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미랄 포킨거리(아르바트 거리)에서 조금 걸어서 스베틀란스카야 거리(Светла́нская у́лица)로 이동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 거리는 총 4.9km 길이의 직선 도로이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Светла́нская у́лица
블라디보스토크의 중심가이다.
1873년까지 증기선 아메리카호를 기념하여 ‘미국거리(아메리카 거리)’라고 불리다가
1924년부터 ‘레닌거리’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1992년부터 ‘스베틀란스카야’라는 원래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9세기 이후 각 지역에서 온 성공한 상인들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아, 러시아 연방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거리를 걷는데
비가 더 굵어지고 양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발과 양말이 이미 흠뻑 젖었지만 관광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도 처음보는 러시아의 모습이 너무나 이국적이고 이뻐서 비가 오는 러시아가 싫지만은 않았다.
여기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의 시작 점에 넓은 광장이 하나 들어서 있는데
이 광장이 바로 혁명광장이다.
혁명전사 광장 Площадь Борцов Революции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에서 오케안스키 대로가 시작하는 교착점에 위치한 중앙광장이다.
광장 중심에 있는 3개의 동상은 광장이 조성되기 전인 1961년 4월 29일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가운데 30m 높이의 역동적인 동상의 주인공은 볼셰비키가 사회주의 체제를 위해 내전을 벌일 때인
1920년 대 극동 지역에서 활동하였던 인민-혁명 부대의 군인이다.
혁명 세력의 반대편을 지원하던 일본의 집요한 간섭에서 해방된 것을 상징해 바다를 바라보고 세워졌다.
주춧돌에는 <극동 지역에 소비에트 세력을 위해 싸운 전사들에게. 1917~1922> 문구가 적혀 있다.
오른쪽 동상은 1917년 혁명을 기념하며 발틱의 선원과 볼셰비키와 혁명 전사들이 서 있으며,
발아래에는 군주제 타도를 상징하는 처참한 모습의 쌍두 독수리가 있다.
왼쪽 동상은 1922년 파르티잔들이 일본의 간섭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해 세워졌다.
당시 활약했던 군인과 노동자, 지도자의 동상이 서 있다.
처음 동상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광장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1965년에 스포츠 해변도로를 조성하며 아스팔트 길을 내었는데,
그때 이곳까지 자연스럽게 길을 정비하고 아스파트를 깔면서 광장이 생겨나게 되었다.
주말에는 마켓이 열려 지역 상인들이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나는 평일이기도 했고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사람이 많지 않은 광장을 경험하게 되었다.
동상을 마주보고, 바닷가를 등지고는 이렇게 여러 임시 가판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엄청 거대한 마트료시카 풍선도 광장 중앙에 세워져 있었는데,
인형을 반으로 열어 속에 있는 인형을 꺼내고, 꺼내고, 또 꺼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마트료시카였다.
가판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서
주말에 이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모습과 북적이는 가판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렇게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스파소 프레오브라젠스키 대성당 Спасо-Преображе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
혁명광장 끝에 마련되어 있는 거대한 성당이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외관을 수리 중인 상태였다.
여행을 가면 성당 내부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입구를 막고 있어서 성당 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못 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가 2019년 8월이었는데,
이 글을 작성하는 2023년 9월 현재 구글을 통해 찾아보니, 로드뷰로도 성당이 보이지가 않는다.
성당이 철거가 된 것일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성당 앞에는 군사영광도시 기념비(Город воинской славы)가 있었다.
가운데 쌍두 독수리상이 있는 기념비를 중심으로 우측의 성당과 좌측의 오래된 러시아식 건물이 대비가 되었다.
기념비 뒤로, 저기 멀리 졸로토이 대교(Золотой мост, 금각교)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지리적 위치도 그렇고, 광장이 사방이 탁 틔여 있어서 시선이 참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그만큼 집중이 좀 안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조금 어수선하다고 해야 할까,
내가 봤던 영국, 프랑스에 있던 광장과는 확실히 다른 역할과 기능을 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광장 같았다.
[영국 트라팔가 광장]
[국외여행/영국 United Kingdom] – [영국(32)] 트라팔가 광장(3) Trafalgar Square
광장을 벗어나려는데 다시 반가운 한글이 보여서 발길을 잠시 멈췄다.
킨칼리라는 조지아(Georgia)식 고기만두를 파는 곳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조지아는 옛 소련의 영토이기도 한 나라인데,
55 루블(800원) 가격으로 아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고기만두에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실제 맛을 보지는 못 했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를 계속해서 걸었다.
광장 끝과 이어지는 곳에 제독광장(Адмиральский сквер)이라는 공원이 있었는데,
공원이 크지는 않았지만 잠시나마 공원에서 쉬며 구경할 수 있는 조형물이 있었다.
비 오는 날씨와 함께 스산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던 제우스 모습을 한 동상이 참 인상적이었다.
광장과 공원을 지나 찾아간 곳은
S-56 잠수함이 박물관으로 전시되어 있는 해변가였다.
세계 2차 대전에서 러시아 잠수함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었는데
그때 활약했던 S-56 잠수함을 실제로 전시해 둔 곳이었다.
S-56 잠수함 박물관
1936년 4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발틱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었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송하여 1939년 12월에 조립하여 완성하였다.
1941년부터 태평양 함대에 포함되었고, 그리고리 쉐드린의 지휘 아래 세계 2차대전 참여하게 되었다.
잠수함에는 숫자 14가 새겨져 있는데, 10개의 군함을 격파하고 4개의 군함에 큰 타격을 입혔던 잠수함을 뜻하는 숫자다.
이 잠수함을 침몰시키기 위해 총 3천여 개의 수중 폭탄을 던졌으나 격침되지 않고 살아남았고,
전쟁 후 400명 선원 전원에게 400개의 표창이 수여되었다.
전승 30주년을 맞마 1975년부터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직접 잠수내 내부를 체험할 수 있다.
시간 : 오전 09:00 ~ 오후 18:00
입장료 : 100 루블 (1,300원)
잠수함 입구에서 내부로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잠수함 내부로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고 쉬어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잠수함의 외관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시간이 많았으면 내부에도 들어가서 세계 2차 대전을 잠시나마 경험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기도 했고, 내부까지 들어가서 구경을 할 만큼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았다.
발길을 돌려 바다를 등지고 약간의 오르막을 다시 걸었다.
잠수함과 멀지 않은 곳에 황태자 ‘니콜라이’의 문이 있었다.
황태자 니콜라이 2세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기념하여 만든 개선문인데,
이전에 봤던 파리의 개선문과 비교했을 때 크기도, 규모도 작은 개선문이다.
나도 에투알 개선문이 개선문의 표준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니콜라이 개선문은 사실 개선문이라기 보다는 작은 분수대나 종탑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프랑스 파리, 에투알 개선문]
[국외여행/프랑스 France] – [프랑스(22)] 에투알 개선문, 전망대 야경 Arc de Triomphe, Pairs
니콜라이 2세 황태자는 러시아의 여러 도시를 직접 방문했는데,
황태자가 다녀간 도시는 이렇게 작은 개선문을 설치해서 기념을 해뒀다.
현시대에 와서 니콜라이 황태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기차역에 대한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받는다.
이 개선문은 러시아 비잔틴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꼭대기에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가 앉아 있다.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왔다.
여름 한국의 장맛비처럼 비가 내렸는데, 이쯤 되니 쓰고 있던 우산도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비를 피해 개선문 아래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천천히 계단을 올라 개선문 지붕 아래로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니콜라이 2세 황태자 개선문]
짧은 시간을 내어 둘러보는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이었지만
궂은 날씨 때문에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날씨가 기억에 오래 남아 추억이 되는 법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때의 날씨, 바람, 소리들이 아주 또렷이 기억이 난다.
개선문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나는 축축한 발걸음을 다시 옮겨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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