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토마토 픽킹(Picking) 일만 갔었다.
늘 타고 갔던 승합차를 타고 가면 늘 반갑게 맞아주는 농장 주인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늘 타던 승합차가 아닌 다른 승합차였다.
들어보니 오늘은 토마토가 많이 없어, 2~3일 후에 피킹을 가게 될거란다.
그럼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거지?
승합차에 타고 출발을 기다렸는데,
이어서 타는 외국인 친구들이 오늘은 고구마 줄기를 따러 간단다.
고구마를 캐는 것도 아니고, 줄기를 딴다니?
알고 보니 고구마는 줄기 작물이니, 줄기를 따다 옆의 밭에 심기 위한, 일종의 모종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어렵지는 않단다.
장갑을 끼고, 문방구에서 흔히 보는 커터칼을 쥐어 준다.
한 사람씩 고랑에 서서 이랑에 있는 고구마의 줄기 중에 길게 뻗는 녀석을 칼로 ‘툭’ 끊으면 되는 일이었다.
일은 어렵지 않았는데, 이거,
허리가 너무 아프다!
날씨는 덥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다.
외국인 친구들은 몇 시간 못 하고 밭을 벗어나서 신발을 벗고 앉았다.
그리고는 담배를 말아 피기 시작했다.
농장주도 난감한 모습이다. 작업에 진도가 안 나가니 곤란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나와 내 친구들을 포함해 우리 한국인들만 끝까지 일을 해 갔다.
하지만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고구마 줄기 따기.
다시 토마토 농장으로 가면 더 열심히 해서 눈 밖에 나는 일이 없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도 우리 시골에서 어머니가 간혹 고구마를 직접 심으시고 겨울에는 캐서 주시는데
주실 때마다 감사하다.
호주에서 고구마 줄기를 따면서 느꼈던 감정과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200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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