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15)] 시부야 선술집, ‘골든가이’의 밤 Golden-Gai

[도쿄(15)] 시부야 선술집, ‘골든가이’의 밤 Golden-Gai

국외여행/일본 Japan

2023-05-01 22:19:42






도쿄도청에서 도쿄 야경을 보고,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쉬웠다.

신주쿠 역 근처에 있는 선술집에 들러 간단히 술을 한 잔 하기로 했다.

혼자 떠난 여행길이었지만,

도쿄는 혼자 온 여행객을 맞아줄 만한 곳이 충분히 많이 있었다.

신주쿠는 도쿄에서도 엄청 큰 번화가이기도 했고,

일부러 숙소를 이 근처에 잡으면서 저녁에 이곳, 선술집에 들러 술을 한잔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신주쿠 골든 가이 新宿ゴールデン街

신주쿠 골든 가이, 골든 거리(일본식:고르덴가이)라고 하는 곳인데,

여러 개의 좁은 골목을 끼고 선술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다.

술집이 모여 있지만 번화가 중심의 술집과는 다르게, 작은 안주와 잔 술로 간단하게 먹고 갈 수 있는 술집이 많았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술집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이곳이 전부 사창가였다고 한다.

가부키초와 멀지 않은 곳이다 보니, 지리적으로 예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골목길을 보니, 일반 주택가의 골목길로 보였는데, 오래된 일본 주택을 개조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친숙했고,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왠지 편안해 보였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퇴근 시간에 골든가이는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골목이었다.

골목이라서 위험할까 싶었는데, 사람들이 많고 가게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했다.

일부 가게에서는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만 찾아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일본어를 사용하지 못 하는 사람을 내쫓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중히 부탁하면 술을 내어주고 앉아서 대화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골든가이가 안전하다고 느낀 이유는,

그곳에 있는 가게 스스로가 필요한 규칙을 잘 지키며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마리화나(대마초)와 같은 마약은 절대 취급하지 않았다.

스스로 매너를 지키며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았다.





골목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나를 반겨줄 가게를 찾고 있었다.

몇 곳의 가게를 찾아다니다 보니, 이곳 시스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사람이 몇 명이 가든 추가적인 비용(Charge)이 없었고, 술 값에 추가적인 세금(Tax)도 붙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메뉴판에 있는 술 값과 안주 값만 지불하면 추가적인 비용을 내지 않고 즐길 수가 있었다.

처음 몇 곳의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지만,

빈 자리가 없어서 두어 번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

그만큼 저녁 퇴근길의 골근가이는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이었다.





겨우 빈 자리가 있는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하나 잡았다.

일본어를 하지 못 했지만, 괜찮다고 반갑게 나를 맞아주는 가게였다.

내 양 옆으로는 일본직장인이 앉아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나와 대화를 하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을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즐겁게 술을 마셨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에도 괜히 긴장을 하고 조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골든가이에 앉아서 술을 한잔 기울이고 도쿄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 즐거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행을 가면 참 많은 것이 기억에 남지만,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었던 대화나 추억들이 참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나카짱(中ちゃん)

나는 이 가게를 참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은 입장조차 하지를 못 했다.

가게 앞을 서성이다 보니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은 곳이라 빈자리가 나지 않는 곳이었다.

2차로 도전을 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아서 겉에서 사진만 찍고 다음을 기약해 보기로 했다.



귀가 길에 비가 그쳐서 걷기 좋았지만 골목이 여전히 축축이 젖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귀가를 하기 싫은 손님들이 가게 안에서 만들어 내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잘 갖추어진 음악소리처럼 들렸다.



짧은 도쿄 여행

그냥 자기는 아쉬워서 편의점에서 산토리 하이볼 캔을 하나 사 와서 숙소에서 마시며 저녁을 마무리했다.

혼자여도 충분히 즐거운 도쿄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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