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4일, 수요일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정상근무를 하고 약간의 야근 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미리 챙겨둔 캐리어를 들고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다음 주 월요일(19일)부터 금요일(23일)까지가 내 하계휴가 일정이었는데
내일 목요일은 광복절로 휴일이었고,
금요일은 평일이었지만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연차를 적용하고 광복절에 이어 쉬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 퇴근 후 바로 하계휴가를 갈 수 있는 일정이 만들어졌었다.
이번 휴가는 러시아를 방문하는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오래전부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한 러시아행을 준비했다.
블라디보스토크(Владивосток/Vladivostok)에서 모스크바(Москва/ Moscow)까지,
9,288km를 기차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단연코 이 지구상에서 가장 긴 열차 노선을 달리는 기차다.
기차를 타고 7일을 꼬박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나는 이번 휴가 때 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도 중간에 하차 없이 종점에서 종점까지
온전히 기차를 타고 이동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퇴근 후 바로 공항으로 이동을 했던 것은
저녁 11시 50분, 러시아 저가항공 S7를 타고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야 하는 일정 때문이었다.
휴가를 계획하고 비행시간을 찾아보던 중에 우연히 S7 항공을 알게 되었고,
비행시간이 공교롭게도 퇴근 후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비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번 여행 일정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잡기 위해 이 S7 항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공항에는 저녁 10시쯤 도착했는데, S7 카운터가 이미 열려 있어서 바로 체크인을 진행했다.
N11~14번까지, 많은 카운터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체크인이 가능했다.
S7 항공 / S7 Airline
정식 명칭은 OJSC 시베리아항공(OJSC Siberia Airlines)이다.
Sibir Airlines로 시작한 항공사인데 2005년 S7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9년 당시에는 한국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톡과 바이칼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Иркутск / Irkutsk) 직항을 운항했다.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우호적이기 때문에,
S7 항공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비행할 경우 북한 상공과 영해를 지날 수가 있는데,
대한민국 항공사가 동해를 통해 비행하는 것에 비해 30분~1시간을 더 빠르게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수 있다.
11번 게이트에서
출발 30분 전인 23시 20분까지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내 좌석은 C열이었는데, A열과 B열이 비즈니스 석으로 조금 넓은 좌석이었고
바로 뒤, 세 번째 열인 C열이 내 좌석이어서 나름 앞쪽으로 자리를 배정받았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시간은 S7 항공 기준으로 2시간 20분 소요되었는데,
한국과 블라디보스토크는 시차가 +1시간 차이가 있어서
인천에서 23시 50분 출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현지 시간으로 다음 날 03시 10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출국장 안에는 면세점과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간단한 음료를 살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는데 비행기를 타고나면 바로 잠을 잘 예정이라,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게이트 앞에 제시간에 도착을 했는데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아직 계류장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해외 저가항공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승객을 내려주고 바로 또다시 승객을 태우고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늦지 않게 비행기가 도착해서 거의 정시에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었다.
S7항공 비행기 기체의 색깔은 연두색인데,
비행기 기체 색깔 치고는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승무원들 유니폼은 하늘색이었는데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기체와 승무원들이었다.
러시아 승무원이 입구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승무원의 모습이 아시아인과 다른,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2시간 거리인 러시아가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의 국가 중 하나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내 바로 앞 좌석은 비즈니스석이었는데,
저가항공이다 보니 커튼으로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구분하고 있었다.
내 자리 C열은 비즈니스석과 공간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코노미석 치고는 공간이 넓은 편이었다.
무릎공간(Knee Room, 니 룸), 레그룸(Leg Room)이 이코노미석 치고는 넓어서 비행하는 동안 정말 편안했다.
저가항공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이륙할 때, 착륙하기 전에 바로 앞에 커튼이 있었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이륙을 하고 비행기가 순항할 때는 저 컨튼이 복도 중앙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내 자리는 더 쾌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앉은 C좌석이 엑스트라 스페이스(Extra Space)라고 하는 특별 좌석인 것 같았다.
보통 저가항공이라면 추가요금을 받을 법도 한데, 나는 추가 요금을 내지는 않았다.
러시아항공(Aeroflot, 아에로플로트)을 이용하신 분들 중 승무원이 불친절했다는 후기를 몇 개 봤었는데
S7 승무원들은 모두 친절하고 대화할 때 미소를 계속 보여주셨던 고마운 분들이었다.
저가항공이다 보니 기내식으로는 간편식이 준비되었는데
음료 한잔과 에너지바 하나를 주셔서 참 맛있게 먹었다.
2시간 남짓 이동하는 비행이었기 때문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빨리 기내식을 먹고 기절하듯 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에 기내식을 먹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내식을 먹는 동안 정말 하나도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어가 간간이 보였다.
러시아어 스펠링 정도만 간단하게 배우고 왔었는데, 그래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기내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는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엄청 편하게 잠을 잤다.
그렇게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을 했다.
공항이 크지 않아서 뭔가 많은 것이 있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네 버스터미널 같은 규모였다.
그래도 공항에서 으례 볼 수 있는 상점들이 있었는데,
나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심카드 상점에 들러 러시아 심카드를 사는 것이었다.
나는 2주 간 데이터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MTC 심카드를 500루블(약 7,000원)에 구매를 했다.
심카드를 꽂은 후 금방 개통이 됐다.
구글 지도가 정상적으로 접속되는 것을 보니 심적으로 맘이 조금 놓였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공항을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인데,
시내까지 약 38km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탄다면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나와 같은 비행기로 도착한 사람들은 새벽 3시라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대부분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이용해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나는 공항을 바로 빠져나가지 않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공항철도(기차)를 타고 시내로 가기로 했다.
7시 30분쯤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할 예정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약 4시간가량을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공항에 뭔가 있으면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을 텐데,
공항의 규모가 작기도 했고 또 새벽 3시의 공항은 한국이나 러시아나,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편의점이 공항에 있어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살 수 있었는데,
나는 조금 출출하기도 했고 해서 이곳에서 한국의 신라면을 사서 공항에서 맛있게 먹었다.
(신라면 작은컵 130 루블 / 약 1,800원)
공항 밖으로도 잠시 나가 봤다.
한여름이었지만 역시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렇게 덥지 않았다.
새벽 기온이 약 20도 정도였는데,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았다.
공항에서 멀리 가지는 않고 공항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또 공항이 크거나 넓지 않아서 멀리 가볼 것도 없었다.
조금 불편했던 점은, 공항을 다시 들어가려고 할 때 짐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안전을 위한 목적이라 불평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짐검사를 잘 받고 건물 안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한편에 마련된 빈 의자에 대자로 누워 쪽잠을 잠깐 잤다.
잠을 자는데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내 주변에 모여 있었다.
나는 내가 누워 있어서 좌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얼른 일어 나 빈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채로 다시 잠시 잠을 청했는데, 제대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2층에서 내려본 공항 내부의 모습
7시에 가까워지자 점차 날이 밝아지면서 공항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잠을 많이 자지 못 해 피곤했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러시아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기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해서 첫 번째 숙소에 찾아가야만 했다.
새벽에 미리 심카드를 사뒀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이용해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시키는 대로 길을 따라나섰다.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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