서 기내식을 먹듯 아침을 맛있게 챙겨 먹었다.
내 아침은 뜨거운 물에 데운 햇반과 간단한 반찬을 곁들였는데
건강한 식단을 며칠 동안 먹다 보니 정말 몸이 좀 건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 기차는 자작나무 숲을 계속해서 지나는 중이었다.
울란우데를 지나고서는 평원이 잦아지고, 이런 숲 풍경이 많이 이어졌다.
사실 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계획하면서 4일 차인 오늘을 가장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4일 차인 오늘,
기차가 바이칼 호수를 지나가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울란우데 역을 출발하고 1시간 정도 후에 창 밖으로 그렇게 기다렸던 바이칼 호수 풍경이 나타났다.
정말 호수라고 말하지 않으면 바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넓고 푸른 풍경이었는데,
호수지만 수평선을 볼 수 있었고, 또 잔잔하지만 파도 같은 물결도 볼 수가 있었다.
조금 전 울란우데 역에서 내 옆자리로 온 모녀 손님을 바이칼 풍경과 함께 사진으로 남겼다.
리하나와 리하나 어머니라며 나와 인사를 나눴다.
두 모녀는 겉모습은 몽골인 같이 보였는데, 언어는 러시아어를 사용했다.
딸인 리하나는 참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는데, 나와도 여행을 하는 동안 참 많은 대화를 나눈 아이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이쮸 사탕을 몇 개 나눠줬더니
리하나도 가방 안에 꽁꽁 숨겨뒀던 사탕을 나눠줬다.
‘미니 카라멜’이라고 러시아어로 쓰인 사탕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해서 사탕을 받고 나서도 요리조리 사탕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리하나도 옆에서 가만히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바이칼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호수의 세로 길이는 남한의 세로 길이 보다도 더 길다고 한다.
바이칼 호수 О́зеро Байка́л / Lake Baikal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남쪽에 위치한 호수로, 북서쪽의 이르쿠츠크주와 남동쪽의 부랴트 공화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
바이칼 호수는 ‘성스러운 바다’, ‘세계의 민물 창고’,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등으로 불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오지에 묻혀 있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지구 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여겨진다.
호수의 넓이는 세계에서 7번째로 넓다.
최대 깊이는 1,621m로 세계에서 가장 싶으며, 호수 주변은 2,000m가량의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다.
바이칼 호수는 세계 민물(담수)의 1/5이 담겨 있다.
넓이가 세계 7번째이지만 깊은 호수에 많은 담수가 있기 때문에 세계의 민물 창고라고 불린다.
실제로 호수는 엄청 깨끗했는데,
나중에 다시 바이칼 호수를 찾아서 호수 아래를 들여다봤을 때
엄청 깊은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실제 최대 투명도가 42m라고 한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장난을 치는 리하나의 모습
옆에서 리하나 엄마가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잠시 말리기도 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괜히 리하나와 장난을 치며 놀기도 했다.
이런 리하나는 금방 우리 객실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가 되었다.
리하나의 모습을 보고 근처에 있던 다른 남자아이가 리하나와 놀고 싶어서 가까이 오기도 했다.
둘이는 처음에는 친하게 지내는 듯했지만
욕심이 많은 남자아이가 리하나의 장난감을 차지하려 하는 과정에서 리하나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중간중간 기차가 언덕을 넘어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바이칼 호수의 풍경이 이어져서 한동안 내 침대에 앉아 호수 풍경을 계속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오후 3시 31분에 기차는 이르쿠츠크(Иркутск, Irkutsk) 역에 도착을 했다.
역사가 파스텔 톤으로 색을 친한 듯 굉장히 알록달록 하고 아름다웠다.
이 역 밖을 나가면 호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이르쿠츠크에 이렇게 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나는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계속 달려가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 막바지에 이곳을 다시 찾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다시 만날 시간을 기약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르쿠츠크 역에서는 독일에서 온 객실 친구가 내려야만 했다.
이 친구는 바이칼 호수로 가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이동해서
결국 본인의 나라, 독일까지 이동을 할 거라고 했다.
아쉬웠지만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친구와 헤어졌다.
그러면서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고 항상 건강하기만을 바란다는 인사를 건넸다.
역사를 구경하고, 기차가 출발할 시간에 맞춰 다시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내 자리의 창밖 풍경에 조금은 낯선 기차의 모습이 보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며 만났던 그동안의 러시아 기차들과는 모습이나 색깔이 전혀 다른 기차의 모습이었다.
혹시 중국이나 북한으로 가는 기차일까, 궁금했다.
내 앞에 앉은 ‘바샤’에게 물었는데 ‘바샤’도 잘 모르겠다면, 근데 이게 왜 궁금한지 나에게 오히려 반문을 했다.
이르쿠츠크를 떠나고는 기차에서 낮잠을 길게 잤다.
기차에서 4일 동안 지내면서 이 기차의 흔들림에 많이 익숙해졌는지
나는 조금도 깨거나 뒤척이지 않고 3시간 여를 낮잠으로 즐길 수가 있었다.
다시 잠에서 깼을 때는 기차가 체렘호보(Черемхово, Cheremkhovo) 역을 막 출발하는 중이었다.
이르쿠츠크 역을 지나고서도 3개의 역을 지나고 나서 체렘호보 역에 닿았는데,
각 역을 2분씩 정차하는 간이역 규모의 역던 것 같다.
저녁 7시 52분,
바이칼 서쪽의 지마(Зима, Zima) 역에 닿았다.
다시 이곳에서 30분을 쉬어 가기로 했다.
저녁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승강장에 있는 매점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필요한 것을 사고 있었다.
나도 들어가서 구경을 해볼까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줄을 조금 섰다가 금세 포기를 하고 돌아섰다.
8월 중순이었지만, 저녁 8시쯤 되는 시간 기온이 영상 14도였다.
한국이었으면 열대야로 한창 고생을 해야 했을 시기였지만,
여름휴가로 러시아를 찾은 바람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똑같은 기차를 타는 나날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오늘은 바이칼 호수를 봤다는 것에 뭔가 큰 일을 한 것만 같은 하루였다.
그렇게 뿌듯한 기분과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차에 올라 저녁을 챙겨 먹고 ‘리하나’와 잠시 장난을 치며 놀다가 일찍 잠에 들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_4일차]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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