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브라운을 컨셉으로 한 카페가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카페 앞에 찰리 브라운이 귀엽게 앉아 있어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때 만화 피너츠(Peanuts)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
어딘가에 스누피(Snoopy)도 있을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찰리 브라운 카페 바로 옆에 오늘의 목적지가 있었다.
홍콩 연예인이 많이 찾는다는 오래된 홍콩의 차찬탱, 태평관이었다.
홍콩 발음으로는 타이핑쿤(Tai Ping Koon, 太平館餐廳)이었다.
[홍콩 태평관, 침사추이]
MTR 침사추이역과 조던역의 중간쯤에 위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큰 길에서 한 블록 정도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걸음을 걸어 식당을 찾아야 했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태평관 Tai Ping Koon 太平館餐廳
홍콩 연예인이 자주 찾는 차찬탱이다.
1930년대에 오픈해서 현재까지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레스토랑에는 몇 십년 동안 동고동락한 종업원들이 많아 나이가 지긋한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인기 메뉴는 ‘구운 비둘기요리(Poast Pigeon)’과 포르투갈식 ‘구운 닭요리’과 ‘스위트 소스 치킹 윙’이 있다.
디저트로 인기가 있는 ‘베이키드 수플레(Baked soufflés)’는 20분 전에 미리 주문을 해야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 오전 11시 00분 ~ 오전 12시 00분(자정)
식당은 2층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 2층 식당으로 올라가는데, 오래된 식당의 역사를 여기저기서 느낄 수가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홍콩의 오래 전 모습이 참 흥미로웠다.
2층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넓어서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잘 갖추어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수트 차림의 직원들이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창가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서 어머니와 자리에 않았다.
자리를 잡자마자 따뜻한 차를 한잔 내어주는데,
홍콩 날씨가 어무리 더워도 이렇게 따듯한 차를 내어주는 홍콩의 문화는 참 맘에 들었다.
예전에 홍콩 친구가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은 한 겨울에도 차가운 물을 준다는 것에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메뉴판도 오랜 역사와 전통이 묻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손때와 서빙을 하며 묻은 음식의 흔적이 같이 보였다.
깔끔한 레스토랑의 모습에 살짝 긴장을 했었는데 메뉴판을 보니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메뉴에 영어가 적혀 있어서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충분히 메뉴를 보며 선택할 수 있었다.
직원분이 부담 스럽지 않은 거리를 두면서 내가 메뉴를 고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메뉴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메뉴를 다 고른 후에 눈을 마주치니 주문을 받기 위해 직원분이 테이블로 와 주셨다.
스위트 소스 치킨을 하나 시켰는데,
밥이 따로 같이 나왔다.
어머니와 나는 어딜 가나 쌀밥을 꼭 찾아 먹는 편인데,
아시아를 여행할 때 이렇게 밥이 같이 나오는 것은 참 맘에 들었다.
메뉴 이름 그대로, 맛이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잘 배어 있어 밥과 함께 먹기 좋았다.
그런데 닭 날개, 윙이 너무 폭 익혀지다 보니 고기가 조금 퍽퍽한 느낌이 있었다.
세계 어디를 하고 한국의 치킨처럼 겉바속촉을 완벽하게 구현한 닭 요리를 먹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볶은 소고기 쌀국수
춘장 같은 것을 넣어 같이 볶았는데,
한국의 짜장면 같은 맛이 나서 입맛에 맞았다.
쌀로 면을 만들었기 때문에 면은 쌀국수 같았는데 맛은 짜장면 맛이 났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는 구운 비둘기(Baked Pigeon)를 맛보고 싶었는데,
우선 비둘기라는 재료가 익숙하지 않았고 또 메뉴를 보니 비둘기가 통으로 구워져 나올 것 같았는데
비둘기를 찢어 식사로 먹는 것도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닭으로 생각하고 먹어볼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비둘기요리는 주문하지 못 하고 병어구이(Smoked Pomfret)를 주문했다.
병어구이 양념에 밥을 비벼 먹었는데, 한국의 생선 조림 같으면서도 단 맛이 강하게 나는 메뉴였다.
주문했던 메인 메뉴를 다 먹고 후식으로 베이키드 수플레(Baked soufflés)를 주문했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추가로 주문을 했는데, 식사가 마무리될 때에 맞춰서 수플레를 맛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크기에 놀랬는데,
살면서 이렇게 큰 수플레는 처음 받아 봤다.
내 손바닥을 다 펼린 것보다도 훨씬 더 큰 크기였는데,
이렇게 큰 수플레를 구우면서도 많이 타지 않고 적절히 잘 익히는 기술이 들어간 수플레였다.
맛이 궁금했지만 크기에 압도당해서 쉽게 숟가락을 대지 못 하고 한동안 사진만 엄청 찍었다.
정작 먹을 때는 사진을 남기지 못 했는데,
겉은 저렇게 큰 빵 모양을 하고 있지만, 속은 보드라운 슈크림 같은 크림을 담고 있어서
바삭한 겉빵에 크림을 같이 묻혀 먹을 수 있어서 후식, 디저트로는 그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에 비둘기, 병어 다 필요 없고,
이 수플레만 먹으러 다시 와도 될 것 같은 그런 맛과 비주얼이었다.
어머니와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도 조금씩 손님들이 들어차면서 레스토랑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식당이 크게 바쁠 것 같아서 조금 이른 저녁시간에 식당을 찾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홍콩 현지인들이 퇴근하고 가족과 식당을 찾아 이제 막 식사를 시작하려 할 때 우리는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랜 전통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답게, 가격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다.
2명이서 넉넉하게 메뉴를 주문했기도 했지만, 어쨌든 1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저녁을 먹었다.
태평관은 홍콩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였는데,
한식을 선호하는 어머니와 내가 완벽히 만족할만한 식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홍콩식 오랜 전통 레스토랑과 식사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차찬탱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베이키드 수플레는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 만큼 인상적인 비주얼과 맛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에 홍콩을 찾는다면 수플레만 맛보러 가고 싶은 태평관이었다.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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