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시부야 역 주변을 걸으며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 현지인인척 묻혀 관광을 했다.
유명한 전자제품 상가, 빅 카메라(Bic Camera, 비꾸 카메라) 건물이 눈앞에 나타나니
진짜 도쿄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도쿄에 온 김에,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든다는 수제 손목시계를 하나 사기로 했다.
손에 액세서리를 차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데,
그래서 손목시계도 없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다였는데
작은 손목시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2014년에 도쿄에 생긴 수제 손목시계 브랜드, Knot인데
이제 막 한국에도 소문이 나던 시기였다.
아직 한국에서 정식으로 구매를 할 수 없었던 시기라
도쿄를 찾은 김에 작은 시계를 하나 사보자 생각했다.
시부야에서 JR을 타고 놋토(knot, 놋, 놋트) 매장이 있는 기치조지로 이동을 했다.
시부야 지하철 역에 작은 매장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시계 종류가 많지 않아서 맘에 드는 것을 찾으려면 정식 매장에 가는 것이 좋다는 후기를 봤었다.
시부야에서 JR을 타고 8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였다.
그렇게 멀지도 않았고, 혼자온 도쿄 여행에 일정이 빠듯할 것도 없었다.
기치조지 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교복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 사이로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참 부럽기도 하고 가물가물하기도 했다.
놋토 시계 Maker’s Watch Knot, Tokyo
2014년 도쿄에 생겨난 수제 시계 브랜드다.
심플하지만 깔끔한 디자인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시계와 스탭을 커스텀해서 나만의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온라인이 아니라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시계를 사는 고객이 많다
모든 부품을 일본이 만드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각종 장인이 보여 합리적이지만 품질 좋은 시계를 서비스하고 있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하여 서울 가로수길에 1호 매장이 있다.
위치(기치조지 점) : Kichijoji Minamicho, Musashino, Tokyo / 東京都武蔵野市吉祥寺南町
영업시간 : 오전 11시 00분 ~ 오후 7시 00분
기치조지 역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였다.
큰길에서 벗어나 일본의 주택가 사이를 걸어가는 길이었다.
도쿄 도심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일본스러운 모습이 참 많이 보였다.
주택가 입구에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일본은 도시락을 참 좋아한다.
기치조지 역 앞에 있던 카페, 벨로체 (Caffe Veloce)
인테리어와 조명이 참 이쁜 카페였다.
들어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지금은 가야 할 길이 있었다.
그렇게 놋토시계 매장에 도착을 했다.
금요일, 평일 오후였기도 했고, 시내 중심가가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모르고 지나치면 진짜 모르고 지나치겠다 싶은 어느 동네 어디쯤의 위치에, 꼭 그런 모습으로 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직접 시계와 스크랩을 고르는 방식 때문에, 매장에 사람이 많을 경우 충분히 시계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매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매장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직원이 들어오라며 안내를 해줬다.
매장에 들어가니, 나는 외국인이라며 영어로 된 안내문을 보여줬다. (사진이 참 많이 흔들렸다.)
1. 시계를 구매할 때 망가지거나 스크래치가 있지는 않은지 꼭 확인해란다.
2. (2017년) 보증은 일본 내에서만 가능했는데, 시계에 따라서 1년, 3년 보증기간에 차이가 있었다.
3. 스트랩과 시계 안에 들어가 있는 배터리가 포함되고, 자기(자석) 부품이 전자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란다.
시계를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시계 보증에 대한 안내를 미리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제 시계이고,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구매한 시계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나 보다.
1년 무상이 가능한 점은 인지를 했는데, 뜨내기 손님인 나는 시계가 고장 나면 보증을 받을 길은 없었다.
우편 배송으로도 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있어서, 급할 때는 그렇게라도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 이때 산 시계가 6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고장 한 번 안 나고, 배터리 한 번 갈지 않고 잘 작동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니, 매장 가운데에 큰 매대가 놓여 있고
그 위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시계와 스트랩이 놓여 있었다.
매장 가운데 매대뿐만 아니라 벽을 둘러가며 시계와 스트랩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종류가 너무나 많아서 하나하나 다 둘러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전시되어 있는 시계와 스트랩은 모두 손으로 만져보고 손목에 차볼 수도 있었는데,
여기서 맘에 드는 시계와 시계줄을 골라서 직원 분에게 얘기를 하면 새 제품을 내어주는 시스템이었다.
똑같은 시계 알이라도 스트랩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는데,
개인마다 각기 다른 취향에 맞춰서 이렇게 시계 조합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시계와 시계줄을 하나하나 맞춰 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쪽 공간에는 장인들이 직접 시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홍보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시간을 갖고 영상을 지켜봤는데,
정말 정교하고 정확하게 시계를 만드는 것 같아 참 신뢰가 갔다.
일본이 이런 브랜딩, 홍보는 참 잘한다.
매장에 외국사람, 한국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딱히 일본어로 직원과 소통할 일이 없어서, 언어 때문에 곤란한 상황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냥 혼자 시계를 만져보고 스트랩을 연결해 보면서 시계를 골랐다.
내가 시계를 고르는 동안 직원 분은 한 발 떨어져서 조용히 필요한 것은 없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설명이 필요하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도 했었는데, 나는 눈으로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무엇보다 시계를 보는 내내 부담을 하나도 느끼지 않았던 것이 좋았다.
액세서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인데요 이렇게 시계를 고르고 있자니 너무 재밌고 신이 났었다.
그때 산 그 시계
나는 시계 알도, 줄도 모두 검은색으로 맞췄다.
다행히 유리에 스크래치도 생기지 않았고, 잔고장 없이 참 잘 작동한다.
시간도 잘 맞는 것이 정말 장인이 정성 들여 만든 느낌이 드는 시계다.
셔츠 차림에도, 캐주얼 차림에도 모두 잘 어울려서
평소가 가장 애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시계를 포장해 주면서 작은 선물이라며 장갑을 기념품으로 함께 챙겨주셨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시계를 사고 매장을 나오니 이미 해가 저물어서 동네가 깜깜했다.
조명이 밝혀진 놋토 매장이 더 이쁘게 보였다.
다시 시부야로 돌아가기 위해 기치조지 역으로 돌아왔다.
금요일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12월 중순이었는데 확실히 서울 보다는 날씨가 따뜻했다.
멀리 크리스마스 미슬토(mistletoe) 장식이 보였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니,
오래전 교토역에서 봤던 엄청 큰 트리가 생각났다.
이제 맛있는 저녁을 좀 찾아 먹어야겠다.
도쿄 여행의 첫날밤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2017.12.08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